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디스트 그룹의 전략은 서아프리카와 사하라 남부 지역으로 확장
말리는 사회질서 급속히 악화되며 ‘넥스트(next) 아프가니스탄’ 위험
수십만 기독교인이 폭력·강제 징집·정부 탄압·내전 등으로 난민 신세

中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신념’이 세계 각국에 확산 경향
공산주의 남미 국가들, 코로나를 교회 감시 및 추가 제재 수단 이용
“한국교회가 박해받는 교회를 위한 기도 운동부터 동참할 수 있길”

2022년 세계 기독교 박해 동향 가운데 두드러진 특징은 ‘점점 대담해지는 탈레반’, ‘난민교회의 확산’, ‘다양성의 소멸’, ‘코로나 제한 조치를 이용한 권위적 정부들의 교회 약화 전략’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오픈도어는 19일 발표한 2022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 ‘월드와치리스트’(WWL, World Watch List)를 통해 이 같은 박해의 특징을 발표하고, 박해받는 교회를 통해 얻는 유익과 이들을 위한 한국교회의 사명 등을 소개했다.

한국오픈도어
▲2022 월드와치리스트 1~50위. 영역별 최고 지수는 16.7이며, 전 영역 지수의 총합은 100점이다. ⓒ한국오픈도어

◇점점 대담해지는 탈레반

한국오픈도어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부 장악은 정체되었던 지하디스트 조직의 분위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지하디스트에게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부패하고 미약한 정부를 대상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소말리아 정부와 동맹군인 아프리카 연합군과 대항하여 싸웠던 알-샤바브(al-Shabaab), 2002년 발리 폭탄테러를 일으켰던 인도네시아의 제마 이슬라미야(Jemaah Islamiyah)와 같은 이슬람원리주의 단체들이 탈레반과 연관돼 있다. 또 말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상태에서 정부의 사회 안전망이 무너져 진공상태가 된 마을을 지하디스트들이 무자비하게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 활동 요원과 부족 세력이 연루된 안보와 질서 파괴에 가담하고, 종교적 무기로 무장했다. 나이지리아 전 해군 정보 책임자 코모도르 쿤리 올라운미 제독(Commodore Kunli Olawunmi)은 최근 지하디스트 세력이 확장되면서 나타난, 나이지리아 내 지하디스트 그룹들의 일치된 ‘탈레반화’ 전략에 대해 “정부 요원들과 부족 그룹들이 연루되어 종교적 동기를 기반으로, 국가 치안과 질서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
▲최근 아프간 현지에서 새로 출범한 탈레반 정권이 반 탈레반 활동을 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 ⓒ페이스북 캡처

지하디스트 그룹의 전략은 ‘서아프리카와 사하라 남부 지역’으로의 확장이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은 이미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과 박해가 심한 곳으로, 지하디스트의 폭력과 불안정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보코하람, 풀라니 등 무장 세력들에 의해 학교, 교회, 공동체 지도자들이 납치, 살인을 당하고 생계 수단 등을 파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지리아 차드, 카메룬, 니제르 남부 지역과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서부 지역을 포함하는 사헬 지대 주변국,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말리의 경우 사회질서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고, 특히 그 주변국인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로 반란이 확산되면서 ‘넥스트(next)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연합민주군(ADF, the Alliance of Democratic Forces)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은 모두 폭력지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IS(Islamic State)와 연합민주군과 같은 진영은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한번 실패했던 이슬람 신정국가(Islam Caliphate)에 대한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개척된 첫 에리트레아인 난민촌.
▲에티오피아에 개척된 첫 에리트레아인 난민촌. ⓒ한국 순교자의 소리

◇난민교회의 확산

지하디즘(Jihadism)이 확산되면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기독교 인구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지난 몇 년 간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의 수백 개 교회가 문을 닫고, 나이지리아에서만 2022년 WWL 보고 기간 470개 교회가 폐쇄됐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에 따르면, 2021년 약 8천4백만 명이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으며, 그중 2천 6백만 명이 국외로 쫓겨났다. 수십만 명의 기독교인은 극단주의 이슬람의 폭력(사헬지역 주변국), 강제 징집(에리트레아, 6위), 정부 탄압(이란, 9위), 내전(수단, 13위), 그리고 신앙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박해를 피해 난민이 되었다. 이들에 의해 난민교회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기독교 이재민과 난민들은 이라크(14위), 시리아(15위), 레바논(76위 밖), 요르단(39위)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계속 거주하고 있지만,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과 실질적인 도움마저도 거부당하고 있는 처지이다.

