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 침공 만 6개월 되는 날
재우한인선교사협 전쟁대책위원회, 현지 상황과 필요 사항 알려 와
방공호·지하실 생활 오래 한 노약자 위한 재활의학 분야 지원 필요
전쟁 트라우마 치료는 현재 민간 차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8월 24일은 우크라이나의 제31주년 독립기념일인 동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째 되는 날이다. 최근 국지전 양상을 보이던 전쟁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전후하여 러시아의 공격 강화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전망은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공격과 지난 20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아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숨지면서 현실화 될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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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원 선교사가 거주하던 집 인근의 파괴된 건물과 창고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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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원 선교사가 거주하던 집 인근의 파괴된 건물과 창고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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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원 선교사가 거주하던 집 인근의 파괴된 건물과 창고 ⓒ김평원 선교사

재우크라이나한인선교사협의회 전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평원 선교사(UBF)는 최근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과 함께 전쟁 피해 복구와 피란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필요한 사항들을 공개했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직전 한국으로 급히 철수한 김 선교사는 이번에 약 15일간의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그는 “저희 집 주위 300m 반경 슈퍼마켓 및 창고들이 많이 파괴되었다”며 “다행히 교회와 집은 무사하다. 파괴 일보 직전에 하나님이 멈추게 하셨음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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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였던 부차 지역에 부서진 러시아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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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였던 부차 지역에 부서진 러시아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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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펜 지역에 파괴된 차량에 예술가들이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를 그려놓았다.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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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펜 지역에서 해바라기가 그려진 망가진 차량 앞에서 김평원 선교사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또 “격전지였던 키이우 근교 부차(Bucha) 지역에는 아직도 부서진 러시아 탱크들이 그대로 있고, 역시 격전지였던 키이우 근교 이르펜(Irpen) 지역에는 파괴된 일부 차량들을 쌓아 놓고 예술가들이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를 그려) 재난을 예술로 의미 부여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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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 및 이르펜 지역의 파괴된 건물에는 지금도 불탄 냄새와 화약 냄새가 남아 있다고 했다.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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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 및 이르펜 지역의 파괴된 건물 모습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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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 및 이르펜 지역의 파괴된 건물 모습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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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90%가 파괴된 모슌 지역의 폐허가 된 건물 모습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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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슌 지역의 폐허가 된 건물 모습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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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였던 모슌 지역 숲의 모습. 나무의 절반이 꺾여있었다고 한다. ⓒ김평원 선교사

