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북한 출신 목회자가 남한에 첫 탈북민교회를 개척한 지 17년이 흐른 현재, 북한 출신 목회자가 개척하거나 남한 출신 목회자가 국내 탈북민 사역을 주요 목표로 개척하거나 성도 구성원 대부분이 탈북민인 ‘탈북민교회’가 전국에 총 58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열매’이자 ‘통일준비의 길잡이’와 같은 탈북민교회의 교세나 재정상황은 전반적으로 열악하여, 한국교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동역이 요청되는 상황이었다. 58개 탈북민교회 중 52개 교회의 평균 성도는 34명이었고, 성도가 60명 이상인 교회는 10%였다. 또 52개 교회의 65%는 교회 월수입이 200만 원 이하여서 수입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했고, 70% 이상은 담임목회자의 사례가 100만 원 이하였다.
이번 통계는 탈북민교회인 뉴코리아교회 정형신 담임목사가 조사하여 10일 총신대학교 종합관 2층 세미나실과 온라인 줌에서 열린 ‘제1회 탈북민교회 통일준비포럼’에서 공개됐다. 포럼은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와 총신대학교 평화통일개발대학원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하고, 불씨선교회가 후원했다.
신학대학원 1학년 때부터 탈북민 사역을 시작한 정형신 목사는 국내 탈북민 사역과 북한 선교의 확산, 남북연합예배의 비전으로 탈북민 세 가정과 2011년 뉴코리아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4대째 북한 지하교인인 김은진 사모(통일부 통일교육원 통일교육 강사, 고려신학대학원 석사)와 결혼하여 동역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척된 탈북민교회는 총 68개, 현재는 58개 운영
정형신 목사는 이날 3개 주제 발표 중 첫 번째 주제1 순서로 ‘탈북민교회 기본 현황과 코로나19가 목회 현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탈북민교회의 정의는 ‘북한 출신 목회자가 개척하거나, 남한 출신 목회자가 국내 탈북민 사역을 주요 목표로 개척한 교회, 혹은 성도 구성원 대부분이 탈북민인 교회’로 보았다.
3월 말 현재까지 국내에는 총 68개 탈북민교회가 설립됐고, 설립연도는 2000년 이전에 2개, 2000년대 17개, 2010년대 47개, 2020년대 2개였다. 2000년 이전인 1999년에 설립된 2개 교회는 정부 부처 내에 세워진 대성공사 평화교회, 하나원 하나교회로, 실제적인 탈북민교회는 2004년 탈북민 출신 이빌립 목사가 열방샘교회, 강철호 목사가 새터교회 등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68개 탈북민교회 중 북한 출신 사역자가 세운 교회는 42개, 남한 출신 사역자가 세운 교회는 25개, 중국 출신 사역자가 세운 교회는 1개다. 이 중 대성공사 평화교회를 포함한 10곳은 현재 문을 닫았다.
