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기독교 공동체의 미래는 여전히 ‘깊은 신앙’,
‘불안정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의 위태로운 균형 속에 있어”

한국오픈도어가 14년 간의 내전이 종식된 지 1년이 지난 시리아 내 기독교 공동체의 소식을 전하며, 시리아 기독교인들의 안전과 빈곤 극복, 교회 사역 재개 등을 위한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최근 한국오픈도어는 1년 전인 2024년 12월 8일, 시리아 정권과 반군 세력이 갑작스럽게 갈등을 종식한 후, 새로운 시리아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소개했다.

내전 종식 당시 시리아 국민은 즉시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하했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알 아사드 가문의 유산이 종식된 것에 대해 소셜미디어 등에서 안도감을 표현했었다. 아사드 가문은 과거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과 잔혹 행위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초래했었다. 새로운 정부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과도 정부 수립을 선언했고, 지난 1월에는 아흐메드 알샤라가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돼 새로운 정치 지형이 공식화됐다.

오랜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건물
▲오랜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건물 ⓒ한국오픈도어
◇과도 정부 수립됐지만, 경제 및 치안 불안은 여전

정권 붕괴 1년 만에 시리아의 지형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긍정적인 변화로는, 전국적으로 전기 서비스가 개선됐고, 시장이 개방됐다. 시민들은 새로운 취업 기회를 얻었고, 추적당할 염려 없이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확대됐다. 시리아는 국제 사회와 다시 협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국가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여전히 시민에게 개인 자금이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인출 한도를 주당 2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나 군대에서 일했던 많은 사람이 실직하면서 그들의 가족들은 빈곤에 내몰렸다. 치안 유지군이 부족하고, 끊임없이 바뀌는 규정 및 명확성 부족으로 치안이 취약해진 틈을 타 사람들이 복수를 하거나, 범죄자들이 사람들을 약탈하고 살해하고 있다.

한국오픈도어는 “이런 불안전성에 더해 두 건의 주요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며 “2025년 3월 해안 지역의 알라위트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학살 사건이 일어나, 시리아 인권 네트워크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시리아 인권 감시 단체는 2,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목숨을 잃은 사람들 중에는 기독교인도 5명 포함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독교 신앙 때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폭력 사건은 2025년 4월, 5월, 7월에 시리아 남부 드루즈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수웨이다 주에서 베두인족, 지역 드루즈족 집단, 과도정부군 간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이 폭력으로 약 1천 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539명이 드루즈족 민간인이었다.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 다양한 박해로 일상생활 더 힘들어져

수니파 이슬람 배경의 새 권력자가 세워지면서, 기독교인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 이슬람의 영향력은 국가 및 정부 기관들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여러 교회 지도자는 “어디에서나 셰이크(이슬람교에서 종교적 학식이 뛰어난 인물을 지칭)가 정부뿐 아니라, 검문소에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아사드 정권 붕괴 이전까지 이들리브와 그 주변 지역만 장악했던 반군들이 이제는 전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수염을 기른 남성과 베일을 쓴 여성들을 거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1년 내내 다양한 형태의 박해로 기독교인의 일상생활은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오픈도어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6월 22일 다마스쿠스 드웨일라 성엘리아스 교회 폭격 사건”이라며 “이 사건으로 25명이 사망했고, 약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의 22명은 기독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 자살 폭탄 테러 공격으로 일주일 동안 시리아 전역의 교회는 거의 텅 비어 있었고, 모든 활동이 연기됐다. 알레포의 토브지 주교는 “시민과 새로운 시리아에 대한 간담회에 150명의 청소년을 초대했는데, 단 4명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공립학교에서도 과거에 비해 기독교 학생들이 친구들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더 자주 듣게 됐다. 홈스 시리아 정교회 사제인 요하나 신부는 “우리 수도회 소속 일부 가정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언어폭력을 당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부 가정들은 아이들을 도시에 두는 대신, 기독교 인구가 대부분인 시골 마을에 유학 보내기로 결정했다.

