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연례 선교 이벤트인 해외 단기선교여행(이하 단기선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시에 중단됐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 확산 수준이나 보건의료 체계, 방역 능력 등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더는 이전처럼 자유롭게 단기선교를 떠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코로나 시대, 단기선교는 끝났는가’라는 주제로 30일 유튜브, 줌으로 열린 단기선교 포럼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까지 한국교회가 해오던 방식의 단기선교는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장점도 있었지만, 문제와 한계도 뚜렷한 한국교회 단기선교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변화를 꺼리는 관성에 의해 모두가 주저해 왔다면 이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션파트너스와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가 8월 8일부터 20일까지 구글 비대면 설문으로 조사한 ‘코로나 시대와 단기선교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설문에는 단기선교 일반 참가자(성도) 225명, 목회자 및 선교담당자 81명, 선교사 99명 등 총 405명이 참여했다. 김진협 간사(GAIN KOREA), 이영학 간사(미션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 황예레미야 선교사(그나라선교회 대표)는 이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단기선교 참가자, 지역교회 목회자, 현장 선교사 세 그룹에서 각각 10여 명과 수차례 토론회를 연 후 분석과 평가 자료를 함께 발표했다.
이들은 “관성에 따라 휩쓸리듯 굴러가던 단기선교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시에 멈춰버린 상황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단기선교를 어떻게 해왔는지를 비로소 돌아보게 해주었다”며 “그뿐 아니라 우리가 단기선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그 민낯을 들추어내 주었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응답자들은 기존 한국교회의 단기선교는 ‘선교사를 돕는 형태’로서의 단기선교가 50%를 넘는다고 답했고, 일반 참가자 응답자의 62%(응답자 223명 중 139명)는 코로나로 이러한 형태의 단기선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발표자들은 이에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의 단기선교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일반 참가자에게 단기선교란=일반 참가자들이 말하는 단기선교는 단편적인 해외 선교 현장 방문이 핵심이며, 파송 혹은 협력선교사들을 돕는 것이었다. 일반 참가자들은 한국교회의 단기선교를 ‘선교사의 협력’(225명 복수응답 중 138명, 61.3%), ‘전도 등 현장사역’(132명, 56.7%)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발표자들은 “그 사역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선교사 혹은 선교지를 도왔다고 볼 수 없다”라며 “많은 경우 현지의 필요보다 교회가 준비한 사역을 쏟아내고 오는 일방적인 선교, 선교를 경험하는 체험 위주 단기선교 프로그램이 구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 참가자들은 단기선교의 미흡한 점과 잘못된 점에 대해 ‘우리 중심의 선교’(응답자 223명 복수응답 중 135명, 61%), ‘같은 패턴의 선교’(135명, 60.5%), ‘비전트립’(110명, 49.3%), ‘선교 준비 미흡’(34명, 15.2%)을 꼽았다. 목회자 및 선교담당자들은 ‘우리 중심의 선교’(응답자 79명 복수응답 중 50명, 63.2%), ‘같은 패턴의 선교’(48명, 60.7%), ‘비전트립’(24명, 30.3%), ‘선교 준비 미흡’(13명, 16.4%)이라고 답했고, 선교사들은 ‘우리 중심의 선교’(응답자 94명 복수응답 중 57명, 60.6%), ‘비전트립’(38명, 40.4%), ‘같은 패턴의 선교’(37명(39.3%), ‘선교 준비 미흡’(24명, 25.5%)을 꼽았다.
◈선교사에게 단기선교란=선교사들도 단기선교를 현지 선교사의 사역을 돕는 것으로 인식했다. 아울러 일반 참가자나 목회자와 달리 단기선교 사역의 대부분 요소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도 여전히 단기선교팀을 보조적인 역할에만 국한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발표자들은 “단기팀들이 전략적으로 준비되어 오길 원하지만, 현장 사역의 필요 때문에 보조적인 역할을 더 선호한다는 양면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필요한 단기팀 영역으로 ‘교회학교’(응답자 95명 복수응답 중 50명, 52.6%), ‘찬양팀 관련’(41명, 43.1%), ‘상담 등’(28명, 29.4%)을 원했고, 추후 단기팀을 받을 시 팀 구성은 ‘다수’(응답자 99명 복수응답 중 41명, 41%), ‘소수’(34명, 34%), ‘상관없다’(24명, 24%)라고 답했다.