정 목사는 “북한 출신 사역자를 통한 교회 개척은 2004년 첫 시작 이후 2005년, 2007년을 제외하고 매년 있던 반면, 남한 출신 사역자에 의해 개척된 교회는 실질적으로 2014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며 “이는 북한 출신 사역자들이 신학 공부를 마치고, 혹은 그 과정에서 탈북민 사역의 일선 현장에 대거 등장하면서 남한 출신 사역자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어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탈북민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립 초기에는 남한 성도들은 섬기는 자, 탈북민 성도들은 섬김받는 자로 역할 구분이 명확했으나, 이후 북한 출신 사역자가 증가하고 탈북민 성도들이 교회 안에 건강하게 자리매김해가면서 남북한 성도 구분이 희미해지고 교회의 짐을 나눠서 지는 형태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민교회의 정의도 변화가 필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정 목사는 “탈북민이라는 특정 대상을 주요 사역목표로 삼았던 초기 탈북민 사역에서 벗어나, 통일선교의 큰 틀에서 남북한 성도들의 통합을 이루어내는 쪽으로 탈북민교회 사역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담임목회자의 출신 지역, 성도 구성원의 출신 비율만으로 탈북민교회를 정의하는 데 한계에 다다랐으며, 통일목회 혹은 통일선교교회의 큰 틀에서 탈북민교회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58개 탈북민교회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 서울(27개, 47%), 경기(14개, 24%), 인천(5개, 9%) 등 수도권 지역에 80%의 교회가 집중해 있었다. 서울에서는 양천구에 6개, 강서구·노원구·송파구에 각 3개씩, 도봉구·영등포구·용산구에 각 2개씩, 강남구·구로구·금천구·관악구·동작구·서대문구에 각 1개씩 소재지를 두고 있었다. 경기도는 고양시에 4개, 김포, 의정부에 각 2개씩, 부천, 성남, 안산, 안성, 평택, 포천에 각 1개씩 있고, 인천은 남동구·서구에 각 2개씩, 부평구에 1개가 있었다. 비수도권 지역은 경북(포항), 광주, 제주, 충남(천안, 아산)에 각 2개씩, 경남(창원), 대구, 부산, 울산에 각 1개씩 있었다.
정형신 목사는 “탈북민교회가 세워진 지역의 탈북민 거주 현황을 대조해보면 인구대비 교회 숫자는 제주도가 157명당 1개로 가장 높고, 경남이 1,082명당 1개로 가장 낮았다”고 말했다. 이 외 수도권은 서울 258명당 1개, 경기 760명당 1개, 인천 579명당 1개, 비수도권은 부산 982명당 1개, 충남 857명당 1개, 대구 663명당 1개, 경북 546명당 1개, 울산 499명당 1개, 광주 294명당 1개로 나타났다며 “향후 탈북민교회 개척 시 지역별 안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민교회의 소속 교단은 58개 중 76%(44개)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였다. 이 중 통합 14개, 합동 9개, 백석 4개, 고신 2개, 합동개혁 2개, 그리고 개혁, 개혁정통, 대신, 보수합동, 비전, 서울총회, 웨신, 합동보수, 합동중앙, 합동한국제일보수, 합신 등이 있었다. 또 기감 4개, 기하성 3개, 기성 2개, 나성 1개가 있고, 특정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교회는 4개였다.
담임목회자의 출신 지역은 58명 중 북한 출신이 35명으로 60%, 남한(기타 외국 국적 포함) 출신이 22명으로 38%, 중국 출신이 1명으로 2%였다. 정 목사는 “목회자 가정 형태도 대부분 부부간 출신 지역이 같았으나, 남한 출신 목회자는 남북결합가정이 2가정인데 반해 북한 출신 목회자는 훨씬 많은 9가정이 한 지붕 아래서 통일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담임목회자의 연령대는 52개 교회 중 북한 출신의 평균 연령은 49세, 남한 출신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또 30대는 3명, 40대는 17명, 50대는 21명, 60대는 10명, 70대는 1명으로, 40~50대(75%)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북한 출신 목회자의 경우 30대는 3명, 40대는 13명, 50대는 11명, 60대는 4명, 70대는 1명인데 반해, 남한 출신 목회자의 경우 30대와 70대는 없고, 40대는 4명, 50대는 9명, 60대는 6명이었다.
