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자신학화는 성숙한 말씀 읽기에서 시작
“지금 한국 신학은 번역 신학에 그치고, 수입 신학에 그칩니다.”
9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년 자신학화 포럼(Self-Theologizing Forum) 정기세미나에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국 신학이 서양신학의 번역과 수입 신학이 돼선 안 된다는 뼈아픈 지적을 하며 “주체성과 민족주의로 점철된 단재 신채호의 정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을 한국교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동시에 “한국교회 신학의 흐름과 변화를 짚으면서 ‘자기 신학화’라는 작업을 할 때, 늘 열린 마음으로 세계와 보편성과 소통해야만 자기 함몰에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만열 교수는 1강에서 단재 신채호(申采浩, 1880~1936)의 민족운동과 역사연구, 사학을 소개했으며, 2강에서는 한국교회 신학의 흐름과 변화, 김교신(金敎臣, 1901~1945)의 삶과 사상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이 교수는 “김교신의 ‘조선적 기독교’ 운동은 말씀 위에 조선을 세우고자 했던 정신이었으며, 이 정신은 그의 ‘성서조선’ 활동에 잘 드러난다”며 “김교신의 삶을 반추해 보건대, 올바른 자신학화를 향한 정도(正道)란 성숙한 말씀 읽기로부터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신학 교육 방식을 선교지에서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만열 교수는 “현지에서 교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때가 되면 현지인들이 자신학화를 할 수 있도록 정리해줘야 한다”며 “먼저 성경을 읽게 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성경말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이 성숙해지면 자신학으로 정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 년 전통을 가진 기독교 신학은 알고 보면 각 시대 신앙인이 저마다 당면한 문제의식과 질문을 붙잡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치열하게 씨름하는 과정에서 발전과 계승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만열 교수는 여기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은 신학 하는 사람이 말씀과 시대 속에서 ‘자기’를 질문하고 정립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기’를 ‘일제의 억압을 받는 주권을 상실한 자기’인지, ‘수입신학에 의존하는 자기인지’, ‘21세기 전 지구화, 세계화 속에서 파악되는 자기’인지 질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학화 포럼 위원인 권성찬 선교사(GMF 대표)는 “한국교회 안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영역을 자신학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세미나를 준비했다”며 “당시 ‘조선적 기독교’를 생각했던 선각자들이 그 시작을 우리의 상황이 아니라 성경에서 시작하려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김교신의 ‘성서조선’은 많지 않은 구독자에도 불구하고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시대에 잠시 멈추어 그동안 근대화의 담론인 ‘성장’과 ‘크기’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본질’을 추구했던 선각자들을 반추해 보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