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2.jpg“수많은 선교 이론과 방법이 있어도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증거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놓친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성경에서 말씀하신 선교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벙쿨루 주(Bengkulu)를 방문한 김병선 코디아 국제대표는 한반도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이 주에 외국인 선교사 가정이 한 가정도 없다는 말을 현지 교단 대표로부터 듣고 무척 놀랐다. 지구상에서 복음화되지 않은 가장 큰 섬인 수마트라 남쪽에는 미전도종족이 많이 사는데, 벙쿨루 주는 수마트라 남서부에 위치했다. 이 교단대표는 한국 선교사 한 가정이 게끼시아 지역에서 사역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선교사만 가끔 사역지를 방문할 뿐 가족은 모두 자바 섬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선 선교사는 “인도네시아에 4백여 한국인 선교사 가정이 있는데 동부 자바의 한 도시에만 40여 가정이 모여 있다”며 “미전도종족이 많은 지역에 한 가정의 선교사도 없는 것은 한번쯤 재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1984년부터 1998년까지 일찍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헌신한 김병선 선교사는 중부 수마트라에 빨렘방신학교를 설립해 현재 인도네시아의 교단 총회장과 지도자들을 배출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내수동교회 담임목사(1998~2003)로 활동했으나 ‘선교사 체질’이었던 그는 다시 선교현장으로 돌아왔다. GMS 훈련분과 위원장(2000~2002), 알타이선교회 이사장(2000~2004),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총무(2003~2006), 한국연합선교훈련원 원장(2003~2006)을 역임한 후 GP선교회 선교사훈련원 부원장 및 원장(2003~2008), GP선교회 국제대표(2008~2012)로 전세계 선교 현장을 누볐다. 작년 9월부터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산하 독립단체인 코디아(KODIA, Korean Diaspora with a Mission) 국제대표로 해외의 한인 디아스포라 동원 사역을 하고 있다. 

14년 간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했던 만큼 인도네시아 미전도종족 복음화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온 그는 적어도 3개월에 한번씩 수마트라 남부를 방문해 신학교 강의 및 현지 교단, 한국 선교사 등과 교류한다고 말했다. 수마트라 남부의 31개 종족을 복음화하는 것이 마음 속에 품은 ‘목표’이기 때문이다. 

“벙쿨루 주에 선교사가 없는 이유가 단지 미전도종족에 관심이 약해서일까 고민했습니다. 물론 정글이라 선교사가 많이 거주하는 도시보다 생활 환경이 열악합니다. 그것 때문만일까요. 아닐 겁니다. 요즘 한국에는 선교대회도 많고, 선교 헌신자들도 많고 선교 재정도 많은데 정작 예수님이 명령한 성경적 선교를 하는데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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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해 온 세상에 전파되면 끝이 온다’(마24:14)는 말씀처럼 한국교회가 마지막 때를 준비하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전도종족이 있는 곳에 선교사를 가능한 먼저 배치하고 선교 재정도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복음은 전하지 않으면서 현지인들의 필요를 채우는 일은 사회사업이지 선교가 아니다”며 “전인적 도움을 주는 것이 복음 전파에 도움은 되지만 사회사업에 쏟는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복음을 증거하는 데, 특히 미전도종족을 복음화하는 데 사용한다면 놀라운 선교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 선교사 재배치 문제도 언급했다. “벌써 15년 전 필리핀 교단에서는 한국에서 교회개척 선교사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3년 전에도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소위원회에서 필리핀, 중국 등에 교회개척을 위한 선교사 파송을 재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재배치 문제는 아직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김 선교사는 “선교에는 희생이 요구된다”며 “이미 이기는 곳에 하는 전쟁은 전쟁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금이라도 모든 민족과 족속을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침’을 따라 전략적인 선교사 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혼자서 모든 민족 복음화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도 많은 선교현장에서 현지인 사역자들을 물질로만 돕는 것은 현지인교회를 의존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유사문화권의 사람을 훈련시켜 선교사로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수마트라 남부 31개 종족 중 자기 종족에 스스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한국인 선교사가 있는 두 종족을 제외한 29개 미전도종족을 선교하기 위해 김 선교사가 택한 방법은 현지인 신학생들을 선교사로 보내는 것이었다. 외국인이 들어가기엔 아직도 위험한 마을이 많아 금방 눈에 띄고 비자 문제도 있는 한국인보다 현지인 선교사가 훨씬 접근이 쉽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지의 두 지역교단과 협력하여 한 종족에 신학생 한 가정을 보내기로 하고 지난 8월 4가정을 파송했다. 선교비는 한국의 교회 두 곳과 김 선교사, 김 선교사의 딸이 각각 한 가정씩 지원을 맡았다. 그는 “수준 높은 신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도시로 몰려든다”며 “이 지역 신학교는 수준이 높진 않지만 어려운 환경에도 신학생들의 적응력이 탁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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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핵심을 논하지 않는 선교가 안타깝다”는 말을 반복한 그는 “계시된 하나님의 뜻보다 발견된 진리가 중시되고 관심 받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학교에서부터 성경이 말하는 선교를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인간의 죄성, 성경 말씀 등으로 상담하던 기독교상담에도 일반 상담이론이 많이 유입되면서 지금은 교회에서도 성경보다는 상담심리학의 이론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한 그는 “다양하고 많은 선교이론이 유익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선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성도 개개인도 “하나님 나라를 기억하며 세상에서는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우리 마음에서 들려오는 착한 소리를 따르는 것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도 세계복음화의 푯대를 가지고 더욱 순수해지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