부교역자 유무를 조사한 결과 52개 교회 중 63%(33개)가 부교역자가 없었다. 정 목사는 “탈북민교회는 성도들의 신앙뿐 아니라 탈북민의 한국사회 정착, 교육, 취업, 가정, 상담 등 전방위적인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담임목회자 혼자 이 모든 것을 소화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함께 사랑의 수고를 감당하며 서로의 짐을 나눠질 수 있는 동역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담임목회자의 사례는 52개 교회의 42%(22개)가 사례가 없었고, ‘50만 원 이하’ 12%(6개), ‘100만 원 이하’ 17%(9개), ‘150만 원 이하’ 19%(10개), ‘200만 원 이하’ 10%(5개), ‘201만 원 이상’ 0개였다. 곧 70% 이상 교회에서 담임목회자 사례를 100만 원 이하로 책정하고 있었다. 정 목사는 “몇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탈북민교회 목회자들이 사역 현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일정 수준의 사례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자는 시도가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세 현황은 52개 교회 중 60명 이상은 10%(5개)였고, 그 외에는 ‘20명 미만’ 27%(14개), ‘40명 미만’ 42%(22개), ‘60명 미만’ 21%(11개)였다. 52개 교회의 전체 교인 숫자는 성인 1,340명과 아동 413명을 포함해 총 1,753명으로, 한 교회당 평균 34명의 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목사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6개 교회까지 대략 추산하면, 전국 58개 탈북민교회 교인은 2,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탈북민 성도는 남북 성도간의 비율을 40:60 정도로 보면 1,200명, 30:70 정도로 보면 1,400명으로, 국내에서 신앙 생활하는 탈북민 숫자를 대략 1만 명으로 잡았을 때 12~14%가 탈북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하는 『북한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국내 탈북민 기독교(개신교) 비율은 2020년 응답자 14,198명 중 41.4%, 2019년 응답자 13,479명 중 41.1%, 2018년 응답자 12,589명 중 41.4%, 2017년 응답자 11,765명 중 41.7%로 일관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곧 국내 탈북민 3만여 명 중 기독교 비율을 약 41%로 보면, 1만2천 명이 기독교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탈북민교회 목회현장에 미친 영향은?
정형신 목사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예배와 모임의 어려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2월과 코로나 장기화의 피로감에 어느 정도 적응된 12월 기본통계를 대조하여 코로나가 탈북민교회 목회 현장에 미친 영향도 소개했다.
58개 탈북민교회 중 20개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0년 2월 기준 월 평균 수입이 ‘200만 원 이하’ 교회는 14개였다. 구체적으로 ‘100만 원 이하’ 4개, ‘200만 원 이하’ 10개, ‘300만 원 이하’ 3개, ‘400만 원 이하’ 1개, ‘500만 원 이하’ 0개, ‘501만 원 이상’ 2개였다.
정 목사는 “20개 교회 전체 월 평균 수입은 1,99만 원이고, 평균 임대료는 93만 원”이라며 “월수입에서 임대료를 제외한 예산으로 한 달 예배당 관리비와 행정비용, 식사, 심방 등의 사역비가 지출되는데, 그나마 월수입 평균값 이상인 교회는 전체 20개 중 불과 6개밖에 되지 않아 교회 운영에 필요한 재원확보 역시 담임목회자가 전적으로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간 수입액 변화는 2개 교회가 소폭 감소, 2개 교회가 소폭 증가하는 것 외에 정기후원을 포함한 전반적인 재정 상황의 큰 변화는 없었다. 정 목사는 “교회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전체 재정의 약 30%가 외부후원으로 생각된다”며 “전체 교회의 90%가 임대 형태로 예배당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7개 교회(39%)의 임대료 부담이 증가해 2020년 12월 현재 이들 교회의 평균 임대료는 동년 2월 대비 2% 인상된 95만 원”이라고 말했다.
교인 수 변화는 세부적으로는 11개 교회(55%)의 교인 숫자가 줄어들었고, 전체 교인은 684명에서 650명으로 5% 남짓 감소했다. 성인은 526명에서 498명으로 6% 감소하고, 고등학생 이하 주일학교는 158명에서 152명으로 4% 감소를 보였다. 교인 수 ‘20명 이하’ 교회와 ‘61명 이상’ 교회는 각각 1개씩 줄어들었고, ‘21명 이상 40명 이하’, ‘41명 이상 60명 이하’ 교회는 각각 1개씩 증가했다.