◈단기선교, 이대로 괜찮은가=발표자들은 단기선교의 가치는 충분히 유지되어야 하지만 현재 단기선교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단기선교 현장에서도 이미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사회와 연결성을 가지고, 개인 구원 차원이 아닌 지역의 총체적인 변화를 도울 수 있는 기능적 준비가 요구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참가자, 목회자, 선교사 세 그룹 모두 선교 자체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수정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코로나를 시점으로 국내 다문화 사역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거나 소수 전문가 중심의 단기선교로 바뀌어야 한다는 등 전격적인 패러다임 변화는 어느 구성원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선교 단점에도 왜 변화 어려웠나=선교사는 일회성으로 오는 팀에게 장기적인 것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기 어려웠고, 사역 방식에 대해 한국 측과 상호 투명하게 의사소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단기팀 입장에서는 단기선교 프로그램 자체의 일회적 성격에 따른 지속성 부족, 준비 기간의 부족 등의 원인이 있었다. 단기선교에 대한 이해, 철학,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대로 없는 선교 경험이 부족한 목회자가 인솔하는 단기선교는 일회적이고 좁은 시야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방식의 선교로 전환은=일반 참가자는 향후 기존 장단기 선교보다 국내 이주민 사역에 더 무게를 실은 반면, 목회자는 선교사 케어, 기도회 진행 혹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등으로 대응한다고 대답했다, 선교사는 방향 전환보다 이전 사역의 재정비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발표자들은 이주민 사역에 대해 “이주민 사역과 기존 단기선교는 이론적으로 비슷할 수 있으나 지역교회 입장에서는 다른 개념”이라며 “어떤 교회는 이주민 사역을 해외선교가 아닌 국내 목양 사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국내 외국인 사역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단기선교에도 ‘소수의 전문인 선교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교회는 코로나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대부분 교회가 예배 중단 등 교회 내부적 어려움으로 인해 단기선교는 차선으로 밀려났다. 또 교회들은 단기선교에 대해 파송 및 협력선교사와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대신, 온라인 사역으로 전환하거나 선교훈련, 선교기도회, 선교헌금 특별 모금, 구호 및 사역 지원 물품 보내기 등 활동을 진행했다. 국내 외국인 사역에 뛰어들거나 사역 단체를 돕는 교회들도 있었다.
◈앞으로의 단기선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선교의 새 부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발표자들은 가장 먼저 “교회가 현장 선교사들과 동반자적 입장에서 공동으로 중장기 계획을 함께 고민하고 세워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고 난 후 “선교 현장을 경험하지 못하는 일반 성도들에게 어떻게 선교적 도전을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더 이상은 나가고, 나가서 할 것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선교 자체를 공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단기선교가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현장의 필요에 따라 기획되어야 하며, 이는 온라인 사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들은 “전문사역팀을 꾸려 현장 필요에 맞게 진행해야 하며, 기간과 인원에 더이상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으로는 “단기선교가 중장기 선교사 발굴의 기회이기도 한 만큼, 열매를 몇 개나 맺을지 알 수 없는 씨앗처럼 가성비를 따질 사항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발표자들은 마지막으로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우리 시선이 대부분 내부로 많이 쏠렸지만, 2021년에는 우리의 방향을 다시 선교지로 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이해와 목적을 가진 단기선교 참가자, 목회자, 선교사 간의 목표, 목적, 방향성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져야 하고, 교회와 교회 간, 교회와 선교단체 간 연합을 통한 통합적 선교의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전문성을 지닌 선교단체와 자원을 지닌 교회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와 불신을 줄이고, 한 목표를 향해 강한 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위기 또한 성장과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