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공존은 세대 간 이질성 및 다양성 전제로
세대 갈등의 조정과 극복 통해 공동 목표 추구 과정
세대 공존의 실천 전략을 모색할 때 상상력과 창의력 필요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제17회 좋은경영연구소 오픈세미나에서 "사회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 세대 간극으로 인한 세대 갈등은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스러운 현상인데, 이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사회적 비용을 많이 치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세대는 다름의 문제이지, 틀림의 문제가 아니므로 얼마나 다른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세대 공존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인희 교수는 '세대 갈등의 현주소와 세대 공존 방안'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세대갈등의 본질과 현주소,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사회 세대 갈등은 압축적이고 농축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가장 어렵고 앞으로 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2017년 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가족, 직장, 이웃 간' 소통에 비해 '세대 간' 소통이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율이 높았고, 세대 간 소통 인식은 40대(43%)가 가장 높고 20대(33%)가 가장 낮았으며, 특히 정치, 사회 현안을 주제로 한 현안조사에서 20, 30대와 50, 60대 간 세대 간극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세대의 개념과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
세대(genertion) 개념도 칼 만하임(Karl Mannheim)과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의 정의가 추상적이자 N. 라이더는 '역사적 경험과 의식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동년배(cohort) 개념으로 치환하기도 했다. 이후 등장한 M. 릴리와 동료들은 '연령 계층론'을 발전시켰고, 이어 결혼, 출산 등 특정 규범을 제시해주는 사회적 시간표에 따라 짜이는 '개인적 시간'과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사건이나 사회구조적 변화, 문화적 격변 등을 의미하는 '역사적 시간'이 교차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생애주기 접근법'을 통해 세대 개념에 개인, 가족, 사회구조, 역사적 요소가 포함되었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서로 다른 역사적 시간을 통과해 온 세대는 각기 다른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다양한 가치관으로 채색된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며 "오늘날 생애주기 접근법은 측정 가능한 시간 개념과 양화하기 어려운 질적 현상들을 통합하면서, 미시적 행위 및 경험과 거시적 구조가 만나는 지점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개념 틀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함인희 교수는 세대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에 대해 '사회 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동일 조직 내 3세대, 혹은 4세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세대의 세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으로 봤다.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은 ①자신을 향한 높은 기대(High expectations of self): 동료나 선배보다 더욱 빠르게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노력한다 ②고용주를 향한 높은 기대(High expectations of employers): 자신들의 성장과 발전에 깊이 몰입하면서 부하 직원을 공정하게 대하는 매니저를 원한다 ③끊임없는 학습(Ongoing learning): 끊임없이 창의적인 도전을 시도하며 자신의 동료를 지식과 정보의 보물창고로 간주한다 ④즉각적 책임감(Immediate responsibility): 출근 첫 날부터 자신이 조직을 향해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 ⑤목표지향성(Goal-oriented): 촉박한 데드라인 하에 작은 목표를 성취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이 담당한 업무의 주인공이길 원한다 등이 있다.
함 교수는 "사회 변화 과정에서 생물학과 역사가 만나서 형성되는 사회 현상으로 정의되는 세대는 필연적으로 간극을 야기하기 마련이다"며 "사회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관, 행동양식 및 이해관계 등을 지닌 사회집단이 출현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 세대는 동일한 시대적 사건을 공유하는데, 특별히 청년기 경험이 세대별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세대 정서는 20대 초반쯤 형성된다는 것이 생애주기 연구자들의 합의된 결과라고 했다. 함 교수는 "20대 초반이야말로 개인의 생애주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이를 토대로 커리어를 구축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우리 생애에서 중요한 시기"라며 "그때 경험이 상당 부분 세대 정서의 핵심을 이룬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 산업화를 이뤄낸 베이비붐 세대(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에서 끝자락 세대인 3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생활, 1990년 30대였던 사람들)는 아주 독특한 세대라고 인구학자들은 이야기한다"며 "그다음 X세대(1965년∼197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특징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이버 공간의 확산을 통해 정체성 및 가치관 형성에 직접 영향을 받은 N세대(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디지털 친화적 세대)와 다른 세대 간의 간극도 존재한다.