시리아 공립학교에서는 기독교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가 없는 반면, 이슬람 교사가 이슬람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기독교 학생들은 수업 시간 다른 반에 따로 배정되어 할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마스쿠스에서 다섯 자녀를 둔 어머니 하난은 자녀들의 신앙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며 “아이들을 교리문답에 보내고 싶다. 학교에서 기독교에 대해 배우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거리에서 ‘가치 없는’, 또는 ‘이교도’라는 꼬리표가 붙는 모욕을 당하고 있다. 홈스의 한 교회에서 일하는 와엘은 “저는 가족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산다. 제 아이들은 한 해 동안 수염과 총을 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나를 이교도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며 “이제 아이들은 혼자 거리로 나가거나 교회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지난 6월 자살 폭탄 테러로 피해를 당한 시리아 다마스쿠스 드웨일라 성엘리아스 교회
▲지난 6월 자살 폭탄 테러로 피해를 당한 시리아 다마스쿠스 드웨일라 성엘리아스 교회 ⓒ한국오픈도어
목회자들에 대한 학대도 발생하고 있다. 홈스의 아이작 신부는 “지난주, 제가 길거리에 있을 때 어떤 남자들이 갑자기 침을 뱉었다. 그 지역 사람이 아니었다”며 “저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돌아섰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소규모 사업체, 특히 무슬림 지역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기독교인들은 비기독교인들이 구매를 중단하면서 고객 수가 감소하는 것을 경험했다. 와엘은 “좋았던 시절이었다면 제가 교회를 지원했을 텐데, 지금은 교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누군가가 교회 벽과 기독교 지역에 ‘기독교인을 죽이겠다’는 위협적인 글귀를 적어 놓기도 했다.

한국오픈도어는 “다마스쿠스 남쪽 수웨이다 인근 드루즈족 거주 지역에서는 기독교인의 절반 이상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국내 실향민이 되었다”고 말했다. 많은 기독교인이 집에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지 않아 교회로 피난했다. 수웨이다 출신의 파디(52)는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 생활과 일, 집, 안전을 모두 잃었다”며 “아무도 제 일상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파디의 이발소와 집은 정체불명의 단체에 의해 불에 탔고, 현재 그는 다마스쿠스의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수와이다 주의 한 마을인 카라바에 있는 복음교회 목사는 “전쟁 후 우리는 교회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다시 텅 비어 있는 것을 본다”며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부 시리아는 여전히 쿠르드족의 지배 아래 있어, 쿠르드 당국은 올해 모든 학교에서 강제로 쿠르드어 교육과정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아랍어로 수업을 진행하던 기독교 학교 14곳이 문을 닫았다. 오랜 협상 끝에 당국은 교회들이 학교를 열고, 시리아어 교육과정을 가르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개학은 한 달 이상 지연됐다. 알자지라 시리아 정교회 주교인 모리스 주교는 “우리 아이들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신뢰가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인내심을 갖고 땅을 지키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많은 시리아 기독교인은 시리아를 떠나 밖에서 안전한 곳을 찾고 싶어 한다. 크리스천 밸리의 한 교회에서 일하는 나리만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해 긍정적인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무슬림들이 교회에 관심 보이고, 기독교로의 개종 증가는 긍정적인 변화”

그럼에도 매우 긍정적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무슬림들이 교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알레포의 토브지 주교는 “이곳 출신이 아닌 많은 무슬림이 교회에 와서 교회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물었고, 심지어 촛불을 켜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누구인지 보여줄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 것도 큰 특징이다. 여기에는 다른 나라의 난민 캠프에서 시리아로 돌아와 피난 생활을 하면서 기독교인이 된 이들도 포함된다. 홈스의 얼라이언스 교회 목사인 라조크는 “시리아의 모든 폭력 사태 이후, 일부 비기독교인들은 이제 기독교에 대해 더 열린 마음으로 접하고 있다. 기독교가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는 시리아의 쿠르드족과 드루즈족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알레포 얼라이언스 교회의 압둘라 목사는 ”이 모든 상황이 교회의 사명을 계속하는 데 방해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믿음과 용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홈스의 이삭 신부도 “사람들은 신앙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의 미래는 여전히 ‘깊은 신앙’과 ‘불안정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 속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압둘라 목사는 “저는 이 어둠이 하나님의 개입을 앞당겨 시리아 교회가 생존할 뿐만 아니라, 조상의 터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오픈도어는 “△하나님께서 시리아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들이 겪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주시도록 △하나님께서 그들을 해치려는 자들의 마음을 만지시고, 그들의 마음에서 복수심과 증오심을 몰아내시고 사랑의 영으로 채워주시도록 △시리아 현지 협력자들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