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지난 6월 10대 소년이 기독교로 개종한 이유로 살해된 후, 이번에는 경찰이 소년의 아버지를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고 누명을 씌우려 하고 있다고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인도 오디샤(Odisha) 주 말캉기리 지구 켄두쿠다 마을에 홀아버지와 누이들과 살던 16세 소년 사마루 마드카미(Samaru Madkami)는 지난 6월 4일 밤 마을의 전통 부족 종교를 따르는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에게 납치된 후 잔인하게 살해됐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지난 6월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에 살해된 사마루 마드카미(왼쪽 사진). 야산에서 발견된 사마루의 시신(오른쪽 사진). ⓒ한국 VOM
20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서는 3년 전 사마루 가정을 포함해 총 세 가정이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코샤 모사키(Kosha Mosaki) 목사가 ‘베델가정교회’라는 독립교회로 세 가정을 섬겼다. 하지만 코샤 목사는 세 가정과 예배를 드린다는 이유로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에게서 여러 차례 협박을 받은 뒤 마을 방문을 중단했다. 대신 사마루의 집에서 기독교 가정들이 모였고, 사마루가 성경공부를 인도하기도 했다.

폭도들은 원래 세 가정을 이끄는 사마루의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작정하고 집을 급습했으나, 당시 사마루의 아버지는 아픈 딸을 데리고 의사에게 가고 없었다. 대신 집에서 자고 있던 사마루가 납치됐다. 예배에 참석한 다른 기독교인 두 명도 폭도들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했으나 정글로 급히 도망가 밤새 달려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도들은 사마루의 손을 묶고 때리고, 마을에서 정글까지 6km를 끌고 다니며 살해했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폭도들은 사마루의 등의 피부를 완전히 벗겨내고 다리와 손을 부러뜨렸으며 자루에 넣고 칼로 찔러 죽였다고 했다. 또 입을 찢고 거대한 돌로 얼굴을 부수었으며, 머리 뒷부분을 돌로 치다 목을 베었다. 그들은 얕은 구덩이를 파 시체를 두고 진흙과 나뭇잎으로 덮은 뒤 도주했다.

사마루를 살인한 후에도 마을 사람들은 6월 5일 다시 모여 기독교를 믿는 세 가정 구성원을 모두 죽이기로 결정했고, 세 가정은 급히 마을에서 도망쳐야 했다. 주민은 사마루의 빈집에서 돼지와 쌀을 약탈하고 끔찍한 살인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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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루 마드카미의 가족들은 힌두교 민족주의자들의 위협으로 마을을 떠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 VOM
인도 비영리단체 박해구호(Persecution Relief)의 설립자 쉬부 토마스(Shibu Thomas)는 “지난 4년 동안 1,500건 이상의 반기독교 사건 중 오디샤 주 10대 살인 사건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종교 광신자들의 증오와 침략과 범죄의 잔인성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러한 악의적 잔인함은 종교 광신자들의 오염된 사고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현지 경찰조차 이번 사건의 원인을 사마루의 아버지가 제공했다며 화살을 돌리는 상황이다. 켄두쿠다 마을에서는 사건 발생 전 16명이 사망했는데, 오염된 식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런데도, 일부 주민은 사마루의 아버지가 16명의 사망과 연루된 주술사로 의혹을 받아 소년이 죽임당했다고 주장했고, 경찰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인도기독교협회(All India Christian Council) 오디샤 지부장 파리차(Parichha) 주교는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에 “인도 경찰 부감찰관은 답변서에서 사마루가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인정했다”며 “그러나 사마루의 죽음이 아버지가 부린 주술에 대한 보복 때문이라는 결론에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드카미 가족은 그런 주술을 부리지 않는다. 사마루를 살해한 피고인들의 진술도 엇갈리고 있으며, 아버지가 부린 주술에 대한 보복의 결과라는 것도 근거가 없는 편향된 허위 주장”이라며 “경찰은 사마루 살해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도복음협회 종교자유위원회 사무총장 비자예쉬 랄(Vijayesh Lal) 목사는 “사마루의 살해 방식이 가장 끔찍했다”며 “주술 이야기로 피해자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시도는 인도 소수 기독교 공동체에 대해 계속되는 적대감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한국 VOM는 “인도 경찰의 이번 발표는 인도의 반기독교 폭력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특히 ‘오리사’라고 알려졌던 오디샤 주는 오랫동안 반기독교 폭력의 온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12년 전 오디샤 주에서는 힌두교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기독교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는 대중 운동이 일어나 100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300여 개의 교회가 파괴됐다. 그러나 폭력에 가담한 폭도 대부분은 경찰에 체포되지 않았고, 법원에서 무죄 방면됐다.

한국 VOM은 “현재 인도 경찰은 반기독교 폭력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소년의 아버지에 근거 없는 의혹을 둘러대면서 죄를 덮어씌우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12년 전 오디샤 주에서 일어났던 반기독교적 폭력 수준으로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인도에서 과격한 힌두교 민족주의가 확산 추세를 보이면서 기독교 신앙 때문에 핍박받고 순교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2013년 31위를 차지한 인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후 상황이 악화돼 2020년 10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 4월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미 국무부에 종교 자유 보호 기록이 부족한 국가 목록에 인도를 특별관심국가로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