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진리 위에 선 공공성을 회복하고
성도는 사랑 안에서 정의 말하고 질서의 조율자 돼야

이선구 목사
▲이선구 목사
2025년 세계는 ‘질서의 해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는 위기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과 같은 혼돈의 시대 속, 그리스도인의 공공 책임과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 실천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최근 저서에서 “미중 간의 전략적 충돌은 단순한 경제전쟁을 넘어선 체제 전쟁이며, 기존의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 질서와 이미 체결된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조차도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국내 상황으로 눈을 돌리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대 박태균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정치적 양극화, 빈부 격차, 상승과 세대 갈등,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의 현상이 신뢰의 해체 속에서 ‘질서 있는 토론’의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안타깝게도 “그리스도인들마저 극단적인 정치 이데올로기(ideology) -즉 이념에 휘말려 공공의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데올로기(독일어 ‘ideologie’, 영어 ‘ideology’)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인간·자연·사회에 대해 규정짓는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이념적인 의식의 형태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국내 정치 질서와 공정과 신뢰의 회복을 위해 새로운 정부는 ‘상식의 회복’을 국정 철학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질서의 성경적 의미와 사회적 적용을 대입하면, 정치적 신뢰는 회복하지 못한 채 검찰 개혁, 대북 정책, 복지 확장 등 주요 현안에서 난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위기 속에서 ‘질서를 지키는 것이 사명이다’라는 명제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그리스도인과 시민 모두가 붙잡아야 할 공적 소명이 분명하다.

성경신학적인 면에서 시민의식과 개인 성화는 ‘사회 성화’로 동등하게 실천으로 나타난다. 나아가 거룩과 경건은 이웃 사랑의 질서를 통해 완성되기에,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단순히 ‘영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공공질서에 기여하는 공동체와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에베소서 4장 3절은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라’고 권면한다. 이는 교회 내 질서를 넘어, 세상 속에서 화평과 정의를 이루는 성령의 질서를 세우라는 초대다. 기독교인은 정치적 편 가르기나 이데올로기(ideology)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진리와 사랑 사이의 균형을 이루며 질서의 실천으로 ‘공동선’(common good)의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경고하듯, 질서 없는 사회는 그 어떤 정책이나 경제 성장이 있어도 유지되지 않는다.

성경은 마태복음 5장 9절에서 말씀한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질서를 세우는 것은 단지 국가 운영의 효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대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이 땅에 드러내는 영적 사명이다. 혼돈의 시대 우리는 ‘질서를 지키는 사명’을 다시 품어야 한다. 교회는 진리 위에 선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며, 그리스도인은 사랑 안에서 정의를 말하며 질서의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바로 그때, 한국 사회는 다시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이선구 목사(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 이사장, 세계선교연대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