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장 원리,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에 많은 영향 미쳐
한국교회 경이적 성장 목격, 선교지에도 많은 교회 설립
캄보디아는 재정 의존성 문제로 교회 개척 사역 둔화 경향

건강한 갑과 을 관계 깨져서 갑질 선교 했는지 돌아봐야
좋은 갑의 역할하면 선교지 교회에 좋은 영향 끼칠 수 있어
현지 동역자와 같은 갑의 동등한 관계에서 사역하는 날 오길

한국교회와 한국선교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항상 지목돼 온 ‘세속화’가 실제 사역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한국선교KMQ(편집인 성남용 목사)는 지난달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에서 ‘세속화와 선교’를 주제로 2022한국선교KMQ포럼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물질주의, 과학주의, 쾌락문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세속화의 은밀하고도 거대한 도전 앞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사역의 본질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본지는 이 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연재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석환 캄보디아 선교사는 ‘우리의 동역자 관계는 성경적인가? -갑과 을의 관계로 바라본 선교적 개념’에 대한 발제에서 선교사와 현지인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갑을 관계에서 건강한 갑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 선교사는 12세 때인 1973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21세기 교회 개척자를 양육하는 오이코스 선교단체를 설립하고, 같은 해 캄보디아 사역을 시작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매년 두 차례 방문해 시베리아 교회 개척자들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2018년에는 영국 옥스퍼드선교대학원(OCMS)에서 ‘한국 선교사와 캄보디아 목사와의 후원자-의뢰인(Patron-Client) 관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부터는 한국계 미국인 3PM(Pastors, Professors, Professionals & Missionaries)과 함께 KAGMA(Korean American Global Mission Association) 모임을 갖고 있다. 이번 발제 내용은 오 선교사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연구한 OCMS 박사논문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2022한국선교KMQ포럼
▲영상으로 발제한 오석환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들이 섬기는 모든 나라 동역자와 동등한 관계로 사역을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교회 성장 운동과 한국교회, 한국선교

오 선교사는 연구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2003년부터 진행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의 교회 개척 경험과는 달리 캄보디아 개척 교회는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한국선교사가 주로 교회 개척에 종사하고 있는 현황과 배경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했다. “토드 존슨은 ‘한국 선교사 중 절반 이상이 교회 개척에 관여하고 있는 반면, 사회활동은 엄격히 5% 정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고 “마원석 교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교회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것은 한국교회 선교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기독교의 경이적 성장은 모든 교단의 공격적인 교회 개척 프로그램을 통해 1960년 623,072명에서 1995년 8,760,000명으로 늘어나 35년 만에 14배나 늘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오 선교사는 “미국 풀러신학교의 도날드 맥가브란 교수는 인도에서의 선교 경험을 토대로 교회 성장 모델을 개발했고, 그중 전도와 교회 개척이 최우선 순위였다. 맥가브란은 세계 복음화의 목표는 지역교회의 증식을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자신을 포함해 1,500명의 한국 학생이 이러한 풀러신학대학원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600명의 졸업생이 전 세계 선교 분야의 신학대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석환 선교사는 “김성호는 맥가브란이 선교 전략으로 교회 성장 원리를 도입한 1970년대와 1980년대, 도널드 맥가브란과 그의 추종자들이 한국교회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교회성장학자의 개념, 즉 ‘교회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수치 성장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은 한국교회의 경이적인 성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도 발생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러한 배경 가운데 한국 선교사들 사이에 교회 개척에 대한 열정은 선교지에 많은 수의 지역교회를 설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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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환 선교사가 ‘우리의 동역자 관계는 성경적인가? -갑과 을의 관계로 바라본 선교적 개념’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오 선교사는 “2009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선교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선교사들의 주요 캄보디아 선교 전략은 교회 개척이지만, 재정적 의존성 때문에 교회 개척 사역이 둔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2012년 트위(Thyu)는 ‘캄보디아에 있는 교회는 외부로부터의 상당한 자금이나 국가 내에서 활동하는 해외 단체의 자금 없이는 기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의존성은 오늘날 캄보디아 교회에 가장 중요한 도전 중 하나로 보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오 선교사 역시 교회 개척 전략이 가장 좋은 선교적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2009년부터 선교지의 원조 의존성을 선교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뤄왔다. 하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원조 의존성이 관계적 부산물 중 하나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후원자-의뢰인 관계라고 밝힌 한국의 선교사들과 캄보디아 목사들과의 관계는 재정적인 범위가 아닌, 관계적인 문제였다”고 말했다.

