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뇌치유상담학회(IBPS, 회장 손매남 박사)가 11월 월례세미나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필수가 된 시대에 ‘디지털 중독’이 현대인들의 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뇌과학적 관점에서 소개하고, 뇌 건강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디지털 습관 개선 방안을 다뤘다.

지난 22일 서울 관악구 한국상담개발원에서 열린 월례세미나 강사로는 IBPS 중독학술분과 위원인 김태온 박사(코헨대 상담심리학 Ph.D.)가 나섰다. 김 박사는 미국 코헨대학교 국제부 교수, 한국상담개발원 평생교육원 교수이며, 베델(중독)회복공동체 전임 상담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약물 예방교육 강사, (사)생명존중 LIFEHOPE 자살 예방교육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IBPS 중독학술분과 위원 김태온 박사(코헨대 Ph.D.)
▲IBPS 중독학술분과 위원 김태온 박사(코헨대 Ph.D.)

◇“성인 디지털 중독, 작은 루틴 변화만으로도 다시 뇌 균형 회복 가능”

김태온 박사는 1부에서 ‘디지털 중독, 예외는 없다’는 주제로 성인 디지털 중독의 위험성을 다뤘다. 김 박사는 일상의 기반이 된 익숙한 도구인 스마트폰에 의한 ‘디지털 중독’이 오늘날 성인들에게 ‘일상의 중독’이 됐음을 지적하고 “특히 최근 급증하는 쇼츠(short-form) 콘텐츠 소비는 성인의 뇌를 더욱 빠르게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디지털 중독에 더 취약한 이유에 대해 김 박사는 “업무·소통·휴식이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하루 대부분 시간을 ‘즉시 반응이 필요한 자극’ 속에서 보낸다”며 “여기에 쇼츠의 구조가 결정적인데, 3~5초 만에 도달하는 빠른 자극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단숨에 활성화해 도파민을 분출하게 한다. 또 예측 불가능한 보상 구조는 뇌를 더 자주, 더 강하게 다음 영상을 찾도록 학습시키며, 이 과정에서 전전두엽의 피로는 빠르게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전전두엽은 인간의 판단·집중·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핵심 영역으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와 여러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짧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소비할수록 전전두엽의 활성은 점차 감소하고, 반대로 보상회로는 과활성화된다”라며 “그 결과 성인의 삶에서도 업무 집중력의 급격한 저하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반복적 피로감과 무기력, 수면의 질 하락, 감정 기복과 충동적 행동 증가, 인간관계 소홀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변화는 ‘중독’이라는 자각 없이 서서히 진행된다”며, ‘자가 진단’ 리스트인 ①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계속 보는가? ②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가? ③멈추고 싶은데 멈추지 못한 적이 있는가? ④계획보다 더 오래 보게 되는가? ⑤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한가?라는 5개 문항 중 3개 이상이 ‘예’라면 디지털 중독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박사는 “뇌는 회복하는 기관이며, 작은 루틴 변화만으로도 다시 뇌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며 세 가지 회복 전략을 소개했다. 첫째는 ‘알고리즘 디톡스’로, 시청 기록·검색 이력·좋아요를 초기화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것이다. 둘째는 ‘긴 콘텐츠 위주로 루틴 만들기’로, 책 10분, 롱폼 인터뷰 20분만으로도 도파민의 ‘즉각 보상 루프’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셋째는 ‘디지털 금식 구간 설정하기’로, 아침 1시간, 식사 시간, 잠들기 전 90분 만이라도 디지털을 내려놓으면 전전두엽의 휴식이 확보된다고 했다.

실천을 돕는 체크리스트로는 △아침 기상 후 30분간 스마트폰 금지 △식사 시간 스마트폰, 노트북 완전 제외 △잠들기 전 90분, 스마트폰을 자리에서 멀리 두기 △하루 한 번 ‘긴 콘텐츠’를 의식적으로 소비하기를 제시했다.

