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온라인 ACTS선교포럼 ‘선교지 교회의 자신학화와 자립’ 다뤄
1일 제1강 이대헌 교수 발표해, 8일 제2강 장완익 교수 발표 예정
“선교사는 현지에서 ‘변혁자’(innovator)가 아닌, 현지 기독교인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는 ‘주창자’(advocate)가 되어야 합니다. 선교사는 현지 기독교인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에젤’(עָזַר, helper)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면 좋겠습니다.”
1일 저녁 아신대학교(ACTS, 구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이 주최하고 ACTS 네팔선교연구원이 주관한 ‘제2회 온라인 ACTS선교포럼’에서 ACTS 외래교수인 이대헌 교수는 “선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손님으로서의 자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ACTS선교포럼은 한국 선교사와 교회를 위해 지난봄 ‘타문화권 선교 재생산’을 주제로 처음 온라인으로 개최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포럼은 11월 1일과 8일 두 차례 저녁 8시 줌(zoom)으로 진행한다. 1일에는 이대헌 교수가 제1강 ‘선교사는 선교지 교회에 자신학화를 어떻게 도울까?’에 대해 발표했으며, 8일 장완익 교수(ACTS 선교대학원 연구교수, 캄보디아교회사연구원 원장)가 제2강 ‘선교지 교회 자립, 어떻게 가능한가: 캄보디아 개신교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전할 예정이다. 김한성 ACTS 교수(네팔선교연구원 연구교수)는 “선교지 교회의 자신학화와 자립은 지난 수년 동안 한국 선교계의 주요 화두”라며 포럼 주제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대헌 교수는 ACTS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신학 석사,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래문화연구원을 개원하여 원장으로 섬기고 있으며 주안대학원대학교, 한남대학교 학제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성육신적 선교사역’(공역), ‘기독교 문화인류학’(공역), ‘기독교복음 전달론’, ‘기독교와 타종교 선교’, ‘위험한 교회’ 등이 있다.
◇선교사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은?
이 교수는 이날 선교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복음에 대한 열정 △복음에 대한 견고한 신학적 확신 △선교대상자에 대한 사랑 △바른 신학적 가르침에 대한 열망 등을 제시했다. 이어 선교사가 갖추어야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으로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손님으로서의 자세’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는 타문화권 선교사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복음사역을 하는 그 누구라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고자 하는 자세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며 다른 것을 인정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말하고, 손님으로서의 자세는 주인인 현지인이 주도하면 선교사는 거드는 일을 하는 것”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역할을 의미하는 구약성경의 용어인 ‘에젤’을 소개했다. “에젤은 도움을 주는 자로 인해 도움을 받는 자가 온전해진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래서 선교사는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바른 도움을 주기 위해 알고자 하는 자세를 갖고,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세워갈 수 있도록 손님으로서 도와주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사는 파송 후 선교지를 배우고 탐구하고 사람들을 사귀는 첫 번째 텀뿐 아니라, 선교지에 머무는 기간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외부인’ ‘손님’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교지에 접근하는 선교사에 필요한 자세는?
이대헌 교수는 이날 “하나의 문화는 그 자체의 생존구조를 갖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 문화가 설정한 가치관과 기본적인 사회문화 구조가 있으며, 내부 구성원들은 그 문화가 규정한 법칙을 잘 따를 때 문화 내에서 생존하는 것이 무난하다. 하지만, 그 문화에 대해 계속 판단, 평가, 비판하면 근본적으로 그 문화에서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고,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화든 내부인이 기본적으로 생존하는 데 지장이 없게끔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에믹(Emic, 내부자적 관점)은 그 생존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진 것을 말하며, 에틱(Etic, 외부자적 관점)은 그 문화의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라며 “에틱이 나쁜 것이냐면 그렇지 않다. 에믹이 무조건 좋은 것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선교사가 선교지에 접근할 때는 기본적으로 선교지 문화, 선교지 사람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에믹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믹으로부터 이 첫 번째 과정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올바른 상황화와 자신학화는 발생할 수 없을 것이며, 에틱이 안 된다면 올바른 상황화와 자신학화가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대헌 교수는 이와 함께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신학이 기본적으로 최종적인 것이라는 의식이 있다. 그래서 다른 관점을 내 기준과 관점에 따라 판단한다”면서 “그러나 어떤 문화든 생존구조로서 그 문화의 상대적 가치를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타문화적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러한 타문화적 관점은 선교사에게 “그 문화 내부의 가치를 뽑아내 복음의 의미를 그 문화가 가진 형식에 담아내고자 하는 기본적 용기와 자세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음의 ‘선포’와 ‘설득’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복음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을 주로 복음을 선포한다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한다”면서 “선포가 틀렸거나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선포가 내포하는 뜻이 상대방이 듣든지 못 듣든지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으로, 선교학적으로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 전도도 (선교대상자가) 복음을 전할 때 듣든지 안 듣든지 그것은 우리 몫이 아니라 그들의 책임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우리가 상대방을 가장 잘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수록,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할수록, 상대방의 말과 태도에 관한 자료를 사용하여 설득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노출되면서 문화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라 문화를 순위로 보면서, 낙후된 지역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문화적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며 “우월감을 느끼는 관점에서 복음을 전하면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고 선포하려고 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에믹의 관점에서 저들의 문화가 가치 있고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 타문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고, 설득을 고민하는 기본자세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사가 건너야 할 문화의 경계는?
