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2021년은 흰 소의 해입니다. 인도에서 흰 소는 가장 상서로운 동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는 우직하고 성실하고 근면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는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가죽은 가장 일반적인 가죽제품의 원료이고, 소고기는 맛있고 고급스러운 고기의 상징이고, 우유는 아이부터 어른들을 위한 영양식품이고, 소똥은 거름에도 많이 쓰이지만 인도 시골지역에서는 동그란 빈대떡 모양을 만들어서 불을 피우는 재료와 벽과 바닥에 시멘트처럼 발라서 벌레들을 쫓는 용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쇠오줌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는 데 좋다는 소문이 돌아 최근 소비량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간디의 고향인 구자라뜨 주에서는 쇠오줌의 하루 소비량이 6천 리터가 넘었다고 하고, 아마존에서는 1리터의 쇠오줌이 3, 4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또 쇠오줌 스프레이는 몸에 뿌려서 몸에 서식하는 해로운 미생물을 없애는 용도로 쓰일 뿐 아니라, 종교적인 의식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소의 존재는 생명공학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소의 태아혈청은 줄기세포를 키우는데 긴요하게 쓰임받고, 한 마리의 소는 수백 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하는 항체 공장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을 신속하게 생산하기 위한 작전으로 전개된 워프 스피드 작전에도 소의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죽에서부터 배설물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희생하기 때문에 마가복음에서는 예수님을 열심히 일하고, 하나도 남김없이 희생하는 소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마가복음 10장 45절을 읽어본다면 그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올 것입니다.
힌두교의 사상 속에서 흰 소는 어머니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사상의 배경은 항상 종교적 측면과 환경적(또는 경제적)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고 자체가 매우 종교적인 인도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수많은 신을 생산하였습니다. 인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리그 베다는 기원전 1500년경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경전 안에는 수많은 자연신이 나오는데 태양이나, 달, 별을 비롯하여 토지, 물 등의 모든 자연 만물을 수많은 신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신의 현현이 곧 신이라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신들도 그 신들을 낳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를 필요로 하는데, 그 신들의 어머니가 바로 아디띠(Aditi)라는 여신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아디띠의 화신이 바로 흰 소이기 때문에 흰 소를 어머니의 화신으로 인식을 하고, 이러한 인식 속에는 신들을 창조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인 생각 속에는 아리안들이 유목민이었고, 축산업이 고대 문명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는 사실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도의 종교와 산업은 깊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작용하고 있는데요. 인도의 사막 지역인 뿌시까라에서 매해 열리는 뿌쉬까르 멜라는 인도에서 가장 큰 가축시장이기도 하지만, 창조의 신 브라흐마에 대한 제사와 깊은 관계성을 가지고 전국적인 축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기름과 호떡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러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매우 종교적인 것이 매우 경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가 인도사람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맥락이 될 수 있습니다.(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