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당수 문제와 갈등은 신학적 차이라기보다 상대방과의 문화 차이, 문화 이해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다. 그렇다면 복음의 본질을 왜곡, 변질시키지 않고 효과적으로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희열 침신대 선교학 교수는 “우리가 속한 문화를 알고,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여 복음이 ‘현지인의 옷’을 입고 전달될 때 그 능력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a1.jpg7년간 침신대 부설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으로 섬기고, 2010년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을 역임한 후 2012년 안식년을 맞아 모교인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한 그는 귀국 후부터 작년까지 침신대 교무처장으로 한창 바쁘게 지냈다. 올해도 기획실장을 맡아 학교 발전 계획 및 예산 관리, 국제업무, 대외활동, 홍보, 후원 업무 등으로 바쁜 일정 중 시간을 쪼개 타문화권에서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교와 문화: 선교 없는 문화·문화 없는 선교’를 펴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안희열 교수(사진)는 “지금까지 선교와 문화에 대한 90% 이상의 저술이 서구인의 관점에서 쓰인 번역서라 한국 문화에 맞지도 않고 읽기도 어려웠다”며 “이제 한국인의 세계관에서 타문화를 읽고,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교사는 자문화 우월주의에서 벗어나되 문화상대주의를 무조건 수용해서도 안 된다”며 “먼저는 성경 원저자의 의도를 연구하여 형식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해야, 성경을 변질, 왜곡, 축소하지 않고 현지 문화에 맞게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복음주의 신학교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7년간 WMTC 원장을 역임하며 4백여 명의 선교사를 훈련, 파송했으며 54개국의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선교사 재교육과 멤버케어 사역을 해왔다. 2011년에는 한국선교신학자상을 받았으며 현재는 한국로잔위원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선교학 교수, 선교훈련원 원장, 선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책의 주제를 ‘선교와 문화’로 선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한국은 지난 10년간 거의 매년 1천여 명이 넘는 선교사를 내보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교사를 많이 파송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양적인 선교사 파송보다 질적인 선교 운영, 선교사 관리 등으로 한국선교의 관심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선교사들도 선교지에서 효과적으로 사역하려면 현지 문화를 잘 알아야 하고,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서구인의 선교 방식에서 전환해야 합니다. 7년간 선교훈련원 원장을 하고 54개국을 방문하며 쌓은 노하우로 한국선교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한국인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썼습니다. 실제는 60%, 이론은 40% 정도로, 쉽고 간결하게 작성했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우리의 자신학과 자선교학을 정립하고, 나아가 현지 교회의 자신학과 자선교학을 도와야 한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삼자원리인 자립(self-supporting), 자치(self-governing), 자전(self-propagating)에 폴 히버트 교수가 자신학화(self-theologizing)를 첨가하자고 1985년에 주장하면서 자신학화가 조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함께 등장한 자선교학화(self-missiologizing)는 윌리엄 테일러가 2000년에 소개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도 KWMA를 중심으로 자신학과 자선교학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사실 서구 선교전략의 역사는 2000년, 개신교 선교 전략이 실질적으로 태동한 지는 200년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선교훈련이 시작된 지 50여 년이 채 안 됐습니다. 거의 서구의 모방 수준이었는데, 우리도 자신학, 자선교학을 해야 한다고 활발히 이야기한 지는 5년이 채 안 됩니다. 결국 한국형 신학, 선교학 정립은 우리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현지에 적합한 선교 방안을 찾기 위한 기초 작업입니다. 이 책은 한국형 신학과 선교학 정립에도 통찰력을 줄 것입니다.