2010년 프놈펜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한 교단 선교사가 ‘15년 이상 선교 활동 끝에 2011년까지 150개 캄보디아 교회가 개척되었으나, 모든 개척교회가 아직도 재정지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목회자 월급, 시설 임대료 등은 월 1만 6천 달러에 달해, 현재 신학교 졸업생들이 교회 개척 시 필요한 예산보다 더 높은 비율로 교회 예산이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다음세대 교회 개척 프로젝트는 보류하고, 자립 가능한 요소 개발을 포함시키기 위한 미래 선교 전략을 재편하고 있었다.

또 오 선교사는 “캄보디아의 기독교 개종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으나, 실제 보고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35개 교회가 개척됐으나, 같은 기간 608개 교회가 문을 닫았다. 교회 숫자는 조금 늘었지만, 사실 캄보디아 교인은 줄고 있다”며 “모든 보고서는 자본주의적 수를 세는 보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선교사는 위의 여러 사례를 전하며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1960년대 시작한 교회 성장 운동이 좋은 의도로 시작하였고 많은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끼쳤지만, 이곳이 주도한 교회 성장 운동의 단점은 지나치게 세속적인 방법을 이용해 수적 성장에 치중하고, 이를 성공의 주요 척도로 삼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5년 조나단 봉크는 한국교회가 수적 성장을 위한 공식과 그에 따른 기업화를 강조하는 것이 한국교회와 선교지 모두에 심각한 구조적 때로는 윤리적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오 선교사는 “캄보디아에서 연구한 후 봉크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다”며 “교회 성장 운동의 숫자 지향적 경향은 한국 선교사들이 캄보디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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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의 시간은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지희 기자
◇한국선교의 문제점

오석환 선교사는 캄보디아의 미국인 선교사와 인터뷰한 경험도 전했다. “그는 성경대학의 총장으로, 그 대학 출신 300여 명의 캄보디아 목사와 연례 회의를 주최하는 도중 자신의 사역지에서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를 나누는 시간에 대다수 캄보디아 목회자들이 ‘한국 선교사’를 진술했다고 했다”며 “이날 회의 말미에는 캄보디아 정부에 한국 선교사 추방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저와 많은 논의와 설득 끝에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선교사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했을 때는 다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0년 이상 외진 시골 마을에서 목회하던 캄보디아 목회자는 어느 날 자신의 교회에 한 한국 선교사가 방문했다고 한다. 한국 선교사는 극빈자 신도들에게 쌀 배급을 하는 등 진정으로 교회를 돕고 싶어했고, 단지 긍휼 사역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쌀 배급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달 후 한국 선교사는 기존 교회 옆에 자신들의 교회 건물을 건축하고, 모든 성도에게 ‘쌀을 계속 받으려면 자신들의 교회에 와야 된다’고 광고했다. 그 후로 그 교회 성도 대부분이 한인 선교사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 선교사는 그 시점까지 연구의 초점은 단지 한국인 선교사와 캄보디아인 사이의 경제적 원조 의존성 문제에 있었으나, 이후 그들 사이의 사회적, 문화적, 관계적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인 ‘우리의 선교지의 동역자 관계는 성경적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하게 되었다.

2010년 캄보디아 목회자 그룹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캄보디아 개척교회가 자급자족할 수 없다는 논의 과정에서 캄보디아 목사 중 한 명이 조금 언성을 높이며 ‘한국 선교사들이 우리를 처음부터 회사 직원처럼 대하며 그들도 처음부터 상사처럼 행동했는데 왜 이제 와서 재정적으로 독립하길 바라느냐’며 ‘한국인들은 회사에서 무료로 일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한 번은 오 선교사가 참관인으로 참석하던 캄보디아 목사 회의에서 한 젊은 캄보디아 목사가 그가 한국인임을 깨닫고 다가와 영어로 ‘한국 선교사들이 왜 캄보디아에 왔나요? 한국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가 먼 우리 마을까지 교회 버스를 보내, 우리 교회 성도들을 데려가는 것을 아십니까?’라고 항의했다.

