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
▲17일 한국 VOM이 한국어판 ‘21-콥트 순교자들의 땅에 다녀오다’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지희 기자

생명을 버릴 각오 없이는 신앙을 가질 수 없는 이들이 있다. 7세기 이슬람의 점령 이후 천 년 넘게 무슬림이 다수인 이집트 사회에서 소외와 차별, 탄압, 때로는 순교까지 겪어 온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의 이야기다. 사도 마가가 AD 40년 선교하면서 시작되었고, 삼위일체 교리를 정립한 콥트교인 아타나시우스 등 위대한 초기 기독교인의 영적 후손이다.

지난 2015년 이슬람국가(IS)가 리비아의 한 해변에서 참수한 21명의 기독교인(20명은 이집트 콥트교인, 1명은 가나 기독교인)도 콥트교인이었다.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 사역자, 선교사도 아닌 이 순교자들은 리비아 건설 현장으로 이주한 평범한 노동자였다. 그런데도 죽음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순교적 전통과 영성을 철저히 배우고 훈련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세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심각한 박해와 테러, 살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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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피널트 박사(우)가 콥트교인들의 영성을 소개하고 있다. 통역은 폴리 현숙 한국 VOM 대표(좌)가 맡았다. ⓒ이지희 기자

기자이자 독일의 유명 소설가인 마틴 모세바흐가 리비아 해변에서 순교한 21명을 주제로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한국어판 '21-콥트 순교자들의 땅에 다녀오다'(원제 Die 21 Eine Reise ins Land der koptischen Martyrer)가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에서 출간됐다. 모세바흐는 참수당한 콥트 기독교인의 얼굴이 평화로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으며, 이 '평화'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그들의 고향인 북이집트로 날아가 다시 한 번 놀랐다. 21명의 순교자는 특별한 신앙의 소유자들이 아닌 평범한 이집트 콥트교인이었고, 그가 만난 대부분 콥트교인이 순교적 영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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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OM CEO 에릭 폴리 목사가 신간을 통해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17일 서울 정릉 한국 VOM 사무실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회견에는 중동 종교 전문가 데이비드 피널트(David Pinault) 박사를 초청해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의 신앙과 현 상황을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대학 종교학 교수이며 아랍, 이슬람, 중동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널트 박사는 이집트에서 거주하며 아랍어를 공부하며 종교를 연구하고, 나일강 유람선 관광 안내원으로도 일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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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기 테베 지역에 일어났던 기독교 병사 순교 사건을 그린 그림. ⓒ한국 순교자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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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주의자들이 남이집트 농촌지역 교회와 기도회 모임을 자주 공격하지만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이날 피널트 박사는 "이집트의 순교 전통의 역사적 배경은 3세기 로마 당국의 지배 아래에서 기독교인 병사들의 순교 사건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당시 로마 황제를 섬기기를 거부하고 하나님만 섬기기로 한 테베 지역 콥트 기독교인 병사들은 그리스도를 부인하지 않고, 죽음을 택했다. 이는 오늘날 콥트 교회에서 아직도 기억하고 그대로 살고자 하는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테베 학살에서 경험한 전통적 순교는 7세기 이집트가 이슬람에 점령당한 후에도 계속해서 일어났다"며 "이집트 콥트교인은 순교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면서, 평범한 교인들도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고 그리스도를 위해 순교까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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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와 나일 삼각주에 위치한 콥트교회들이 IS와 관련된 다국적 테러리스트 집단에 공격당한 직후 끔찍한 현장. ⓒ한국 순교자의 소리

지금도 남이집트 농촌 지역 등에서는 토착민인 콥트 기독교 공동체가 이주해 온 무슬림 이웃에 자주 공격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조가 된 와하비즘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정치적 문제의 원인조차 콥트교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핍박과 순교가 발생하고 있다. 박해는 2011년부터 더욱 증가하여 교회는 공격받고, 여성들은 납치되며 남성들은 살해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피널트 박사는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콥트교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신자들의 신앙을 강화하고,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고자 하는 자발성을 굳게 키웠으며, 이집트에서 만난 콥트 기독교인들은 '우리는 순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난의 의미에 대해서도 "사실 우리 혼자 고난을 당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와서 먼저 고난을 당했다. 그의 고난은 우리를 향한 사랑"이라며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두 명의 강도 중 오른쪽에 달린 강도의 모습처럼, 콥트 기독교인들은 우리가 죄를 지었어도 그리스도를 쳐다보면서 죄 사함을 받을 수 있으며,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고난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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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콥트교회의 평범한 기독교인은 자신을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여기고, 순교의 면류관을 통해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증명할 준비가 된 신자로 생각하도록 가르침을 받는다. 2015년 리비아 해변에서 IS에 참수된 콥트교인들. ⓒ한국 순교자의 소리

'21' 책을 읽은 소감에 대해 그는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게 하는 책"이라며 "'삶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수님을 믿으며 사는 것이 선물이라면, 이 선물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를 위해 사랑을 주신 그리스도를 위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순교가 단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매일매일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곧 매일 순교하는 실제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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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순교한 콥트교인 중 한 사람과 같은 지역에 살던 사람이 그린 그림. 가장 앞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며, 그 뒤를 순교자들이 따라간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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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폴리 한국 VOM CEO는 "많은 한국 개신교인이 교리가 다른 콥트 기독교인이나 천주교인이 기독교인이냐고 물을 수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순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어떤 기독교인이라도 항상 순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기독교인에게 이를 배워야 한다고 대답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진리를 믿는다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왜 기꺼이 목숨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판 '21'을 통해 '당신은 순교할 준비가 되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웃지 않고 '네, 준비가 되었습니다'고 대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숙 폴리 한국 VOM 대표는 "콥트 기독교와 개신교는 몇 가지 신앙적 확신이나 실천 면에서 다르지만, 목회 경력이 풍부한 한국 목사님들도 기독교인의 삶에서 고난과 인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가장 평범한 콥트 기독교인에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에게 기도를 선물로 줄 수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신실한 간증을 선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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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VOM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신간 '21-콥트 순교자들의 땅에 다녀오다'는 한국 VOM으로 전화(02-2065-0703)하거나 웹사이트(www.vomkorea.com/shop)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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