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방역과 격리·봉쇄가 일상화되고 해외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타문화권 현장으로 나가는 선교도 위축된 가운데 선교계에서는 한국을 찾아온 타문화권 외국인 이주민 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줌과 유튜브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제6회 열방네트워크 이주민선교포럼에서는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200명에 가까운 목회자, 선교사, 이주민 선교 담당자와 관심자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 이주민 선교의 30년 역사와 그 중요성에 비해 실제 지역교회의 사역 참여율이 크게 저조한 상황을 인식하고, 지역교회 목회자들부터 이주민 선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와 함께 지역교회에 구체적인 이주민 선교 로드맵과 훈련을 제공하고, 창조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주민 사역 역시 해외 현장 사역과 마찬가지로 내부자들이 스스로 믿음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사역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에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의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이주민 선교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열방선교네트워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주민 선교 전문가들과 포럼 참석자들은 포럼 직후 질의응답 시간뿐 아니라 포럼 이후에도 참석자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이주민 교회 개척과 제자훈련, 이주민 교회 사역자 찾기,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사역에 대한 입장, 다문화 자녀 교육, 이주민 의료지원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태국과 베트남 이주민 사역, 캄보디아어 성경공부 교재 등 국가별 이주민 선교 정보도 활발히 나눴다.
“이주민 선교, 지역교회와 협력은 필수”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 선교’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 앞서 드린 개회 예배에서는 KWMA 운영위원 김영휘 목사(GMS 명예선교사)가 설교하고, KWMA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 백성훈 예향교회 목사가 격려사를 전했다. 이어 열방선교네트워크 대표 이용웅 선교사(의정부 태국인교회)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국내 이주민 교회 개척’, 서기원 선교사(부천 몽골교회, GMS 다민족사역공동체 훈련팀장, KIMA·한국이주민선교협의회 공동대표)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국내 이주민 선교 방향’, 이미희 선교사(타이 포천안디옥교회)가 ‘위드 코로나 시대의 국내 이주민 교회의 전도와 양육’, 임광순 장로(온누리교회, 열방선교네트워크 사무국장)가 ‘경기 북부 이주민 선교 및 다문화가정 선교현황 및 실제’에 대해 발제한 후,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대표)가 논찬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대부분 외국인은 자기 문화와 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언어, 문화가 다른 외국인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할 때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은 일주일 내내 힘들게 일하다 영적 목마름으로 예배를 드리고, 복음에 대한 수용성도 선교지보다 빠른 것을 느낀다”며 “그들로서는 한국이 이방 땅이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좀 더 복음에 수용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외국인 노동자 사역에 대해 △지속적 양육이 어렵고 △동질 집단 교회 구조를 맛보았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 교회 적응이 어려우며 △교회가 없는 고향에 갈 경우 자생 신앙공동체를 형성할 능력이 약하고 △교회에 나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 지속적인 외국인, 이주민 증가 추세가 예상되고 △국내외 외국인 사역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본국 귀환 후 후속 관리로 현지교회와 연결 및 현지 심방, 가족 초청 집회를 열 수 있고 △연장 신학교육 과정 운영으로 지도자 양성 등으로 사역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또한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네팔, 인도 등의 선교사들이 비자발적 철수를 하고, 코로나 이후 각국의 더 많은 선교사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며 “국내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이주민과 유학생 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 마련, 지역교회와 협력, 다민족교회 사역, 또 다른 사역자 발굴 등 적극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기원 선교사는 “한국교회도 영적으로 혼란하고 무기력하고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주민교회도 마찬가지”라며 “코로나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을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및 이주민 교회를 새롭게 하시려는 섭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선교사는 “이때 진정으로 회개하고 새로워지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부흥을 한국교회와 이주민 교회에 주실 것”이라며 “특별히 한국교회의 부흥은 한국교회 변방에 있는 이주민 교회들, 디아스포라 교회들을 통해 도전받고 그 불길에 의해 개혁하고 부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했다.
