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선교단체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은퇴 준비 현황을 점검한 결과 선교사의 60% 이상이 은퇴 연금이 준비되지 않았고, 80% 이상은 은퇴 준비를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 1월 5일부터 1월 말까지 진행됐으며, 216명이 응답했다. 조용중 목사(글로벌호프 대표, KMWA 직전 사무총장)는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기독의사회 연차세미나에서 건강한 선교사 은퇴를 돕기 위한 제언을 발표하며 이같은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조 목사는 “20대와 30대 선교사 전체를 합한 수보다 60대 이상 선교사 수가 2배 이상 많다”며 “네 명 중 한 명이 60대 선교사이고, 이는 앞으로 10년 이내 쏟아질 은퇴선교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의 황금기를 일구었던 1세대 선교사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의 은퇴와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선교사들이 선교사역을 종료하는 이유는 건강, 자녀 교육, 현지 상황, 파송교회 후원의 문제, 개인적 직업 전환, 고령 등이다. 조용중 목사는 “선교단체에 따라 은퇴 연령이 없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50대 이전에 선교사역을 종료할 때는 ‘사임’이라고 하고, 60대 이후 변화에 대해서는 ‘은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은퇴 선교사가 되면 파송 선교단체의 멤버십과 선교후원금 입금이 종료된다. 공식적 사역이 종료되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은퇴 선교사로서 사역적, 재정적, 정서적 변화와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며 “재정적 준비가 우선적이고 실제적”이라고 언급했다.
은퇴 이후 재정적 준비에 대해서는 파송단체, 소속 교단의 은급제도, 부모나 자녀들의 후원 역량, 개인 재산이나 연금 차이로 인해 개인차가 많다고 했다.
조 목사는 “저 때만 해도 선교사가 은퇴를 준비하는 것은 선교사의 영성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최근에는 선교사들에게 주택청약에 들어가라고 권유하고, 국민연금이 가장 좋은 은퇴 후 생활비의 원천이라 보고 국민연금 가입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서 2019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3세였다. 또 작년 12월 말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최소 노후 생활비는 매월 부부 기준 194만7천 원, 개인 기준 116만6천 원, 적정 노후 생활비는 매월 부부 기준 297만8천 원, 개인 기준 164만5천 원이다.
GMS 선교사 은퇴 준비 현황
이날 조용중 목사는 최근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의 은퇴 준비 현황 설문 결과에 앞서 2018년 윤은혜의 ‘선교사 은퇴 이후의 복지대책에 관한 연구’에서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선교사 145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자료를 먼저 소개했다.
당시 GMS 소속 선교사 설문통계에 따르면 ①은퇴 후 주택에 관한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혀 없다’가 52%로 가장 많았고, ‘있다’(20%), ‘약간 있다’(17.9%), ‘보통이다’(9%) 순이었다.
②은퇴 후 주택에 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면 어떤 조건인지 묻자 ‘전혀 없다’(54%), ‘본인 소유’(15%), ‘부모소유’(15%), ‘전월세’(10%), ‘타인 소유’(4.8%)라고 대답했다. ③은퇴를 위한 주택청약에 가입했는지 묻자 ‘가입’(50%), ‘미가입’(30%), ‘계획 없음’(11%), ‘가입 중 중단’(4.8%), ‘가입할 계획’(3.4%) 순으로 응답했다.
④은퇴 후 생활비의 원천은 ‘국민연금’이 57%로 가장 높았고, ‘교회 후원’(27%), ‘가족 후원’(8.3%), ‘개인 재산’(5.5%), ‘부모 유산’(1.4%) 순이었다. ⑤은퇴를 위해 개인적으로 국민(개인) 연금이나 보험연금에 가입되었는지 묻자 절반 이상이 ‘가입’(57.9%)했다고 대답했고, ‘미가입’(26.2%), ‘가입 중 중단’(6.9%), ‘가입 계획’(6.2%), ‘가입 계획 없음’(2.8%)으로 나타났다.