김평원 선교사는 “부차 및 이르펜 지역의 파괴된 건물들에서는 아직도 불탄 냄새와 화약 냄새가 남아 있다”며 “복구 및 재건을 생각 못한 채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 근교에서 벌어진 최초의 격전지로, 우크라이나군 1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모슌(Moshun) 지역에 대해선 “얼마나 격전이었는지 숲의 나무들도 반절이 꺾여있고 마을의 90%가 파괴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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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렌카의 파괴된 건물.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안나(흰색 옷)는 현재 구호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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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렌카는 전기, 수도, 가스, 난방이 끊겼으나 갈 곳 없는 노인들이 그대로 거주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키이우 근교 마을 고렌카(Gorenka)에 대해서는 “집이 파괴되었지만 오고 갈 데 없는 노인들 중심으로 그냥 살고 있다. 100여 세대의 이 아파트에는 약 40명 정도의 노인이 전기와 수도, 가스, 난방 등이 끊긴 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여력이 없어 국내 난민들한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격전지 외에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체코에서 키이우까지 버스로 고속도로를 타고 22시간 정도 왔는데, 거리에 컨테이너 및 차량이 넘쳐날 정도로 서부, 중부는 전쟁 전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필품이나 가스, 오일 (수급) 등도, 가게 및 주유소도 정상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사역해 온 현지 교회 상황에 대해서도 “젊은 성도들이 일부 돌아오면서 예배도 회복되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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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피난에서 돌아온 일부 성도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향후 전쟁 양상에 대해 김 선교사는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헤르손, 멜리토폴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전 형태로 진행되고, 결국 이 지역의 전쟁 판도를 놓고 휴전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전쟁 능력이 고갈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능력과 사기가 향상되고 있어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단 요즘 푸틴이 확전 명분을 찾고 있는 듯 하여 며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크라이나인들의 전반적 정서에 대해서는 “전쟁으로 인한 두려움과 피해에 대한 의식을 뛰어넘을 만큼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과 승전 의식이 충만하다”라며 “한마디로 러시아만 쫓아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피해와 희생은 감수할 것이라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확고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에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어차피 러시아는 시간을 두고 재침략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정신으로 갈 때까지 간다는 신념이 다소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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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교회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그는 “러시아의 전쟁 이전으로의 원상회복을 위한 철군 등 가시적인 행동 없이 이뤄지는 모든 러시아의 제안이나 제스처 등은 기만술에 불과하고,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한 가시적 보장이 없는 휴전이나 평화협정 논의 등은 패권주의적 러시아의 속성을 간과하고 결국 그들의 술책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의식이 정치권이나 사회에 팽배하다”며 “이런 ‘우려의 해소’가 종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늦겨울에 시작된 전쟁이 초가을까지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와 자원봉사 인력 등도 소개했다. 김 선교사는 “현재로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국내 난민들은 전기 및 수도, 주방 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겨울을 지내야 하므로, 향후 구호활동의 초점을 겨울용품 공급에 맞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난방 기구, 겨울 의류, 방한 이불, 신발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여 무너진 집들을 재건하는 데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할 수 있다”며 “무너진 창문이나 문 등 내부 수리 등은 가능하므로, 부분적 복구에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략 전 국토의 10~15%가 파괴된 것으로 추측하는 가운데, 전후 인프라 복구 및 재건 사업에서 철강, 화학, 건설과 관련해 전반적인 대규모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서방 진영에서는 2차 대전 후 마셜 플랜(Marshall plan) 이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투자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제대로 진행하려면 전 국가적 인프라 개조 사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어 피를 지압하는 기구들이 다량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성능이 떨어지는 중고라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내비게이션 등을 할 수 있는 태블릿이 전선에서는 많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많은 사람, 특히 노약자들이 오랫동안 방공호나 지하실에서 지내며 관절, 호흡기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재활의학 쪽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최종적인 도움은 전쟁 트라우마 치료로, 한국의 앞선 치료 및 상담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전선에서 복귀하는 군인들과 전쟁의 깊은 상처를 갖게 된 여성들, 아이들의 의학적 돌봄과 내면 치유가 시급한 필요 사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급한 전쟁 상황 및 예산 부족으로 (이에 대해)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으로, 민간 차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 내용은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원회에도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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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원 선교사(맨 왼쪽)가 사역해 온 키이우의 교회에서 현지 사역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한편, 지난 6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사상자가 15만 명에 이르며, 미국은 러시아 측 사상자를 7~8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방은 이중 러시아 측 사망자가 1만5천 명~2만 명,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 사망자가 4만 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군 사망자가 1만 명, 민간인 사망자가 2만8천5백 명, 우크라이나군 부상자가 3만 명, 실종자가 7천2백 명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4천1백만 명 인구 중 30%가 넘는 1천3백만 명을 넘어섰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 중 해외로 도피한 사람만 665만 명이라고 밝혔다.

전쟁에 들어간 비용은 현재까지 러시아는 1천6백억 달러, 우크라이나는 6백억 달러를 사용했다. 이 외 미국 500억 달러, EU 300억 달러, 이 외 다른 국가들이 100억 달러를 들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여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총 1천5백억 달러를 지출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는 이 전쟁이 더 길어질 수 있고, 한반도처럼 종전이 아닌 휴전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미국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