이미희 선교사는 20여 년 전 직장 일로 들어간 태국에서 아버지는 태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한국에 돌아와 서울 안디옥교회 파송으로 김포와 포천에 태국인교회를 세운 사례를 나눴다. 이 선교사는 “타이 포천안디옥교회 개척 후 2년 8개월 동안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속적인 부흥이 일어났고 결실을 맺었다”며 “매일 전도하고 정한 날짜에 꼭 심방을 하는 등 지속성과 꾸준함을 원칙으로 사역하고, 전도와 심방 시 질병, 급여, 공장 일 등 고충을 듣고 그 자리에서 해결하거나 이후 실행하는 등의 사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 순간 어려운 상황에서 태국인을 돕는 영적인 어머니로서 물질적, 정신적 필요는 물론, 영적 영역까지 돕는 총체적 사역을 해왔다”며 “교인들에게 주인 의식을 심어주어서 올해부터는 교인들의 헌신을 통해 자립하고 사례비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임광순 장로는 “6만4천여 명의 등록 외국인이 있는 경기 북부 지역에서 61개 이주민교회가 있고, 16개 언어권 예배 공동체가 사역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주민 사역에 참여하는 지역교회는 경기 북부 3,566개 교회 중 16개 교회(13개 교회 직접 참여, 3개 교회 장소 지원 등 간접 참여)”라고 말했다. 지역교회가 이주민 사역 동참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과 이주민 선교의 인식 부족을 들었다. 임 장로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이주민 선교에 접근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 북부에서 진행하는 이주민 사역의 실제로는 이주민음악회, 열방선교네트워크 사역, 이주민선교포럼, 중대형 교회가 이주민교회와 결연을 맺는 ‘함께하는 선교’, 열방기도회 등을 소개했다. 임 장로는 경기 북부의 향후 이주민 선교를 위해서는 △지역교회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대형교회의 도움으로 다문화센터 설치 방안(예, 포천 다문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하랑센터)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적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이 피폐해진 ‘외국인 결혼이주여성’들과 이러한 환경에서 방치된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사역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임 장로는 “많은 다문화 아이가 모바일 게임에 중독되어 있고 꿈도 희망도 없다. 사랑에 목말라 먹는 것으로 채우려 하여 소아 당뇨가 많고, 열등감과 분노로 욕을 달고 살기도 한다”며 “그러한 아이들에게 하랑센터와 양주 다문화월드비전센터 등은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자녀로서 정체성을 확립해주며, 하나님의 뜻이 자신의 꿈임을 일깨워주어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하랑센터는 온누리교회의 지원과 소명자들의 헌신으로 2019년 12월 개소하여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예배, 어울림합창단 운영, 장학지원, 꿈과 비전 지원, 개인별 멘토 연계, 하랑 키다리아저씨 후원회, 한글학교 운영 등 다양한 사역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트남 이주민교회인 양주진리교회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양주 다문화월드비전센터는 다문화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다문화 다음세대 사역을 하면서 다문화 가정에 복음을 전하고, 이들의 사회 생활과 학교 생활 적응을 섬기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이주민 사역을 위해 한철호 선교사는 △교회 선교교육 강화와 함께 한국교회에 이주민 사역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교회가 이주민 사역에 들어오고 경험할 수 있는 세밀하고 실현 가능한 접근 방안을 제공하며(그룹톡에 교회 이주민 선교 관심자 초대, 다문화 아이들과 기독 청년 결연 등) △국내 이주민 사역자들과 코로나로 귀국한 현장 선교사들이 상호 존중과 겸손으로 협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주민 교회 개척과 제자양육 어떻게 하나
질의응답 시간에는 발제자들과 허인석 네팔 선교사, 안정호 송우벗사랑교회 목사 등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주민 제자훈련의 사례를 묻는 질문에 허인석 선교사는 “코로나로 길이 막혔으나 온라인, 화상통화로 네팔 현지인과 예배, 합심기도, 소그룹 모임, 네팔 산간지역 대학생 제자양육, 아버지학교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이주민 사역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역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에서 베트남인 사역을 하는 안정호 목사는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 감동을 준 사람들 중 자원해서 세례를 받고 신앙교육을 받은 뒤 VCFK가 운영하는 성경학교 과정을 밟는다”며 “그분들이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설교하며 동역하는데, 한국뿐 아니라 해외 베트남 민족 사역자가 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 더 뜨거워져 사역하는 사람이 5~6명이 된다. 그중 한 명은 목회자로 사역 중”이라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태국 이주민 교회들도 세례를 받고 믿음이 어느 정도 자란 성도 중 자신이 원하고 사역자가 인정하면 신학 공부의 기회를 준다”며 “졸업생들도 있고 실제 현지에 돌아가 교회를 맡은 사역자도 있다. 신학생들은 각 교회 강의, 설교, 셀그룹 지도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카톡, 라인 등 SNS를 통해 매일 큐티를 교인들과 나누고 매주 하루 줌을 통한 기도회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선교에 대한 지역교회 인식을 깨우기 위해서는 △각 교회 담임목사, 교역자, 장로, 선교담당자를 위한 선교학교를 개설하고 이주민 선교 강좌를 열며 △이주민 성도 초청 간증 기회를 마련하고 △교회에서 이주민 한글지도반, 음악지도반 등을 만들어 이주민과 접촉하도록 하며 △국내 이주민교회를 방문해 기도제목을 나누고 안 입는 옷 지원, 명절 선물 나누기 등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주민 사역자를 찾기 위해서는 △기존 이주민 교회에서 찾거나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등에 유학 온 외국인 중에서 사역자를 찾을 수 있으며 △나라별 기독인협의회에 문의하거나 △교단 선교부, 선교단체 등을 통해서도 귀국 선교사들 가운데 사역자를 추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주민 접촉이 어려운 서울 강남권 교회의 이주민 선교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유학생, 영어학원 강사 등을 대상으로 사역하거나 △음악, 한글, 주일학교, 스포츠 등의 은사자들을 3개월~1년 정도 이주민 교회에 단기 파송하여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강남권에서 30분 내외로 닿을 수 있는 경기도 공단을 직접 찾아가 리서치를 하여 현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매주 이주민을 찾아가 의료기관 동행, 한글교육, 임금체불 도움 등 필요를 채워주며 신뢰관계를 맺고, 동시에 교회로 초청해 예배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한편, 미등록 외국인이 교회에 왔을 때는 이들을 배척할 수는 없으나 국가법에 순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합법과 불법을 떠나 동일한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또, 불법체류를 돕기 위해 편법을 동원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외국인의 긴급 수술, 약 처방 등의 문제는 해당 지역 나눔의 집을 통해 이주민 보험카드를 만들면 수술, 출산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기독교인 병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구로나 은평에 외국인 무료병원을 활용하거나 희년선교회 희년의료보험제도, 병원 사회복지팀 협력 등을 통해 일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시니어 자원 사역자들은 이주민 교회에서 주일 차량 봉사, 행사 사진 촬영, 발 마사지, 물리 치료, 그림 치료 상담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