흔히 선교사는 자신의 문화에서 선교지 문화로 건너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대헌 교수는 “선교사는 성경의 문화,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 선교지의 문화를 모두 잘 이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교수는 “복음이 그 문화에 들어갈 때 그 문화의 옷을 입는다고 한다”며 “성경도 2천~3천 년 전 지중해 연안에 하나님 말씀이 전달될 때, 당시 문화적 컨텍스트 안에서 전달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성경의 문화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성경 안에서 하나님의 선교적 의도를 추출하는 작업을 우리는 흔히 주석, 주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성경에 기록된 성경의 문화적 컨텍스트와 우리 문화의 컨텍스트를 알지 못하면, 우리 문화와 구분해 복음을 추출해 내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선교사가 선교지에 가면 추출된 하나님의 의도를 선교지 문화에 담아 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선교사는 성경의 문화와 자신의 문화, 그리고 선교지 문화를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타락한 인간의 죄성의 영향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명확하게 다 알 수 없음을 인지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하나님의 진리를 볼 때 우리의 죄성이라는 렌즈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며 “고린도전서 13장 12절 말씀처럼 지금 우리가 보는 현재 알 수 있는 진리의 모습은 흐릿하고 불분명하지만, 예수님이 재림하시고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도래한 그때 비로소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는 것처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흐릿함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은, 그때 우리가 비로소 진리 앞에 겸손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신학적 내용, 혹은 교리적 내용을 절대화시켜 교조화시킬 염려가 항상 있다. 인간에게는 그러한 욕구가 있어, 이런 기본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상황화는 기독교 복음의 초기 단계에서, 자신학화는 기독교 공동체 2대, 3대 이후부터 가능하다”며 “복음이 들어간 시점에는 그 문화와 복음 사이에 충돌되는 부분에서 단절 현상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2세대, 3세대가 되면서 복음으로 단절된 자신들의 문화를 재평가하고, 자신들의 문화적 렌즈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발전시키는 자신학화가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에믹의 관점이 철저히 녹아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문화에 적절하고 탁월한 자신학화 과정을 주도할 수 없다”며 “그런 면에서 선교사는 자신학화 과정의 기본적 스펙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교사는 선교지 교회의 자신학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대헌 교수는 이를 위해 선교사가 갖춰야 할 자세로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선교사는 언제나 자신이 손님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선교지를 30년 섬겨 60세가 된 선교사와 그가 파송됐을 때 태어난 30세 된 현지인 가운데 그 문화를 더 많이 아는 사람은 당연히 30세가 된 현지인”이라며 “왜냐하면 선교사는 자기 문화 속 성장 배경을 갖고 선교지에 들어가 충돌하고 녹여내는 과정에서 이미 이중화를 가진 사람이지만, 현지인은 자기 문화 속에서 기본적 가치관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교사는 현지에서 여전히 ‘손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잊지 않아야만 자신학화에 선교사가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둘째, 선교사는 에믹에서 출발하지만 에틱(예언자)의 관점을 갖추기에 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하나의 문화에 몰입돼 자란 사람은 그 문화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지만, 또 그 문화에 몰입돼 자기들의 문화에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이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을 외부인인 선교사가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최소 10년 이상 그들 문화 속에 깊이 잠겨있던 선교사라면 에믹의 관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며, 외부자적 관점에서도 그 문화의 장단점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 선교사는 변혁자가 아닌 주창자가 되어야 하고, ‘에젤’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도움 주는 자는 절대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에젤이 존재함으로 도움을 받는 자가 보다 온전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연희 아트인미션 선교사는 “혼합주의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건강한 상황화를 이룰 수 있을까는 저희 단체에도 굉장히 큰 이슈”라며 “현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문화의 옷을 입고 토착화된 신앙고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과 선교사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요한 힌두권 선교사는 “선교지 문화를 이해하는 것보다 내 자신의 문화를 성경적 관점에서 평가해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미리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다시 한번 큰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최빌립 힌두권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원래 성경의 진짜 복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좀 더 현지 문화와 구분하여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계속 공부해야 하고, 선교사가 가져야 할 섬김의 자세는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곽아브라함 선교사는 “선교사가 현장에 있는 분들을 세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역지에서 굉장히 열매를 이루고 있다”면서 “‘에젤’과 ‘손님’이라는 단어가 많이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한성 교수는 이날 “성경과 우리 자신, 선교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선교지에서 돕는 자의 위치, 손님의 위치를 기억하면서 주님을 따라갈 때, 선교지 사람들이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하나님을 따르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이라며 “그러한 복을 우리의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마무리 기도로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