오 선교사는 교단적 갑질 사례도 전했다. A교단이 개척한 교회 수보다 더 많은 교회를 캄보디아에 개척하려 한 B교단의 이야기를 전하며 “갑질은 우월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갑질 연쇄 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①한국 선교사들과 캄보디아인의 갈등의 주요 원인은 재정적인 문제가 아니며 ②분쟁의 이면에 문화, 사회, 관계의 문제가 있고 ③선교사들과 캄보디아인 사이의 관계를 갑과 을, 갑질 문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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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갑과 을, 관계적 이슈들

오 선교사는 “크메르어에 ‘후원자-의뢰인’ 관계라는 공식 용어가 없어 다른 연구 분야에서 이 관계의 특징을 파악했다”며 “연구 초점을 경제적 관점에서 동남아 사회인류학과 선교 연구의 관계적 이슈로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목격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갑을관계는 일상적 언어이며, 비즈니스 문화의 일부”라며 “성별, 나이에서도 갑과 을의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 선교사는 2014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과 땅콩 회항 사건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제기한 우려는 갑으로서의 그녀의 위치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이 좀 더 자애로운 갑으로서 부적절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누구나 갑이나 을이 될 수 있는 이중적 역할에 대해 “한국인 선교사들도 후원자에게 을의 역할을 한 다음 캄보디아 목회자들에게 갑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환 선교사는 특히 한국의 반말과 존댓말, 존칭, 갑질 문제 등에서 나타나는 갑을 관계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캄보디아 모두 계층구조의 차이에 근거하여 다른 수준의 언어를 인식하고 사용한다”며 “한국 선교사들이 캄보디아인들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사용한 것은 갑과 을의 관계의 계층적 역학관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어에는 7가지 언어 수준이 있고, 각 수준에는 상황의 격식을 나타내는 고유한 동사가 있는데, 1~6단계까지 존댓말로 분류하고 가장 낮은 7단계는 반말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또 “쏙내흡(Sok Nhep)이라는 캄보디아의 크메르어 역시 계층적 시스템에 기초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적어도 4가지 수준의 어휘가 있다고 말한다”며 “같은 어휘로 하나님, 임금, 스님, 선생님, 부모, 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데, 각 어휘는 사회 수준에 맞춰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존칭’은 갑을 관계에서 계층적 동태를 확인하는 또 다른 지표인데, 자기보다 우월한 사람을 언급할 때 사용한다. 오 선교사는 연구 기간 모든 인터뷰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캄보디아 목회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목사님’이라는 존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후원자인 한국 선교사들이 그들의 의뢰인들인 캄보디아 목회자들에게 존칭 쓰기를 기피한 것은 포스터(Foster)가 관찰한 ‘두 파트너의 상대적인 지위를 언어로 확인시켰다’는 것의 현대 선교학의 예”라고 말했다.

갑의 권력남용인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갑이 자동적으로 갑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갑과 갑질의 문제는 따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타깝지만 캄보디아에서 많은 한국 선교사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한국 선교사는 캄보디아 선교사 모임에서의 경험을 오 선교사에게 전했는데, 이 모임의 한국 강사가 ‘종들에게 잘해주니까 아들인 줄 안다’라며 캄보디아 목회자들을 종으로 비교하자 다른 선교사들은 야유가 아닌, 몇 명은 ‘아멘’이라고 하고, 몇 명은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고 했다.

오석환 선교사는 “갑과 을의 관계는 모든 선교지에서 나타나는 한국 선교사들의 관계적 현실로, 한국 선교사가 좋은 갑의 역할을 할 때 캄보디아 개척교회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교지에서 동역자와의 관계는 성격적이었는지, 너무 세속화된 교회 성장을 추구하다 건강한 갑과 을의 관계가 깨져 갑질 선교를 하진 않았는지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사역이 갑질화 되면 그동안 이루어놓았던 많은 선교적 유산이 무너질 것”이라며 “성경이 가르쳐주는 선교의 원리에 비추어 깊이 반성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64개국을 다니면서 정말 훌륭한 선교사님들이 많아 감동하고 감사했다”면서 “한국 선교사들의 많은 헌신의 시간과 노력을 통해 우리가 섬기는 모든 나라 동역자와 ‘동갑’(同甲, 같은 갑의 동등한 관계)의 사역을 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