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
▲약 1000일 전 납치된 말레이시아인 레이몬드 코 목사.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의 소리(VOM Korea)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실종된 레이몬드 코(Raymond Koh) 목사 피랍 사건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국 VOM은 최근 레이몬드 코 목사의 아내 수산나(Susanna) 사모를 초청해 서울 정릉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 목사의 생전 사역과 납치 직후 경험한 사건들을 한국교회에 소개했다. 레이몬드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차로 이동하다 검은색 SUV 3대에 포위된 후 검은 복면을 쓴 남성들에게 납치됐다. 당시 납치범은 최소 15명 이상이었다.

수산나 사모는 "코 목사는 말레이시아복음주의자유교회 교단에서 안수받은 목사이며, 전도와 양육, 교회 개척에 열정을 가지고 사역했다"며 "목격자들이 남편을 마지막으로 보았다고 증언한 지역의 주택들을 일일이 방문해 CCTV 영상을 갖고 있는지 물어봤고, 마침내 사건 당시 영상을 확보했을 때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문가들 소행이었다. 권력층에서 제 남편을 납치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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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코 목사의 아내 수산나 사모. ⓒ한국 순교자의 소리
수산나 사모가 경찰서에 남편의 실종 신고를 하러 갔을 때도 경찰이 관심을 보인 것은 '코 목사가 무슬림에게 기독교 개종을 권한 적이 있는지'였다고 한다. 한국 VOM 대표 현숙 폴리 목사는 "우리는 보통 말레이시아를 온건한 무슬림 국가로 여기지만, 이슬람법을 더 강력하게 지키자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에 대해 최근 부쩍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코 목사는 납치 이전부터 무슬림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 코 목사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인 '희망의 공동체'(Harapan Komuniti, 하라판 코뮤니티)는 미혼모, 어린이, 마약 중독자, 에이즈 환자 등을 돌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무슬림은 이 단체가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한 속임수라고 보고, 단체의 프로그램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2011년에는 '희망의 공동체'가 주관한 저녁 식사 자리에 셀랑고르 주 이슬람 부서 관리 30명이 난입하여 참석자 전원의 사진을 찍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 목사 부부는 살해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수산나 사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흰색 가루가 채워진 봉투나 총알이 담긴 상자도 받은 적이 있다"며 "그런데도 코 목사는 굴하지 않고 사역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코 목사가 실종된 후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SUHAKAM)는 독립적으로 사건을 조사했고, 2018년 5월 샴쟈니 모하마드 다드(Shamzaini Mohamed Daud) 경사가 내부 비리를 고발하면서 "말레이시아 공안부가 코 목사 실종에 연루돼 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다드 경사는 같은 달,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부인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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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정부의 레이몬드 코 목사 납치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숙 폴리 목사, 에릭 폴리 목사.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VOM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우리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침묵을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더 최악의 상황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이 사건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그리스도 안의 모든 형제자매는 한 몸을 이루며, 몸의 한 부분이 고통을 받으면 다른 부분도 고통을 받는다고 했다"며 "그리스도 안에서 말레이시아인, 한국인이 아닌 한 몸을 이룬 우리가 코 목사 납치 사건의 진상을 촉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숙 폴리 목사도 "말레이시아 정부에 코 목사의 실종 사건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청원서에 전 세계 기독교인이 서명하고 있다"며 "이 일에 함께 동참할 것을 한국 기독교인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수산나 사모는 이날 "현재 시민단체와 언론, 일반인까지도 우리 가족을 보호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명운동(www.vomkorea.com/freepastorkoh)은 11월 말까지 진행하며, 12월 서울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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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레이몬드 코 목사의 아내 수산나 사모를 초청한 기자회견이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에서 열렸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