또 지금까지 서구 신학과 선교학이 한국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21세기 소위 남반구 선교 시대에도 서구 신학과 선교학, 또는 한국형 신학과 선교학이 그대로 현지에 전달돼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서구 선교사가 실수한 자문화 우월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어요. 한국 선교사의 열정, 소명, 헌신은 참 좋은데 한국이 단일문화다 보니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눈높이에 맞춘 선교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선교사가 현지인의 옷을 입은 복음을 전해야지 다른 문화의 옷을 입은 복음을 전하면 갈등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인간과 문화, 성경과 문화, 선교와 문화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고, 인간에게 필요한 문화를 허락하셨습니다. 인간은 문화를 만들고 이를 성장, 발전시켰는데, 크게 두 가지 문화 형태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말하는 물질문화와 종교, 음악, 예술, 관습 등 정신문화로 나누지요. 이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종교입니다. 대부분 자신이 속한 종교 가운데서 문화가 만들어지는데, 종교의 뿌리는 그들의 세계관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열방의 구원을 위해 인간을 만드셨고, 문화도 허락하셨는데 문화 속 인간은 서로 갈등하고 문화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문화 충돌은 신학 충돌을 낳고, 신학 충돌은 결국 선교 충돌을 낳습니다. 이를 해결할 답을 찾기 위해 성경과 문화를 봐야 합니다. 복음과 문화, 구약 문화에서의 선교, 신약 문화에서의 선교 사례들을 보는 ‘제2부 성경과 문화’가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 문화에서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세상 문화를 극복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거든요. 사도행전 15장에서도 유대인과 헬라인의 문화적 갈등을 초대교회가 어떻게 극복하고 헬라 전 지역에 복음을 전할 수 있었는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경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가 속한 문화를 아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1부 인간과 문화’에서는 반도문화에 속한 한국의 ‘한반도문화’의 특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는 집단주의 문화, 고맥락 문화(메시지 자체보다 감, 눈치, 분위기가 중요, 결론은 듣는 자의 몫으로 두는 나선형 논리가 강함), 직위(신분) 문화, 내 가족과 나 자신을 지키는 것, 배타성, 균점사상(모든 사람이 고르게 차지해야 한다)이 강합니다.”

-한국 선교사가 현지에서 복음을 전할 때 가장 요청되는 자세는 무엇입니까.

a2.jpg“선교사는 문화의 파도를 역류하지 않고 파도의 흐름에 따라 대처하는 ‘문화의 파도를 타는 선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선교사의 자세 중 가장 버려야 할 것은 자문화 우월주의입니다. 나와 다른 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나 집단주의 문화, 내 가족과 내 식구를 챙기는 것이 강한 자기중심적 관점은 처음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다음은 타문화를 외부자적 관점에서 보는 에틱(etic)의 관점을 버려야 합니다. 타문화를 에틱 관점으로 보면 부족한 면이 크게 보이고 불평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에틱과 에믹(emic), 즉 외부자적 관점과 함께 현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내부자적 관점이 통합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여기에 문화 변혁에 앞장서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실제로 외부자적 관점과 내부자적 관점의 균형을 맞추기 힘든데, 성경의 모델로는 헬라파 유대인인 사도 바울과 바나바 등이 있습니다. 이방 땅에서 태어났으나 핏줄은 유대인인 이들은 에틱과 에믹을 적절히 잘 조화시켜 복음을 전했습니다. 유대인에게는 유대인과 같이, 율법 아래 있는 자나 없는 자에게는 그들과 같이 되는 등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여러 모양이 된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입니다. 자신이 가진 에틱 사상과 상대를 배려하는 에믹 사상이 잘 조화를 이룬 한국 선교사가 이제 배출되어야 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최근 25년간 1세대 한국 선교사는 에틱 관점이 강했다면, 이제는 해외 경험도 많고 이중언어도 구사하는 선교 자원이 많아졌습니다.”

-외부자적 관점과 내부자적 관점이 잘 조화된 선교사를 양성하려면 선교사 훈련 과정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선교사 훈련에는 파송 전 훈련, 파송 후 훈련, 현장 훈련이 있는데 한국교회는 파송 전 훈련을 잘합니다. 하지만 선교사 훈련의 90%가 파송 전 훈련이며, 대부분 강의식로 이뤄지는 게 한국 선교 훈련의 가장 큰 취약점입니다. 또 빠른 시간 내에 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현장 훈련이 약합니다. 이와 달리 WEC, CCC,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WBT) 등 국제선교단체는 1년 정도 현장 훈련을 진행합니다. 한국교회의 선교사 파송 후 훈련도 아직 약하지만, 안식년(본국사역) 기간 교단별, 선교단체별 훈련이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또 앞으로 사역 계획이 있습니까.

“한국교회가 21세기 선교를 잘 감당하려면 성경의 문화와 복음, 한국의 문화, 현지의 문화를 잘 알고 현지인의 옷을 갈아입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 한국교회가 많이 힘듭니다. 저는 지금 선교의 모판인 교회가 어떻게 해야 선교의 촛대가 옮겨가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년 초에 ‘21세기 글로벌 선교’(한국교회를 살리는 21세기 글로벌 선교·가칭)에 대한 책을 출판할 예정입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