정 목사는 전체적으로 재정 상황은 큰 변화가 없으나 담임목회자의 삶의 질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고, 관심을 요청했다. 정 목사는 “각 교회의 재정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기존에 탈북민교회와 동역했던 교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섬김, 각 교단에서의 적극적인 소형교회 및 미자립교회(미래자립교회) 지원 정책 때문일 것”이라며 “재정지원 외에도 일부 교회와 기관에서 탈북민교회의 비대면 예배를 위한 영상장비 지원, 음향시설 교체, 생필품 지원 등 실제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 초 2개 탈북민교회가 문을 닫은 것은 코로나와 직접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봤다. 정 목사는 “탈북민교회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목회 현장을 지켜왔기 때문”이라며 “다만, 그동안 담임목회자는 자비량 사역과 다름없이 탈북민교회 목회 현장을 지키면서 외부 강의와 사역 나눔, 아르바이트, 비정기적인 후원으로 생활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거의 모든 외부 사역이 중단되었고, 이로 인한 수입과 후원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또 이들 목회자에게는 탈북민 성도 가정이 직면한 어려움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예년보다 더 많은 수고와 헌신이 요구되었다”며 담임목회자 개인의 삶의 질이 크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 목사는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목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담임목회자 개인과 가정의 손을 잡아주는 동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 나아가 각 교단 내에 북한선교위원회 혹은 통일선교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만들어져 있지 않거나 군소 교단에 소속된 탈북민교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북한기독교총연합회와 같은 탈북민교회 통합 창구를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선교의 열매 탈북민교회
한편, 정형신 목사는 “탈북민교회의 주요 모토 중 하나는 ‘북한에 세워질 교회의 못자리 혹은 모델이 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교회가 북한선교뿐만 아니라 민족 복음화와 복음통일, 그리고 열방선교를 목회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북한 어느 지역에 어떤 형태의 교회를 세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민교회 사역의 특징은 일반적인 교회 사역과 더불어,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 NGO 사역, 북한선교 동원을 위한 선교회 사역, 그룹홈, 대안학교 혹은 방과후 학교, 북한 내지사역 등을 병행하고 있었다. 정 목사는 “북한선교의 핵심은 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수만 명의 북한 사람을 남한 땅에 보내주셨고, 탈북민교회는 이들을 보듬고 만나는 가장 좋은 장소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탈북민교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도움이 필요한 미자립교회 중 하나’가 아닌, ‘한국교회 북한선교의 열매’, 그리고 ‘북한선교의 현장이고 실제이자 통일준비의 길잡이’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과거에 대한 열매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길잡이인 탈북민교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서, 함께 동역하기를 한국교회에 부탁한다”고 말했다.
채경희 교수(총신대 평화통일개발대학원)를 좌장으로 진행된 이 시간에 논평을 맡은 김의혁 교수(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는 “탈북민교회의 정의는 추후 보다 정교하게 정리될 필요는 있다. 북한 출신 목회자가 탈북민 사역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남한 성도가 늘어 다수가 되고 사역적 범주도 탈북민 사역을 넘어 확대되는 경우 탈북민교회로 지칭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탈북민교회를 협소한 정의 안에 두는 것이 효과적일지, 탈북민교회의 경계를 보다 유연하게 정의하면서 확장해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한 출신 목회자의 탈북민교회 개척이 줄어든 상황에 대해 “북한 출신 사역자들이 개척하는 교회가 많아지는 흐름은 자연스럽고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며 “2010년 이후 남한 출신 목회자들의 교회 개척이 적어진 데에는 북한 출신 목회자 부상 외에도 통일선교 사역에 동참하는 다음세대의 남한 출신 목회자가 적어진 것은 아닌가 주목한다”며 “2010년대 이후 탈북민교회 설립현황은 북한 출신 목회자의 성장을 보여주는 귀하고 감사한 지표인 동시에 젊은 남한 출신 목회자들의 통일선교 참여 기회 확대와 성장의 과제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