올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외국인이 거주 인구의 5%를 넘어선 아시아 최초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진입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위원장 황덕영 목사, 코디 문창선 선교사)는 아직 이주민 선교에 눈뜨지 못한 많은 한국교회가 이주민 사역에 쉽게 접근하여 사역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세미나 준비 모임을 가졌다.

지난 4일 서울 노량진 KWMA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주민 세미나 커미티 1차 모임에는 KWMA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 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 코디이자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 상임대표 문창선 선교사(위디국제선교회 대표), 한국외국인선교회 대표 전철한 목사, 비쏠라이트 이사장 구능회 장로, 글로벌비전센터 대표 문성주 목사, 엘림소망교회 이복자 선교사(아프리카이주민난민센터), 새생명태국인교회 홍광표 목사, KIMA 강노아 선교사, 이승주 선교사, 허은열 목사 등이 참석해 한국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시작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와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이날 참석자들은 가장 먼저 교단 총회별, 노회별 접근을 통한 목회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으며, 교회 규모와 상황, 영역별 컨설팅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또 이주민 사역자 연합 모임을 통한 메뉴얼 제작, 이주민 사역 거점 지역 및 교회 네트워크 형성, 이주민 선교사와 지역교회 연결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
▲이날 모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
◇한국교회의 이주민 선교를 위한 과제는?

강대흥 목사는 이날 먼저 “다문화 국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이주민 사역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라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선교인이 되어 선교적으로 섬길 수 있도록 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여 모이게 됐다”고 모임 취지를 밝혔다.

문창선 목사는 이와 관련해 “이주민 선교의 가치와 방향, 방법 등을 공유하여 지역교회가 이주민 선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전과 제안을 주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지역교회의 이주민 선교 준비에 앞서 두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첫째, 교회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 교회의 규모, 목회와 당회의 목적,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식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둘째, 과연 우리가 줄 수 있는 입장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주민 선교 사역자들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담아내는 것에 대한 도전이 있다”고 말했다.

