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게해 강진 이즈미르 피해 현장
▲30일 에게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붕괴된 이즈미르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사역자

지난 30일 오후 3시쯤(이하 현지시간) 터키 서부해안 에게해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1일 현재 80여 명이 사망하고 9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는 진앙 인근의 터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에 집중됐다. 이즈미르에서 42년간 거주한 S 선생은 지난 31일과 2일 선교신문과의 두 차례 전화 인터뷰에서 “구급차 구조 활동을 위해 뉴스에서 외출 금지를 당부하여 한동안 나가지 못하다가, 어제(1일) 예배 이후 피해가 심각한 곳을 둘러보았다”며 “외벽이 심하게 금 간 건물, 앞으로 반쯤 쓰러진 아파트, 완전히 붕괴한 건물들 사이에서 이사하는 사람들로 아수라장 같은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S 선생은 “40년을 넘게 살다 보니 지진을 상당히 많이 겪어봤는데, 이번 같은 지진은 처음 경험했다”며 “최근 터키 정부의 사역자 추방 및 비자 거절로 외국인 사역자들은 얼굴을 드러낼 수 없어 기도하면서 도움의 길을 찾고 있고, 현지 교회들은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는데 무너진 건물 속에서 사망자들이 나오는가 하면 아직도 생존자들이 구해달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며 터키를 위한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터키 에게해 강진 이즈미르 피해 현장
▲30일 에게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붕괴된 이즈미르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사역자

S 선생은 42년 전 한국무용 순회공연 차 터키에 들어온 이후 현재까지 이즈미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즈미르는 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 중 두 번째인 서머나 교회가 있던 서머나 지역”이라며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살던 이태리인들의 후손들이 있어 의외로 카톨릭 교회도 많고, 여러 나라에서 온 사역자들을 통해 터키인 가정교회들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ㅡ지진 발생 당시 어떠셨나요. 또 현지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번 같은 지진은 처음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흔들렸으면 이즈미르가 쑥대밭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열 채 이상의 아파트 건물이 붕괴해 사망자, 부상자들이 계속 나오는데 숫자는 더 늘 것 같습니다. 그나마 낮에 지진이 발생해 빈 아파트가 많았는데, 저녁에 발생했으면 어마어마한 사망자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붕괴된 건물에서 생존자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터키 강진 지도
▲진원지 위치를 표시한 지도. 붉은색 원은 15km, 주황색 원은 30km, 노란색 원은 50km 반경 범위다. ⓒreliefweb.int 홈페이지 캡처

ㅡ터키 에게해 지역은 과거부터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과 여러 단층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진다발지역인데요, 이것이 주민들의 삶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습니까.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함이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깔려 있습니다. 지진에 대비해 보험도 많이 들고, 터키법에 따라 건물이 들어설 때 내진설계를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요즘 오래된 아파트들은 헐고 새 건물을 세우는데 반드시 지진에 대비해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하도록 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오래된 건물이 많이 무너졌습니다. 만일 터키 동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면 더 많은 건물이 무너졌을지도 모릅니다.”

ㅡ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이즈미르는 어떤 곳인가요.

“이즈미르는 인구 45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터키에서 세 번째 큰 도시입니다. 근처 60~80km 안에 에베소,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 요한계시록 일곱 교회가 있던 지역입니다. 특히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이즈미르와 이스탄불, 섬 쪽에 몰려있는 서부 대도시에는 터키족이 사는데 동부에 사는 쿠르드족에 비하면 교육 수준이 높고 지식인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복음을 들을 때 반대하는 경향도 있지만, 수긍하는 이들도 있고 스스로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터키 동부의 쿠르드족은 성경에 나오는 메대인의 후손입니다. 동부는 서부에 비하면 교육수준이 조금 낮지만, 그것을 떠나 역시 성령님께서 역사하셔서 복음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터키의 많은 가정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하거나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로 직접 대면하는 것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복음을 전하는 국내외의 젊은 사역자들이 늘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복음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터키 에게해 강진 이즈미르 피해 현장
▲30일 에게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붕괴된 이즈미르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사역자

ㅡ터키는 성경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중요한 국가입니다.

“터키는 성경의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배경이 된 땅입니다. 아브라함의 도시 하란, 노아의 방주가 다다른 아라랏 산이 있습니다. 또 사도 바울의 1차 전도지가 완벽히 터키 땅이고, 2~3차 전도지가 그리스와 터키 땅입니다. 바울은 유대인이었지만 로마 국적을 갖고 터키 땅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라크, 시리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과 함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생한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터키에 성지순례를 오시는 분이 많은데, 잦은 지진으로 소아시아 일곱교회가 거의 무너져 있고 방치된 상태입니다. 사실 이 나라가 기독교 국가라면 방치하지 않았을 텐데, 98%가 이슬람(수니파)을 믿다 보니 기독교 유적은 방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것이, 라오디게아는 터키 정부가 1년 365일 발굴 중입니다. 라오디게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굉장히 발달한 도시였다고 합니다. 완전히 발굴하려면 100년에서 600년까지 걸린다고 하니, 방치하고 있다고만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봅니다.

사실 그 무너진 돌들은 우리의 신앙을 점검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전 역사를 찾는 성지순례자분들이 영의 눈을 뜨고 성지순례를 하신다면, 추위와 도적의 위협 속에서도 이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다니던 사도 바울의 뜨거운 선교 열정이 조금이라도 묻어온다면 신앙의 유익이 될 것 같습니다.”

ㅡ터키를 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즈미르는 터키 3대 도시이고, 도시 전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보니 물자 등 긴급한 필요는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눈, 비가 오면 더 큰 도움이 필요할 텐데 아직 영상 20도이고, 현재로선 비가 오지 않습니다.

저는 늘 주님이 이 땅에 빨리 임하시기를 기도하는데, 함께 기도를 요청합니다. 밖을 바라보면 전부 하나님의 마음을 찌르는 첨탑이 많습니다. 십자가가 달린 교회는 보이지 않는데, 아직 예배당을 세울 수 없고 가정에서 모임을 갖기 때문입니다. 우상이 이 땅에서 물러나고 예수님이 터키 민족에게 임하시길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 현 정부가 사역자들을 많이 추방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강권적으로 모든 사역자에게 힘을 주시고 언어와 문화, 역사를 습득한 선교사들이 더는 추방되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법으로는 신앙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신앙의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사역자들이 자유롭게 사역할 수 없어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로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