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교회 옮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교회를 옮기려고 하는데 왠지 모를 죄의식이 들기도 해서 조언을 듣고 싶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집을 서울에서 김포로 옮기게 되었고, 목사님과 약간의 불편함도 있다고 했다. 긴 대화 끝에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삶의 터전을 옮겨서 계속해서 그곳에서 살 것이라면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고려해봐라. 네가 자랄 때의 행복했던 교회 생활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지 않니? 아이들은 교회가 가까워야 편안하게 교회 모임도 참석할 수 있고,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신앙의 친구도 얻을 수 있을 거야. 부모와 함께 먼 곳의 교회에 가서 예배만 드리고 돌아오는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교회를 옮기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냐.” 이에 덧붙여 새로 정하는 교회는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성경 말씀대로 운영되는 교회여야 한다는 말과 기도로 준비하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성도들이 교회를 많이 옮기는 시기가 새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이때이다.
▲성도들이 교회를 많이 옮기는 시기가 새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이때이다. ⓒunsplash
성도가 교회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도들에게 교회는 하나님과 만나는 장소이고, 신앙공동체로 슬픔과 고통, 행복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다닌 기간이 길고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한 성도들은 더욱더 교회를 옮기기가 어렵다. 이것은 자신의 인생 일부분을 잘라내는 아픔이고 형제자매를 끊어야 하는 슬픔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 멀리 이사 가더라도 다니던 교회로 다니거나 교회를 옮겼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먼 교회를 다니는 부모와 함께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들이 집과 멀리 떨어진 교회를 다니는 것은 아이들 신앙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와 거리가 멀면 부모와 함께 차로 와서 예배드리고 집에 가기에 바빠서 교회의 특별행사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교회 안에서 친구를 사귀고 신앙적인 성장을 이루어나가는 것은 학교 안에서의 교제와 다르지 않다. 부모는 성품과 성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친구들을 가까이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교회 안의 친구와의 교제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학교 못지않게 교회학교 친구들과의 교제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신앙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평생의 친구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그 자녀의 자녀가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보기도 좋고 부럽기도 하다. 지금처럼 가족 간에도 만남이 줄어드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일에 교회를 매개로 매주 떨어져 있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교회가 가까워야 기도 한 번이라도 더하러 간다는 많은 신앙 선배의 말에는 교회가 가까울수록 하나님과의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도 자녀들을 위해서 가까운 교회로 옮기는 것에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좋은 신앙의 모습을 전수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자녀와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까운 교회로 옮기는 성도들을 교회에서 붙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떠나는 성도의 가정이 안타깝기는 하겠지만, 그들이 교회를 옮기는 것이지 하나님을 떠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성도가 옮기는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주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이 될 것이다.

노은영 작가
▲노은영 작가
성도들이 교회를 많이 옮기는 시기가 새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이때이다. 이사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교회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느끼고 있던 성도들은 자신이 교회에서 맡았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회로 옮기기로 어렵게 결정한 성도들에게 교회들은 다른 교회로 가는 성도들을 평안히 보내주고 옮겨오는 성도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은영 작가(사회복지학 석사, 청소년 코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