미얀마(12위)에서는 친, 카친, 카야, 샨 등 기독교 지역이 지속적인 분쟁의 표적이 되고, 미얀마군은 교회를 폭격하고, 목회자를 살해하고 억류하고 있다. 2020년 10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까지 이번 WWL이 조사되는 기간 무려 20만 명의 기독교인이 추방되었고, 그중 2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중국은 중국 민족주의와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대응을 이유로, 공식적인 삼자교회에도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중국 민족주의와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대응을 이유로, 공식적인 삼자교회에도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국제오픈도어

◇다양성의 소멸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신념’을 추구하는 중국(17위)은 디지털 기술 요소를 포함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산함에 따라 중국 민족주의, 곧 시민의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중국 정부의 권위와 강제력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는 행동과 신념에 이르기까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1년 5월 새롭게 제정된 중국 법안은 중국 종교 지도자들에게 조국을 사랑하고, 공산당 지도자와 사회주의 시스템을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이 민족적 단합을 훼손하거나 국가를 분열시켜선 안 된다는 이유다. 새로운 규정은 중국 내에서 중국 국민의 외국인 접촉 범위도 제한하고 있다.

인도의 힌두교 승려
▲인도의 힌두교 승려들. ⓒFrank Holleman on Unsplash
인도(10위)는 인도 민족주의 ‘힌두트바’(Hindutva)의 이념에 깊이 빠져들면서 ‘인도인이 되는 것은 힌두인이 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기독교인과 타 소수 종교를 향한 폭력의 흐름은 인도 전역을 넘어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용인되거나 조장되고 있으며, 주류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왜곡 선전되고 있다.

미얀마, 말레이시아(50위), 스리랑카(52위), 중앙아시아 국가들 등에서도 충성과 동질성에 대한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신념’이 모방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이 신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 설치된 CCTV
▲중국에 설치된 CCTV ⓒ미국오픈도어

◇코로나 제한 조치를 이용한 권위적 정부들의 교회 약화 전략

중국은 중국 민족주의와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대응을 이유로, 공식적인 삼자교회에도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허난성과 장시성 지역의 보고에 의하면, 지역 정부가 승인한 모든 종교 시설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공산주의 이념 아래 있는 남미 국가들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조치가 교회를 감시하고 추가 제재를 가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쿠바(37위)에서는 지난 7월 발생한 대규모 시위 후 사회 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높인 카톨릭과 개신교 지도자들이 구금돼 고문을 당하고, 과도한 벌금이 부과됐다. 니카라과(61위)와 베네수엘라(65위)에서도 정부 여당이 카톨릭 주교들을 비방하는 캠페인을 조장하고, 교회 등록 허가를 취소하며 교회들을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오픈도어는 “이처럼 소수 민족들은 점차 의심이 증가하는 사회 속에서 기득권 집단과 소셜미디어의 차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목에 흉터가 남은 나이지리아 남성들.
▲(자료사진)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공격으로 목에 흉터가 남은 나이지리아 남성들. ⓒ한국오픈도어
◇이 밖의 박해 동향들

박해지수가 급등한 국가는 미얀마(18위→12위)와 카타르(29위→18위), 인도네시아(47위→28위), 니제르(54위→33위), 부탄(43위→34위) 등이었다. 또한 신앙을 이유로 압력과 폭력도 증가했다. 믿음 때문에 살해된 기독교인은 작년 4,761명에서 올해 5,898명, 물리적 공격을 받은 교회의 수는 작년 4,488곳에서 올해 5,110곳, 구금되거나 체포된 기독교인 수는 올해 6,175명이다.

2022 WWL에서 폭력지수 상위 10개국은 차례대로 나이지리아(16.7, 이하 WWL 7위), 파키스탄(16.7, 8위), 인도(15.6, 3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15.6, 31위), 콩고(15.6, 40위), 모잠비크(15.6, 41위), 카메룬(15.4, 44위), 아프가니스탄(15.0, 1위), 말리(15.0, 24위), 남수단(15.0, 74위)이었다. 이 중 전체 박해지수가 낮아도 폭력지수는 최상위권인 국가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모잠비크, 카메룬, 남수단 등이었다. 반대로 전체 박해지수가 높더라도 폭력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은 예멘(5.2, 5위), 소말리아(8.5, 3위), 이란(10.4, 9위) 등이었다.

이 외에 기독교 공동체를 향한 끊임없는 압박이 일상 속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흐름이다. 직장 내 차별,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라는 가족의 압박, 구호품과 의료품 수령에 있어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고통, 교회 허가를 방해하는 정부 관료들의 압박은 매우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 김경복 선교사는 19일 오픈도어의 전 수석전략 담당자의 ‘박해받는 교회는 우리에게 신앙의 모델을 제시하고, 우리의 신앙을 끊임없이 경고하며, 우리의 신앙에 큰 격려가 된다’는 말을 전하고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며, 우리가 박해 소식을 들으면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픈도어 설립자 브라더 앤드류의 ‘박해받는 교회의 가장 절실한 필요는 기도해달라는 요청이다. 우리는 할 수 없지만, 기도는 할 수 있다. 우리는 갈 수 없지만, 기도는 갈 수 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 앞에 그 어떤 경계도 있을 수 없고 장벽도 없으며 닫힌 문도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한국교회가 박해받는 교회를 위한 기도 운동부터 동참할 수 있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