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당시 문재인 정부의 ‘귀순 어부 강제 북송’ 논란에 대해 북한에서 어부로 일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이 “탈북 어부 2명이 타고 온 작은 배는 3~4명이 타는 작은 배로, 18명이 타고 와서 2명이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22일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나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강제 북송시키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대한민국에서 북한으로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도 말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2003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 박성록 전도사(열방샘교회)는 “북한에서 7년간 배를 타본 적 있다”며 “북한 어부는 노동자들 중에서 제일 잘 사는 직업으로, 이밥(쌀밥)을 먹고 술도 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북한에는 ‘간부, 과부, 어부가 잘산다’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어부들은 바다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며 “바다에 나갈 때마다 초소에서 조선인민군 경비대가 바다 출입증을 검열한 후 바다로 내보내며, 매일 바다로 나간 배와 들어온 배를 상부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예를 들어 28마력 배는 사람이 몇 명 탈 수 있는 작은 배로, 이 배의 선장 비준을 군당에서 한다. 450마력 배는 몇십 명이 타는데 선장 비준을 중앙당에서 한다”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한국으로 귀순하면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도사는 2019년 당시 정부가 탈북 어부들의 강제 북송 이유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배에 따라 인원이 규정돼 있는데, 탈북 어부 2명이 타고 온 작은 배는 3~4명이 타는 배”라며 “작은 배에 사람을 많이 태우지 않는 이유는 배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사람이 (정원보다) 많으면 일할 때도 불편하고, 고기를 많이 잡아도 사람들의 무게 때문에 고기를 다 배에 실을 수가 없다. 또 고기를 잡은 다음 서로 나누는데, 사람이 많아지면 각자 집에 가져갈 수 있는 고기 배급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배에 (정원 이상의) 사람이 많이 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전도사는 이뿐 아니라 “어부들은 바다에서 일할 때 바람이 불어 춥기 때문에, 배에서는 여름에도 동복을 입고 갑바(방수복)를 입는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바다에서 일하다가 물에 빠질 경우, 곁에서 다른 사람들이 건져주지 않으면 배에 오르기가 힘들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기도 한다. 이런 옷차림으로는 사람을 죽인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제가 배를 탈 때도 선장은 물고기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고기를 잡을 수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움직이라고 요구했다”며 “어부들에게 고기 떼는 다 돈이기 때문에, 고기 떼를 보면 흥분하면서 힘을 내 빠르게 움직이며 고기를 잡는데, 이렇게 단련된 사람들을 2명이 모두 죽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뱃사람들은 낮에도, 밤에도 고기를 잡을 수 있기에 밤에도 깨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배에서는 비린내도 나고, 바람이 불어 파도가 계속 배를 때리면서 소리가 나고 흔들리는데, 작은 배일수록 흔들림이 심해 잠자기가 어렵다. 특히 나포된 배는 오징어잡이 배로 밤에 불을 켜 오징어를 잡는데, 모두 잠든 다음 한 명씩 불러내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성록 전도사는 북한에서 어부들이 배를 타다가 잘못을 범하면 간부들이 배에서 내리는 처벌을 하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좁은 배 안에서 서로 사이가 나쁘면 싸움이 일어나서 바다에서 사고가 날 수 있고, 고기잡이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서로 배를 타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배에서 내리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제가 아는 한) 어부들은 의리가 있어 같이 고생하고 한 가맛밥을 먹으면서 일하기 때문에 관계가 괜찮다. 또 한배에 탄다는 것은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며 “어부들도 관계가 좋아야 고기가 필요할 때 서로 부탁해서 고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북한 정권을 떠나 바다로 들어오는 탈북민들을 받아주는 것은 인간 사랑의 표시”라며 “누구라도 너무 고생한 것을 알게 되면 돌봐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국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들과 그 땅에서 넘어온 탈북민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고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록 전도사는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통일을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통일이 되면 남한에서 탈북민을 강제 북송시킨 사람들과 북한 정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통일을 위해 이제라도 북한 사람들을 위하는 성의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21일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탈북 어부 2명의 근황에 대해 “첩보 분석 결과 북송된 지 며칠 뒤 처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