김태온 박사는 “디지털은 도구일 뿐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쇼츠의 3초 자극이 우리 뇌의 주도권을 빼앗아 가기 전에 우리는 일상의 속도를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습관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앱 사용 시간 제한 설정 △SNS 알림 줄이기 △운동, 취미 활동을 통해 정신적·신체적 건강 강화하기 △심호흡, 마음 챙김을 촉진하여 스트레스와 불안 줄이기 등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을 통해 “뇌의 주도권을 되찾는 순간, 우리의 삶의 질은 깊어지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뇌치유상담학회(IBPS) 11월 월례세미나
▲IBPS 11월 월례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IBPS

◇“청소년·청년 디지털 중독, 금지 아닌 건강한 루틴 중요, 부모부터 변화해야”

2부 ‘디지털에 뺏긴 아이의 뇌를 회복하는 7가지 습관’에서는 김 박사가 청소년·청년들의 중독 상담을 한 경험을 다룬, 동일 제목의 저서를 요약한 강의로 진행됐다. 김 박사는 “중독의 늪에 빠지기 전에 가정에서 일상의 루틴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의 뇌를 보호하고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스마트폰은 공부 도구이자 심심풀이의 역할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도파민 과잉, 집중력 약화, 감정 조절 장애, 수면 붕괴 등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며 “금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회복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디지털을 무조건 끊는 방식이 아니라, 뇌가 회복되는 환경을 설계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즉각적 보상 구조’로 설계된 빠른 장면 전환, 예측 불가능한 반전, 즉각적인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접하며 도파민을 폭발적으로 분비하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자극은 빠르게 찾지만 통제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로 빠지기 쉽다.

미국국립보건원(NIH)과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하루 2시간 이상 스크린에 노출된 아동은 전두엽 회백질 밀도가 낮아지고, 감정 조절·집중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김 박사는 “이 문제는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뇌 회로가 변형되는 신경생물학적 문제”라며 “△기기를 끄면 짜증·분노·불안이 증가하고 △놀이보다 스마트폰을 더 선호하며 △식사·외출·수면 직전까지 화면을 찾고 △말수가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며 △‘조금만 더’라는 말이 습관처럼 반복되는 경우 디지털 초기 중독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디지털 중독에서 회복되는 핵심은 “일상의 루틴 속에서 뇌의 회복 경로를 다시 열어주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온 박사는 “이 방법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무리 없는 현실적 전략이며, 상담 현장에서 임상으로 확인된 습관”이라며 7가지 습관으로 ①무자극 시간 30분 만들기 ②가족 대화 3문장 루틴 ③손으로 하는 활동 회복시키기 ④생체리듬 회복(수면·식사·활동 루틴) ⑤디지털보다 더 재미있는 대체놀이 설계 ⑥감정 기록하기 ⑦‘금지’가 아니라 ‘설계’로 스마트 사용 훈련하기를 소개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바뀌려면 부모가 먼저 바뀌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박사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힘은 명령이나 통제가 아니라, 부모의 루틴 변화”라며 “책 속 실제 사례에서도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저녁 한 시간만 가족 전체가 ‘조용한 시간’을 만들었을 때, 아이의 짜증은 줄고 상상력, 집중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의 뇌는 말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통해 회복을 배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디지털 시대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과의 싸움’이 아닌 ‘아이의 뇌를 얼마나 이해하고 보호하는가’가 중요하다”며 “디지털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회복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오늘의 작은 습관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회, 학교, 기관에서 실시하는 디지털 중독 예방 교육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한정희 박사(코헨대 Ph.D.)는 “디지털 과몰입의 핵심 원인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이은영 박사(코헨대 Ph.D.)는 “스마트폰, 디지털 중독에 대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중독된 시대에, 도파민 과잉으로부터 우리 뇌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알아가는 귀한 강의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석주 박사(코헨대 Ph.D.)는 “마음이 치우쳐 고착화 되었다면 중독이며, 거의 100%가 디지털 중독 상태라는 말씀에 공감한다. 내 마음은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 바라보며 한해를 알차게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한편, IBPS(International Brain Psychotherapy Society)는 미국 코헨대학교, 코헨신학대학 상담대학원 뇌치유상담학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학문적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손매남 박사(코헨대학교 국제총장, 한국상담개발원 원장)에 의해 2012년 시작됐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1시 한국상담개발원에서는 코헨대학교 상담대학원, 코헨대학교 국제부 후원으로 월례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