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본문
다니엘 1장 8절
서론
Ⅰ. 자기를 더럽히지 않으려는 결단 (단 1:8)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
1. 결단의 배경
다니엘은 바벨론 포로로 끌려와 왕궁 교육을 받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출세와 성공의 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왕이 내려주는 음식과 포도주는 그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그것을 자기를 더럽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음식은 율법에 어긋나거나, 우상에게 먼저 바쳐진 제물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으로는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지만, 신앙적으로는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타협이 될 수 있었습니다.
2. 결단의 본질
성경은 이것을 “뜻을 정했다”고 표현합니다. 히브리어 레브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 의지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다니엘은 단순히 식습관을 바꾼 것이 아니라, “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별된 삶을 살겠다”는 신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레위기 11:44–45 “나는 여호와 너희의 하나님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몸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고 땅에 기는 길짐승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요구하신 것은 단순한 ‘식생활 규정’이 아니라 정체성의 구별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구속받은 백성이기에,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끗하게 하라”는 명령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자기를 더럽히지 말라는 적극적 요청이었습니다. 다니엘이 왕의 음식과 포도주를 거절한 것은 이 말씀의 실천이었습니다. 또한, 베드로전서 1:15–16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
사도 베드로는 신약 성도들에게도 동일한 원리를 적용합니다.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너희는 거룩하라”고 하신 말씀(레 11:44–45)을 직접 인용하면서, 이제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 언약 백성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즉, 거룩은 단순히 의식법이나 종교적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삶 전체의 태도와 행동으로 확장됩니다.
본론
Ⅱ. 자기 스스로가 더럽히는 유혹의 시작
성경은 죄의 시작을 외부에서 찾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야고보서 1:14–15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죄는 강제로 끌고 들어오는 외부의 손아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 욕망에 문을 열 때, 작은 씨앗이 들어와 자라나 결국 내 영혼을 무너뜨립니다.
삼손의 이야기 (삿 16:1): 힘의 사람 삼손, 하나님의 특별한 나실인으로 태어나 누구도 대적하지 못하는 능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스스로 발걸음을 기생의 집으로 옮깁니다. 아무도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의 발이, 그의 욕망이, 그를 그곳으로 데려갔던 것입니다. 그 순간 삼손은 하나님이 주신 힘을 스스로 더럽히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두 눈이 뽑히고, 원수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죄는 외부의 함정이 아니라, 내 욕망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서 시작됩니다.
에서의 이야기 (창 25:34): 들판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온 에서. 배가 고파서 숨이 가쁘게 들이쉬는 그의 눈앞에, 팥죽 한 그릇이 보였습니다. “지금 당장 배만 채우면 된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고,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팔아버렸습니다. 장자의 축복이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도, 눈앞의 쾌락 앞에서 그 가치를 저버린 것입니다. 작은 그릇의 음식이 그의 인생을 더럽히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Ⅲ. 외부적인 것이 나를 더럽히는 유혹의 시작
다니엘 시대의 바벨론 왕궁은 화려한 음식과 포도주로 청년들을 길들이려 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바벨론은 어디입니까? 바로 스마트폰 속, 유튜브 화면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시간을 보내려 들어갑니다. 웃음을 주는 영상, 음악, 정보… 그러나 몇 번의 클릭 후에 알고리즘은 내 마음 깊은 곳을 파악하고, 그 틈을 파고듭니다.
어느 날은 자극적인 영상이 뜹니다. 음란한 콘텐츠는 재미라는 이름으로 다가오지만, 결국 내 마음과 시선을 더럽힙니다. 또 다른 날은 약물이나 동성애나 도박을 미화하는 영상이 추천 목록에 뜹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다들 하잖아”라는 분위기로 나를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유튜브 안에서 중독이라는 왕의 식탁 앞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외부에서 시작되는 유혹입니다. 누가 억지로 끌어넣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문화가,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왕의 음식처럼 우리 앞에 놓이는 것입니다.
