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의 하나님께서 심판과 보호, 회복 주시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열흘이 넘어서면서, 전쟁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장기전이 될수록 양국 모두 희생자 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이번 전쟁은 양국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모스크바한인선교사회(모한선) 회장 A선교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모두의 아픔이고 불행으로, 속히 끝나는 것이 우리의 기도제목”이라며 “전쟁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을. 오른쪽에 공격을 피한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보인다. 러시아 측은 2일(현지 시간) 러시아군 500여 명, 우크라군 2,800여 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 전사자를 2,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2일 민간인 2,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며, 유엔인권사무소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300여 명이 사망했다고 4일 밝혔다. ⓒ재우크라이나한인선교사협의회
A선교사는 “3일 총영사 주재로 교민 대표자 간담회를 가졌고, 3월 둘째 주에 다시 모여 추이를 지켜본 후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3단계의 대피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A선교사는 “전후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물가 변동”이라며 “환율이 요동치고 유가가 폭등하면서 일어나는 일은 준비하면 대처할 수 있다. 아직 생필품 가격 변동은 미미하지만, 자동차와 건축 자재 등 원자재 가격은 2배 이상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지 생산 대표 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대비 3배의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고, 일반 수입차들은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 중”이라며 “건축, 철강과 관련한 시중 가격도 이미 2배 이상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3월 둘째 주부터 시행될 해외은행 거래 중단에 대비하는 것이 현재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현실”이라며 “최소한 한 달 정도의 기본 생필품 등을 준비해놓을 것을 3일 공지했다”고 밝혔다.

A선교사는 “장기 사역을 해야 하는 관점에서 우리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한 생명이라도 살릴 기회에 대한 책무가 있다”며 “정치적 견해나 전시 상황 등 민감한 상황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 러시아는 전쟁 당사국으로 많은 지탄을 받을 만하지만, 정치 지도자들과 군인들, 일반인들을 구별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을 ⓒ재우크라이나한인선교사협의회
A선교사는 “성경적 관점에서 시대를 바라보고 접근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구해야 할 때”라며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길 소망한다. 공의의 하나님께서 심판하시고 보호하시며, 두 나라를 회복하시길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저희는 군인들의 입장에서도 기도한다. 저기 서 있는 상대방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지각이 생기도록 기도한다. 그리고 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백성들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선교사는 “러시아는 다민족 국가로, 러시아 주민 중 상당수가 이웃 나라 사람들과 친인척 등 혈연관계”라며 “같은 전쟁을 공유했던 나라들이어서 힘으로 압제하면 그 평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A선교사는 “하나님을 바라지 않는 백성은 망한다. 우리는 러시아 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정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회개하고 화해를 선포하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교회도 이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4일(현지 시각) 러시아 상·하원은 군사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대러 제재를 촉구하는 행위에 행정·형사적 책임을 부과하고, 러시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외국인에 대한 제재 조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발효 중이다. 특히 허위 정보 유포 시에는 최대 3년 징역, 또는 150만 루블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고, 외국·국제기구에 대러시아 제재 부과 및 연장 촉구 시 최대 3년 강제노동 또는 500만 루블의 벌금 부과를 가능하게 했다.

러시아 통신매체감독국은 4일부터 페이스북 접속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고, 트위터 사용도 제한할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 연방산업통상부는 러시아 내 유통업자들의 생필품 판매 시 1인당 판매량 제한을 허가하면서, 일부 대형 소매업체는 밀가루 등 일부 제품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