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군인들이 경험하는 피로, 고립과 소외, 두려움, 스트레스 등 정서적, 영적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변화된 군선교 환경에 적합한 군 목회상담과 예배 참석, 기도 생활과 같은 종교적 실천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기독교군종교구) 부설 한국군선교신학회(회장 곽요셉 목사)가 개최한 제21회 군선교신학 심포지엄에서는 군선교신학회 실행위원 전요섭 교수(성결대 파이데이아대학 학장)와 임정인 군종목사(연세대 심리학과 박사 수료, 육군정책 연수)가 코로나 시대 군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효과적인 군 목회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심포지엄은 코로나19 거리두기 준수와 방역을 위해 유튜브 ‘기독교군종교구’ 채널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전한 한국군선교신학회 회장 곽요셉 목사(예수소망교회)는 “목회자는 진리와 왜곡된 진리를 분별하여 오직 진리만을 선포해야 한다”며 “진리는 바로 예수님으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성육신의 삶으로 나타내신 온전한 십자가 복음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피로’의 누적은 활력 상실, 침체, 과민, 짜증, 분노 상승과 함께 ‘관계적 공격성’을 상승시킨다. 대인 관계에서 공격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감춰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불황 장기화에 따른 중산층의 신흥빈곤층 하락이 가져온 사회구조가 사람들의 ‘고립과 소외’를 더욱 부추길 수 있으며, 이런 가정이 대다수 군인의 원가족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화된 두려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두려움에 노출돼 두려움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이로 인해 신앙생활도 나약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이 두려움의 궁극적인 원인은 ‘죽음’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신건강이 더욱 위협받는 코로나 시대에 군인들의 피로 회복을 위한 목회상담 방안으로 전 교수는 신앙적 방법(목회상담, 성경, 찬양, 기도 등)과 함께 군인들에게 ‘소망’과 ‘유쾌한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성경에도 피로, 피곤과 관련한 구절과 이를 신앙적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명확한 구절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시 6:6, 욥 16:7, 사 40:31, 렘 31:25, 욘 2:7)”며 “이런 피로를 극복하는 것은 성경말씀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웨스트민스트신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티모디 레인과 폴 트립은 ‘소망’이 확고할 때 피로와 피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케빈 플랜넬리 등은 부활과 내세, 천국, 보상 등 확고한 신념을 통한 위로가 이 땅에서 삶의 피로와 피곤을 극복할 ‘유쾌한 신념’이라고 표현했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쾌한 신념을 가져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쾌한 신념’으로는 △부활의 기쁨 △하나님과의 연합 △평화롭고 평안한 삶 △밝고 명랑한 천국 △영원한 보상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합 △고통 없는 삶 △두려움 없는 곳 △피로와 피곤 없는 삶 △사랑과 위로가 넘치는 곳 등을 소개했다.
또한 두려움의 정서적 접촉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팬데믹으로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로 인해 ‘정서적 접촉감염’에 노출이 용이하게 된다”며 “이에 WHO는 부정확하고 너무 많은 정보, 불건전한 정보(악성 소문, 루머)가 난무하는 정서적 접촉감염을 ‘인포데믹’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불건전한 정보는 우리의 심리, 정서, 신앙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병사들의 정서적 접촉감염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영적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말씀에 입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요섭 교수는 결론적으로 “군종목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하고, 전쟁의 불안과 공포를 신앙(기도)으로 해소하고자 한 군종병과 창설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찬을 전한 군선교신학회 연구위원 강찬영 군종목사(육군3사관학교 충성대교회)는 “지난해 육군은 코로나19로 인해 군종장교를 통한 회복탄력성 교육을 전 장병을 대상으로 시작했다”며 “회복을 위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은 전평시의 군인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지만, 최근 장기적 방역상황이 이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더욱더 강조된다”고 말했다.
또한 강 군종목사는 “현재 말단 부대까지 병영생활전문상담관들이 배치돼 군종목사의 상담자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이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며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목회자의 상담자로서 역할이 주목되는 시점에 기독교군종교구와 군선교 기관이 군목회자 상담영역 강화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군선교와 군목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군종목사는 “군은 계급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위계질서, 상명하복, 통제된 집단생활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이다”며 “거기에 최근 2년 동안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발생한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군 장병이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극복하는 대처자원으로 종교적 역할이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군종목사는 “예배에 참석한 현역 병사 16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긍정적 종교적 대처와 부정적 종교적 대처는 주관적 웰빙과 모두 관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예배참석빈도는 지각된 스트레스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췄고, 삶의 의미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생활빈도는 긍정정서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임 군종목사는 “공적예배 참석과 사적 기도 생활 등 ‘종교적 실천’보다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의미를 하나님으로부터 찾음으로써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과정인 ‘종교적 대처’가 주관적 웰빙에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며 “긍정적 종교적 대처는 지각된 스트레스를 낮추고 삶의 의미, 삶 만족, 긍정정서를 높였고, 부정적 종교적 대처는 지각된 스트레스를 높이고, 삶의 의미, 삶 만족, 긍정정서를 낮췄다”고 말했다.
임정인 군종목사는 “이에 공적예배 참석과 사적 기도 생활이 신앙심 함양뿐 아니라 주관적 웰빙에 영향을 주며, 주관적 웰빙이 전투준비와 정적인 관계를 보인다는 다른 연구 결과들을 볼 때, 군 전투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공적예배 참석과 사적 기도 생활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군인교회 주관으로 종교적 대처방법을 교육하여 코로나 시대 다양한 스트레스 대처자원 중 하나로 종교적 대처를 의미 있게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논찬을 전한 군선교신학회 연구위원 김아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는 “종교생활의 빈도수와 같은 양적 척도뿐 아니라 신앙생활의 내면적, 주관적 헌신도와 같은 질적 척도와 유관성을 항목에 포함시키면 좀 더 실제적, 입체적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종교활동이 병사에 미치는 삶의 의미 부여와 사생관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반드시 투철한 군인정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며 “추후 실제적 연구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세대에 맞는 창의적 선교방식과 예배, 온라인을 매개로 한 목회적 돌봄을 통해 기독교가 일정 기간의 통제사회에서 병사들의 주관적 웰빙을 위한 치료자가 아니라, 복무 해제 후에도 일생을 통한 제자도의 실천을 통해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하는 제자를 양육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한편, 한국군선교신학회는 이날 발표된 주제논문과 관련된 논문들을 실은 군선교신학 논문집 20권을 함께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