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선교의 모판이다. 그런데 선교의 모판인 교회가 위기라고 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기독교인은 10년 전보다 123만여 명이 늘어난 967만 6천여 명으로 나타났으나, 교회의 역동성은 예전만 못하다. 많은 교회가 출석 성도 수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성도의 고령화와 다음세대의 부재, 교회 행사 참여율의 급락 현상을 겪고 있다. 교회 예산이 ‘반 토막’ 났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국선교도 덩달아 한국교회 교세 하락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특히 선교사 후보생 모집에서 어려움을 겪는 훈련단체들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는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작년부터 지역교회를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동원 전략으로 바꿨다. 그 결과 올해 장기선교사 후보생 17가정을 모집하여 훈련 중이다. 김종국 KPM 본부장은 “한국교회 선교가 위축되어 있지만, 오히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교단선교부나 선교단체들이 선교사 헌신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훈련시키면 역으로 한국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교단선교부, 선교단체 훈련원도 앉아서 ‘기다리는 선교’가 아니라 ‘찾아가는 선교’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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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총회선교센터에서 진행 중인 OTC 과정의 선교사 후보생들이 기도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개 교회로 찾아가 문을 두드리다

“여러분들 이제 (선교사로) 첫걸음을 떼는데, 첫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저는 첫걸음을 잘못 디뎌 뱅뱅 돌고 싶지 않다고, 항상 직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나님보다 앞서지 말고, 기도보다 앞서지 말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는 항상 하나님께 먼저 물어보기 바랍니다.”

지난 15일 방문한 대전 고신총회선교센터는 선배 선교사의 열정적인 강의와 장기선교사 후보생들의 배움의 열기로 생동감이 넘쳤다. 이날 강사로 나선 K선교사는 “믿음이 있는 사람은 하나님께 물어보고 믿음이 없는 사람은 하나님께 물어보지 않는다”며 “하나님은 나의 이성적인 생각보다 항상 한걸음 앞서나가셨고, 뒤돌아보니 항상 하나님이 맞았다. 선교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증거했다. 17가정, 총 34명의 선교사 후보생과 초등학생 이하 자녀만 22명이 합숙 중인 선교센터에서는 3월 6일부터 5월 26일까지 국내 12주 과정의 OTC(Orientation and Training Course) 훈련이 한창이었다. 맨 뒷좌석에서 1살도 안 된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훈련받는 선교사 후보생 부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KPM 훈련국장 서원민 선교사는 개 교회에 숨어있거나(?) 선교사로서 헌신을 주변에 공언했으나 훈련과정에 적극 동원되지 못하던 잠재적 선교사 발굴에 앞장선 본부 사역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올해 작년보다 2배 이상의 선교사 후보생을 발굴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한마디로 “우리가 열심히 찾아갔다”고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선교훈련센터에 훈련생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동일한 문제입니다. 우리도 훈련생이 더 작아지면 타 교단선교부나 선교단체와 훈련과정을 공유할 생각까지 했는데, 올해 많은 훈련생이 와서 활력이 넘치네요.”

g3.jpgKPM은 다양한 ‘찾아가는 선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박 2일 주말 동안 개 교회의 선교 의식을 고취하고 선교 현장을 소개하며, 선교의 모든 것들을 피부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선교축제’는 최근까지 96번째 교회를 방문해 진행했다. 신청한 교회는 100곳이 넘는다고 했다. 교단선교부가 개 교회를 직접 방문하고 소통하면서 선교컨설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서원민 훈련국장은 “선교를 하지 않는 교회는 선교에 동참하도록, 선교를 잘하는 교회는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선교토크쇼도 호응이 좋고, 다음세대를 위해 주일학교 전 부서에 선교사들이 참여해 설교도 한다”고 말했다.

12주간의 기초선교훈련과정인 BMTC(Basic Mission Training Course)는 매년 3월에 노회 중심으로, 9월에는 개 교회 중심으로 진행한다. BMTC를 마치면 1~3년의 단기선교사로 파송받을 수 있으며, 현재 전국 5곳의 노회에서 진행 중이다. 연 최고 2회, 3주씩 진행하는 심화훈련과정 KMTC(Kosin Missions Training Course)를 마치거나 고신대 신학대학원 선교교육원, 선교언어학과, 선교대학원 훈련 수료생은 15주간(국내 12주, 해외 3주)의 OTC에 지원할 수 있다. 총회 선교사 후보로 허입된 선교사 후보생을 위한 이 과정에 목회자 선교사는 40세 이하, 전문인 선교사은 60세 이하, 자비량 선교사는 70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한다. 5년 이상 타문화선교 경험이 있는 경우는 40세 이상 목회자 선교사도 지원 가능하다.