그는 N세대의 특징으로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창조력에서는 이전 세대와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개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복제화 된 개성이 대부분이고 정체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청년세대의 분노를 표출하는 대표적 담론으로 'N포 세대, 88만 원 비정규직 세대, 헬조선, 금수전 흙수저론, 노오력의 배신,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등을 들 수 있는데 대체로 좌파 성향의 진보적 지식인에 의해 주도된다"며 "청년세대의 현주소를 해석하는데 지나치게 경제적 요소가 강조되고 있고, 분노와 좌절 등 부정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이러한 세대 간극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조직 차원에서 '갈등 관리'로 위에서 아래로 갈등을 무마하고 돕는 문화가 오히려 세대 갈등 해소에 장애물이 되는 것 같다"며 "이 와중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사회 통합에 저도 100% 찬성하지만, 너도나도 동질적으로 하나 되자는 동질성을 전제로 분열된 상황을 통일시키고자 하는 의미(unification)와 어차피 우리는 이질적이므로, 이질성 및 다양성을 전제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보편적 가치 및 공정한 법칙을 만들자는 의미(integration)가 다르다. 사회 통합을 앞으로 이야기할 때에는 갈등이 없는 하나 된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 내 세대갈등의 현주소
조직 내 세대갈등 현주소로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한국의 고도 성장기를 살아 온 기성세대는 장기 근속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포괄적 보상을 요구하는 '관계적 계약' 형태를 보인 반면, 저속 성장기에 계층구조의 역동성이 사라진 시대를 사는 밀레니얼 세대는 근속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개인과 조직 관계에서 즉각적이고 구체적 보상을 요구하는 '거래적 계약' 관계의 특징을 보인다고 했다. 둘째, 기성세대가 자신이 속한 조직을 향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내면화하고 있다면,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조직보다는 자신의 일, 업무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를 갖길 원하며, 조직안에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발전,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셋째, 밀레니엄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 워라밸) 추구 욕구가 매우 강하고 일과 생활이 충돌할 경우 일보다 생활을 선택하는 인식 또한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공존의 방안으로 함인희 교수는 "세대 공존에 대해 말은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넘어가야 하는 것처럼 어떻게 세대 공존으로 갈지 모델이 없기 때문에 이 개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천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모두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대 공존의 정의로는 "'세대 간 이질성 및 다양성을 전제로 세대 간 갈등의 슬기로운 조정과 극복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라며 "나아가 세대 간 유기적 협력(cooperation)과 평화로운 화합(cohesiveness)을 실현함을 뜻한다"고 정리했다.
함인희 교수는 세대 공존의 전략으로 1~5단계를 소개했다. △1단계 '세대의 독자적 특성 인정': 세대 공존이 가능하기 위한 전략의 첫 단계로 나와 다른 세대를 향한 '사회적 인정'이 필요하며 △2단계 '각 세대를 향한 상호 이해': 각 세대의 세대정서, 세대별 특성, 가치관 및 태도, 행동양식 등을 이해하도록 하고 △3단계 '세대별 장점, 강점과 단점, 약점을 비교 분석한 다음 장점의 시너지화 전략 및 단점의 보완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4단계 '세대 공존을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 벤치마킹(Best Practice Benchmarking)': GE, IBM, 페이스북, 구글 등에서 실시 중인 사례가운데 한국적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큰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며 기업 내 세대 공존을 추동할 브로커링 포지션(brokering position)과 그 역할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이다. △5단계 '세대 공존 제도화': 세대 공존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뒤따라야 하는데, 함 교수는 "소수 인원을 중심으로 실시 중인 잡 포스팅을 넘어 2년마다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신세대를 위해 잡 로테이션 제도 도입, 신세대를 위해 보상 유형을 다변화하는 방안, 임금과 같은 물질적 보상과 휴가와 같은 비물질적 보상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방안, 세대별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위한 코칭 및 상담 기구 상설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함인희 교수는 이 외에도 △세대 연구자들에 따라 '2030 세대가 배양한 개인주의가 도덕적 정서 및 공익에 대한 관심과 균형을 맞추도록 5060 세대가 이를 제고시키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 제안되고 △정치 영역에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수용에 관한 공론화, 정당 정치의 효율화, 시민정치의 패러다임 전환, 인터넷 정치 활성화를 통한 세대 간 소통의 질서 구축' △문화 영역에서 '참여와 자율, 다양한 가치를 문화 변동의 방향으로 공유, 성찰적 시민문화 형성, 교육과 뉴미디어 활동을 통한 소통의 질서 구축' △평균 기대수명 연장으로 인한 연령 혁명에 대비하여 '4세대 혹은 5세대 공존을 위한 사회 정책 도입' △세대별 특별한 관심과 욕구,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세대 간 공존을 모색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서로의 가치를 기준으로 다른 집단의 가치를 왜곡, 평가절하하기보다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유연성' 등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함 교수는 "작지만 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있는 흥미로운 현장들이 있다"며 "세대 갈등보다 공존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베스트 프랙티스, 윈윈 프로그램 등이 사회에 확산되어 세대 갈등이 해결이 안 될지라도 노력은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