⑥은퇴 후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한 질문에는 ‘생활비 마련’(51.7%)과 ‘주택 해결’(35.2%)이 1, 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 ‘의료혜택’(7.6%), ‘가족과 친구’(2.1%) 순이었다. ⑦은퇴 이후 사역을 지속할 계획에 대해서는 ‘있다’(41%), ‘보통이다’(17.9%), ‘매우 있다’(17%),
‘약간 있다’(17%)고 답하고 6%만 ‘전혀 없다’고 답해, 대부분 은퇴 후에도 사역을 계속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용중 목사는 최근 KWMA 설문은 “2년 전 교단선교부 선교사 대상 통계에서 볼 수 없던 선교단체 파송 개별 선교사들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다”고 말했다. ①단체의 은퇴 기금 보유 및 준비 여부를 묻자 ‘단체의 은퇴 기금은 없고 개인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가 82%로 매우 높았고, ‘20년 이상이나 특정 기간 이상 봉직한 선교사를 위해 은퇴 기금 준비되어 있다’가 18%였다.
②은퇴기금이 준비되지 않은 기관에서 은퇴 준비를 어떻게 안내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선교사 개인에게 맡긴다’가 84.4%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기관 외부의 좋은 은퇴연금 프로그램을 알선한다’(11%), ‘기타’(4%) 순이었다. ③단체의 선교사는 은퇴 재정이 어느 정도나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10% 미만(35.7%), 10~30%(31.7%), 30~50%(9.5%) 50% 이상(8.7%) 순으로 대답했다.
④단체의 은퇴주택 보유 여부도 거의 대다수(93.2%)가 ‘없다’고 답했고, ‘있다’는 6.8%뿐이었다. ⑤은퇴 연금이 준비되었는지 묻자 61.2%는 ‘아니오’라고 답했고 38.8%만이 ‘예’라고 대답했다. ⑥개인의 은퇴 연금 종류는 ‘국민연금’(58.9%)이 가장 높았고 ‘개인연금’(37%), ‘단체연금’(27.4%) 순이었다.
⑦은퇴 시 재정독립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단체나 기타 후원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51.4%)이라고 대답했고, ‘자녀나 가족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28.6%), ‘개인적으로 마련되어 있다’(18.6%)가 뒤를 이었다. ⑧선교사의 은퇴 후 건강 유지 대책(중복 응답)은 ‘국민건강보험 가입’이 84.8%로 가장 높았고, ‘의료실손보험 가입’(30.6%), ‘기타 보험 가입’(9.5%), ‘보험 없음’(2.7%) 순이었다.
⑨은퇴 후 활동 계획은 ‘있다’가 72.8%로 ‘없다’(27.2%)보다 훨씬 많았고, ⑩은퇴 후 활동의 종류는 ‘사역 현지 지원사업 지속’(42.9%), ‘새로운 사역 개발’(31.1%), ‘국내 외국인 사역에 협력’(21%)이라고 대답했다.
조용중 목사는 “일부 교단은 목사 출신 선교사는 은퇴기금이 있고, 주택청약도 강조하는 등 선교단체 선교사보다는 좀 더 은퇴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일반 선교단체도 국내에 와 있는 국제선교단체 지부는 은퇴기금이 있는데, 일반적인 한국의 자생선교단체 소속 선교사는 은퇴기금이 준비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퇴 선교사 개별 인터뷰에서 선교사 3명은 각각 “한국으로 귀국 후 월세 20만 원으로 살아간다” “코로나로 임시 귀국 후 안식관과 가족들 집을 한 달 단위로 이사 다니고 있다” “노인기초연금과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데, 한 달 의료비로 20만 원을 지출한다”고 말했다.
선교사의 건강한 은퇴를 위한 제안
조용중 목사는 “저는 오랫동안 선교 리더십을 가지고 살면서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아온 선교사인데도 국민연금이나 은퇴기금이 없고 은퇴 주택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저도 이 정도로 준비가 안 된 상황인데 일반적인 우리 선교사님들은 어떨까”라며 교회와 단체, 개인 선교사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건강한 은퇴 준비를 위해 먼저 개인 선교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은퇴를 앞두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야 한다”며 “파송교회와 선교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또 “100세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선교사로서의 사역 시기가 아니라 전체 인생을 디자인하고, 은퇴 준비는 여유 있을 때가 아닌 다른 지출을 하기 전에 먼저 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경제활동을 준비하는데 장기적 수입 창출의 원천을 마련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라”고 제안했다.
파송단체를 향해서는 “선교사들과 시작부터 은퇴 계획을 함께 세우고, 공동체 주거 방안, 은퇴자 수입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나 기타 방안을 마련할 것”을 부탁했다.
파송교회에는 “개인 선교사들이 최소한 국민연금을 들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하고, 선교 후원금 가운데 일부를 은퇴금으로 따로 적립할 것”을 제안하고 “교인들에게는 선교사 은퇴 준비가 불신앙적인 것이 아님을 교육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