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마다 북한선교, 탈북자들을 위한 모임이 있지만 정작 더 중요한 탈북자들의 한국 내 이주, 정착에는 거의 무관심합니다. 좀 위험하기도 하고,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중국에 70여 차례 다니며 사역하다 3년 전 중국 공안의 단속으로 추방된 뒤 본격적으로 탈북자 이주 사역을 해 온 K목사는 이같이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용천노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그는 최근 4년 간 노회 및 개인 차원에서 30여 명의 탈북자들의 이주를 돕고 올해만 8명의 탈북자를 이주시켰다. 그는 “탈북자들의 한국 이주는 정부에서 적극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을 떠돌아 다니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적극 이주시켜 통일 시대에 큰 일꾼으로 길러내야 한다”고 선교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보안상 자세한 이름을 밝힐 수 없어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현재 중국 내 탈북자 수는 적게는 5만 명부터 많게는 40만 명까지 추산되지만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약 2만6천여 명뿐이다. 2000년 이후에는 인신매매의 성행으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크게 증가했고, 이들과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아이들이 버려지면서 탈북 고아 문제도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정부의 손길을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인신매매, 북송 위기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을 향해 한국교회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K목사는 중국 사역 중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한 북한 출신 전도사를 만나면서 중국 내 탈북자들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떴다. 이 전도사를 통해 그는 노회와 연계하여 매년 중국 조선족 교회 지도자들을 훈련시키고 중국 내 탈북자들을 위한 임시 숙소를 빌려 성경을 가르치고 세례를 주는 사역을 하게 됐다. 그러다 한국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사정을 듣고 노회 후원으로 탈북자 이주 사역에 뛰어들었다.
물론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좋은 루트는 중국 대사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삼엄한 경비로 대사관에 들어가기도 전에 붙잡혀 북송 되기 쉽다. 이들이 북송 되면 구금, 고문, 심지어 사형 등 극형에 처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의 80% 이상은 중국 브로커들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다. K목사는 “5~7백만원을 들여 중국 국경을 넘어 베트남,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잠입하는 데 약 일주일 정도 걸린다”며 “7~8명의 브로커를 거쳐 라오스에서 메콩강을 건너는 배를 타고 태국에 도착하면 바로 태국 경찰에 잡혀 이민국으로 수송되고, 그 곳에서 체류하다 한국에서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복잡한 입국 과정을 거치려면 브로커들에게 5~7백만 원을 주어야 하지만 물가상승, 교통편 등을 고려해도 1백5십~2백만원 정도로 한 사람을 탈북시킬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이 루트로 평북노회가 1명, 평북노회 소속 수원 명성제일교회가 2명의 탈북자를 한국에 이주시켰고 최근에는 용천노회가 2명의 탈북자들을 한국에 입국시켰다.
그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정착에도 한국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하나원을 퇴소할 때 밥솥, 그릇, 이불 등 기본적인 생활물품과 약 2천만 원의 정착금을 받는다”며 “현금은 4백만 원을 받고 임대주택 보증금으로 1천3백만 원을 받는데 나머지는 3개월에 한번씩 1백만원을 세 차례 받게 된다”고 말했다. 브로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오히려 모자라는 현실이다. 그는 “탈북자들 중에 9년만에 3억짜리 단독 주택을 구입할 정도로 악착같이 일을 해 살아가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다”며 이들을 위로하고 인격적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K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역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세상에 위험하지 않고서 어찌 주의 일을 하겠느냐”며 “탈북자들은 선교의 황금어장이며 관련 사역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내 탈북자들을 한국교회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픔도 있지만 국내 1~2백여 명의 탈북자 출신 신학생, 전도사, 목사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큰 역할을 감당할 이들”이라며 “한국교회가 해외를 떠도는 탈북자들의 손짓을 보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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