잠재적 선교사 자원과의 인격적 만남과 멘토링 지원

서원민 훈련국장은 “선교사를 모집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며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잠재적 선교사들을 컨텍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면에서 선교사 후보생들이 선교사로 파송될 때가 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선교축제나 노회, 교회별 훈련과정 등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 교회를 방문한 교단선교부 사역자들이 누구를 만나 어떤 면담을 하고 어떤 반응이 일어나느냐이다. “교단선교부 리더십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개인과 개인으로 만나 감동을 주고 선교에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6.jpgKPM은 ‘232 차세대 청년 선교 자원자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232’는 열왕기상 20장에 아람 군대를 파하는 선두에 섰던 각 지방 고관의 이스라엘 청년 232명을 의미하는데, 10~30년 후 영적 암흑기를 뚫고 나갈 차세대 선교사 232명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KPM은 고신대 학생들은 물론,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7주 과정의 선교비전학교를 운영 중이다. 선교비전학교를 수료하면 비전트립이나 1~2년간 선교현장에 헌신할 수 있다. 서 훈련국장(사진)은 “이 자원들을 지금부터 만나서 훈련하면 선교지에서 원하는 수준의 선교사로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KPM은 교단선교부와 연결된 선교 관심자들이 선교사로 세워질 때까지 멘토링을 하면서 지역 선교사들과 연결시키고, 선교 관심자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 추천도서 목록 제공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로써 선교 현장뿐 아니라, 각국의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자원들을 길러내고, 이들이 서로 후원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교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선교본부·지역교회·선교현장·개인의 ‘선교적 DNA’ 높여야

이날 KPM 훈련원장 정규호 선교사는 “선교사 자원 발굴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의 변화와 훈련생들의 필요에 따른 훈련 내용과 방식이 적절해야 하고, 과정도 맞춤형 내지 수용자 중심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를 위해 우리 KPM도 고민하며 애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원민 훈련국장은 “지적, 영적, 체력적, 감성적, 인격적인 면 등 전인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선교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 둘째 주인 지금은 능력과 결과를 내는 선교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쓰임 받고 이끌림 받는 선교사가 되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주에 훈련생들은 사랑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 공동체를 이룬 경북 경산의 사랑이꽃피는교회를 탐방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처럼 보고 듣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인격과 인격이 만나 끈끈한 멘토링을 하는 것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서 훈련국장은 “과거 우리에게 선교란 죽음을 각오한, 100% ‘헌신’을 의미했다. 그러나 요즘은 가서 해보고, 아니면 빠질 수도 있는 ‘참여’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옛날에 비해 선교사 헌신 개념이 많이 약해진 것 같지만, 요즘 선교 훈련생들의 형편을 잘 알고 오래 참고 견디면 결국 사랑이 꽃피어 헌신의 단계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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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KPM 본부장은 “본질로 돌아가 말씀과 기도로 성실히 준비하면 ‘일당백’의 선교사들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이들이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영적으로 깨우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지희 기자

김종국 본부장은 이날 “선교단체들이나 교단선교부가 선교에 대한 재정비를 할 때가 됐다”며 “그동안 2차원적인 선교방법을 많이 사용해 왔다면, 지금부터라도 선교현장에서 꼭 필요한 선교사를 준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현장 중심의 선교를 하려면 먼저 선교현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본부에 세워 선교사를 준비시키고, 이양을 준비하는 실제적인 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기존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피상적인 선교훈련을 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되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본부도, 선교훈련원도, 지역교회도, 선교현장도 선교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 공감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선교본부와 지역교회, 선교현장, 개개인이 선교적 DNA를 높이는 성숙한 방향을 준비해야 한다”며 “선교현장서 무늬만 가지고 ‘선교 놀이’를 하는 선교사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본질로 돌아가 말씀과 기도로 성실히 준비하면 ‘일당백’의 선교사들이 늘어나게 되며, 결국 이들이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영적으로 깨우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