전철한 목사는 “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하려면 먼저 목사들이 이주민 선교를 선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우선이다. 이에 KWMA의 네트워크를 통해 교단과 노회 차원의 접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목사들의 인식 전환 후 이주민 사역팀들이 교회로 가서 이주민 사역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함께 기도 모임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후 교회 내 이주민사역위원회를 만들어 자원봉사자들이 사역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방과후교실, 한글교실, 스포츠교실, 음악교실 등 이주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역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이자 이주민선교위원장이기도 한 전 목사는 또 “이주민 사역자들은 훈련가, 동원가, 전략가가 돼서 교회로 찾아가야 한다”며 “시니어선교한국은 이주민선교 TF를 구성하여 15개의 중대형교회를 선정, 이주민 선교를 위한 메뉴얼 지원 및 훈련을 시작했고, 성결교단은 은퇴 목회자를 중심으로 이주민선교위원회를 구성하여 5년간 후원한다. 리더십들을 대상으로 이주민 선교를 강조하고 목사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주 목사는 “예장합동은 교단에서 이주민포럼을 목회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이후 160개 노회별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결국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또 “큰 교회에서도 타문화권, 이주민 사역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소수이거나, 큰 교단에서도 이주민 네트워크가 된 교회가 100개가 안 되는 등 현실적, 환경적 어려움이 있다”며 “이주민 선교를 실질적으로 하려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보단 지역별 거점교회 컨설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은열 목사는 “교단별 접촉은 이미 진행 중이며, 이론과 실제의 문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후원 문제도 사역자들이 실제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20여 단체가 모인 인천외국인선교협의회는 기업, NGO 등 모든 영역에서 후원을 연결시켜 작은교회와의 연합이 잘 되도록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허 목사는 또 “이주민 대상 선교단체들의 실력 문제를 확실하게 해야 이주민 선교사 개념도 확실해진다”라며 “이주민 선교 훈련을 받은 사역자들이 간섭의 문제로 선교사로 파송되길 원하지 않거나, 선교사로 파송 받은 사역자가 사역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
▲이주민 세미나 커미티 1차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
홍광표 목사는 “이주민 선교의 궁극적 목적이 한국 성도 수 감소의 대안인지, 국내 봉사의 측면인지, 세계선교의 시발점의 관점을 갖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후 로드맵을 공유한다면 한국선교를 넘어 세계선교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홍 목사는 또 “새생명태국인교회의 경우 태국인들이 한국을 넘어 태국과 전 세계에 복음을 들고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사역을 시작했고, 그것이 하나님이 이 땅에 이주민 교회를 세우신 궁극적 목적일 것”이라며 “이러한 명확한 관점을 공유하고 이주민 교회가 어떻게 전 세계에 파송되어 선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체 로드맵을 이주민 선교사와 지역교회가 같이 공유한다면, 교회가 장기선교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가지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주민 교회의 로드맵으로 인큐베이터(지역교회가 연합하여 지원)→정착기(성도들의 헌금으로 정착, 지역교회 지원 감소)→성장기(현지 사역자 배출)→확장기(현지 교회 개척, 타문화권 선교)를 제안했다. 홍 목사는 “로드맵은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실제 선교하는 사역자에게 더 중요하다”며 “선교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 의를 찾는 게 아니라, 현지 교회의 미래를 찾는 것이 바른 방향성이며, 전체적인 플랜을 공유하고 같이 시작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구능회 장로는 “비쏠라이트의 관점에서 교회 중심의 이주민 사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고 이해한다”며 “한국교회 크리스천의 40%가 예배만 드리고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40%에 주목하여 이 평신도들을 키워 이주민 사역 등에 동참시키는 것이 저희가 가야 할 기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노아 선교사는 “이주민 선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보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회들이 알면 교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법무부, 노동부와 관련해 근로자, 사업자, 이주민센터가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복자 선교사는 “교회에서 이주민 사역자들에게 장소를 무상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라별 모임을 만들어 줘야 부흥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승주 선교사는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연구하고,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성해 코디를 세워 수요 조사, 역할 분담 등을 조정해야 한다. 이후 컨설팅, 훈련 진행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KWMA와 지역별 역할과 전략의 분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창선 목사는 “이주민 선교 연합 모임을 통해 수평적 상황들이 논의되는 것이 중요하며, 교단별 담당자가 세워져 동일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이주민 이슈를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지역교회에 이주민 선교를 제안하고 참여케 하기 위해 교단별 실제적 목표를 나누면 서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영향력 있는 교단과 지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이들이 책임지고 주도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강대흥 선교사는 “KWMA는 이주민 선교사 훈련을 통해 국내 파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교단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선교 모범 사례 공유 및 4월 컨설테이션 논의

이날 참석자들은 모범적인 이주민 선교 사례들도 공유했다. 문창선 목사는 “충주 상당교회는 이주민 선교에 도전을 받고 싶어 ‘1일 이주민 선교대학’ 세미나를 열었고, 그후 이주민 사역에 더욱 도전받아 교육, 훈련을 요청하여 6개 영역별 강의를 진행했다. 현재는 충북대 앞에 유학생선교센터를 마련하여 이주민 유학생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교회의 결정과 실행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은열 목사는 인천, 부천 지역 이주민 사역자 연합 모임인 인천외국인선교협의회를 소개하며 “지역교회들과 함께 이주민 선교 연합 사역을 한다. 부활절, 성탄절 등 절기 때 예배 인도, 선물 나눔, 헌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선교단체들이 연합한 KIMA의 경우, 작년 12월 제2회 포럼을 연 이후 안산, 안양, 군포, 광명, 시흥 등 지역별 연합 모임을 가지면서, 이주민 사역을 하는 지역교회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KWMA 디아스포라 실행위원회는 오는 4월 중 지역교회를 대상으로 컨설테이션 형식의 이주민 선교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이 세미나에서 환경적·사회학적·성경학적·케이스 스터디 등 4가지 초점으로 지역교회의 눈높이에 맞춰 이주민 선교 비전과 사례 등을 제시하고, 노동자·난민·다문화가정 등 영역별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또 이를 위해 오는 2월 16일 이주민 세미나 커미티 2차 모임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