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담임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어려워하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소통할 수 없어서 아이들의 개인적인 학교생활에 대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은 대부분 일반인이 기피해 왔던 업종에 근무한다. 이들은 경제적 약자에 속하여 시간을 내서 한국어를 따로 배울 여력이 없다. 그런 까닭에 부모들은 아이들 학교에서 전해오는 알림장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학교의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과제를 도와주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돼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학업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처럼 학업성적을 우선시하는 나라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학교 밖으로 던져지고, 그로 인해 사회의 취약계층이 되기 쉽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을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인재들로 바라보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두 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두 개의 언어를 모국어로 쓴다는 것은 두 문화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두 개의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들 다문화 청소년은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문화(K-문화)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귀한 재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K-문화의 세계화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문학작품의 번역임을 생각하면 다문화 청소년은 이 부분의 가장 큰 재원이다. 우리말을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그 나라의 언어로 우리의 정서를 이해시키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 그러나 두 문화에 익숙한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번역한다면 이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될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들은 교회 안에서도 귀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최근 우리의 선교사역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나 이슬람권 선교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움직인다면 훨씬 더 효과적인 선교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우리와 다른 민족이라고 분리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 그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어려움을 우리 교회들이 외면하면 안 된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다. 우리가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을 이교도의 자식이라고 포기한다면 이교도들을 위한 전도 활동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학교나 공공기관이 할 수 없는 빈틈을 교회가 채워주고 메워 줄 필요가 있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해 교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할 때이다.
노은영 작가(사회복지학 석사, 청소년 코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