Ⅳ.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요청하라 (단 1:8–9)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구하니” 다니엘은 바벨론 왕궁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화려한 식탁, 진귀한 음식, 향긋한 포도주가 그의 눈앞에 놓였습니다. 모두가 그것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성공의 길이다, 너도 이제 바벨론의 사람이 된 것이다”라는 무언의 압박이 그에게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백성이다. 이 음식으로 나를 더럽히지 않겠다.” 결단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알았습니다. 결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왕의 명령을 거스른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환관장에게 조용히 다가갔습니다. “저를 부디 자기를 더럽히지 않게 해 주십시오. 열흘만 시험해 주십시오. 채식을 하게 해 주십시오. 그 결과를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 다니엘은 결단에서 멈추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은 그에게 은혜를 더해 주셨습니다.
다니엘이 보여준 또 하나의 모습은 겸손한 요청이었습니다. 그는 “나는 안 먹겠다”라며 당당하게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환관장이 곤란해지고, 상황은 막혀버렸을 것입니다. 대신 그는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환관장의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청하오니, 저희 종들을 열흘 동안 시험해 주십시오. 채식을 하게 해 주시고, 그 결과를 보신 후 결정해 주십시오.” (단 1:12)
이 요청은 단순히 협상의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다니엘은 환관장을 움직이실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었고, 겸손히 은혜를 구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하나님이 다니엘로 하여금 환관장에게 은혜와 긍휼을 얻게 하신지라” (단 1:9). 다니엘은 자기 힘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도록 의탁했습니다. 그리고 그 태도 속에서 길이 열렸습니다.
Ⅴ. 뜻을 정한 자에게 주어지는 결실의 열매
1. 영적 열매 ― 얼굴빛이 달라짐
열흘 동안 채소와 물만 먹은 다니엘과 세 친구를 사람들이 바라봤습니다. “저렇게 먹고 어떻게 버틸까? 곧 창백해지고 기운을 못 쓰게 될 거야.” 그러나 열흘이 지나자 오히려 그들의 얼굴은 더욱 빛나고 살이 윤택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건강 관리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이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그렇습니다. 한 성도가 직장에서 술자리를 거절하고, 신앙 양심을 지켰습니다. 동료들은 처음엔 비웃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의 표정과 태도에서 흔들림 없는 평안과 기쁨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거룩을 지킨 자의 얼굴에 빛을 비추십니다.
2. 관계적 열매 ― 신뢰와 인정
처음에 환관장은 두려워했습니다. “만약 네가 병색이 돌면 내 목이 날아간다.” 그러나 다니엘이 겸손하게 요청하자, 그는 열흘 동안 시험해 보게 허락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이후 환관장의 마음이 점점 다니엘과 친구들에게 열렸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에도 신앙적 결단은 관계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어떤 성도가 회사에서 정직을 지키기 위해 계약서에 거짓 수치를 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상사가 화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저 사람은 믿을 만하다”라고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결단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존중과 인정의 열매를 맺습니다.
3. 지혜의 열매 ― 명철과 통찰
하나님은 다니엘과 친구들에게 학문과 지혜를 주셨습니다. 바벨론의 책을 배웠지만, 단순히 세상 지식만 습득한 것이 아니라, 분별하는 눈과 통찰을 얻게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회의 석상에서 모두가 이익만을 좇아 무리한 결정을 하려 할 때, 믿음의 사람은 하나님 말씀에 비추어 옳고 그름을 분별합니다. 그 한마디 제안이 조직을 살리고, 사람들을 지혜로운 길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거룩을 지키는 자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상황을 꿰뚫는 지혜를 주십니다.
4. 사역의 열매 ― 사회적 탁월함과 영향력
왕은 다니엘과 세 친구를 불러 시험했습니다. 수많은 박사와 술객이 있었지만, 그들은 십 배나 더 뛰어났습니다. 바벨론의 최고 권력 앞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탁월함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믿음의 결단을 사회 속에서 드러내십니다. 어떤 교사가 신앙의 원칙을 지키며 학생을 대했을 때, 그 반은 다른 반과 달리 존중과 배려의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그 교사는 단순히 수업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교실 안에 세운 것입니다. 신앙의 결단은 개인의 경건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 속에서 탁월함과 영향력으로 증명됩니다.
마무리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다니엘이 뜻을 정하여 자기를 더럽히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세상 유혹 속에서 믿음을 지키게 하옵소서. 우리의 얼굴에 주의 평강이 드러나게 하시고, 우리의 삶에 신뢰와 지혜와 탁월함의 열매가 맺히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