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 년 전 이름 없는 전도자들이 남긴 위대한 발자취 확인할 수 있어
‘목숨 걸고 성경 전달’ 정신 계승하려는 ‘21세기 권서인’ 향한 헌사

1890년대 서북전도부인들. 뒷줄 맨 왼쪽이 김소정(김연기 목사의 조모)
▲1890년대 서북전도부인들. 뒷줄 맨 왼쪽이 김소정(김연기 목사의 조모) ⓒ준프로세스
한국 개신교 역사의 뿌리와 한글 성경 반포의 생생한 발자취를 집대성한 귀중한 사료가 7일 영문 자료집으로 세상에 나왔다.

개화기 선교 및 교회 역사 자료를 발굴·연구하고 꾸준히 출판 활동을 해 온 리진만 선교사(인도네시아, 우간다)는 이번엔 1884년부터 1941년까지 대영성서공회(BFBS)가 발행한 한국지부 연례보고서 58년 치와 초기 스코틀랜드성서공회(NBSS) 한국 부분 연례보고서 7년 치를 전부 발췌하여 편집한 『THE ANNUAL REPORT of The BFBS(1884~1941) The KOREAN AGENCY, VOL Ⅰ & Ⅱ』 전 2권을 출간했다. 앞서 작년 10월 말에는 한국어판인 ‘대영성서공회 연례보고서(1884~1941)’ 편역본을 출간한 바 있다.

『THE ANNUAL REPORT of The BFBS(1884~1941) The KOREAN AGENCY, VOL Ⅰ & Ⅱ』
▲『THE ANNUAL REPORT of The BFBS(1884~1941) The KOREAN AGENCY, VOL Ⅰ & Ⅱ』

이번 자료집은 기존 한국 교회사 연구가 서구 선교사들의 사역에 집중되었던 한계를 넘어, 복음의 씨앗을 직접 뿌린 한국의 ‘매서인(Colporteurs)’과 ‘전도부인(Bible Women)’의 활약을 1차 사료로써 증명한다.

매서인은 외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위험한 두메산골이나 교통 시설이 조악한 섬들을 누비며 성경을 전했다. 또 전도부인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금남(禁男)의 구역인 ‘안방’으로 직접 들어가 복음을 전파했다. 본 자료집은 이름도 빛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헌신이 세계 선교 역사상 유례없는 한국교회의 폭발적 성장의 토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영문 영인본은 단순한 복제를 넘어 정밀한 편집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리진만 선교사는 “지난 5년간 방대한 연례보고서를 대조하며 원본의 오타, 통계 오류, 잘못 기재된 연도 등을 철저히 교정했다”며 “특히 1877년 만주에서 최초의 한글 성경(로스역) 번역을 시작한 존 로스(John Ross) 목사와 한국인 동역자들의 기록부터, 1941년 일제에 의해 성서공회 사역자들이 강제 추방당하기까지의 63년간 선교 역사를 빈틈없이 엮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1910년 예수교서회 성경판매대
▲1910년 예수교서회 성경판매대 ⓒDCAH Digital Galleries
이러한 방대한 작업의 시작은 리 선교사 개인의 가족사를 사료에서 우연히 발견한 일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리 선교사가 초기 선교 및 교회 역사 자료를 연구하던 중 조부인 이계삼(Yi Kei-Sam) 영수가 초기 권서인이자 문막감리교회의 설립자였다는 기록을 BFBS 보고서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리 선교사는 “조부의 발자취를 찾는 과정이 곧 권서인이 한국교회 설립의 선구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 영문 자료집이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한국선교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창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이 자료집의 주요 특징은 1884~1941년까지 대영성서공회, 1879~1885년까지 스코틀랜드 성서공회의 조선 사역 전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가 수록된 포괄적 기록물이라는 점, 스코틀랜드성서공회에서 대영성서공회로 이어지는 한글 성경 번역 및 이행 과정을 상세 기술하여 로스 선교사의 유산을 계승했다는 점, 매서인과 전도부인의 사역 현장을 담은 현장 보고서 원문이 가감 없이 수록되면서 한국인 사역자의 공헌을 재발견한 점 등이 있다. 또 한글의 음운적 우수성이 복음 확산에 이바지한 역사적 맥락을 제시한 여러 선교사의 찬사도 게재되면서 언어학적 통찰도 얻을 수 있다.

리진만 선교사는 “이 영문 자료집이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한국선교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진만 선교사는 “이 영문 자료집이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한국선교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준프로세스

리진만 선교사는 “이 영문 자료집은 교회사 학자와 신학자뿐만 아니라, 해외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라며 “140년 이전부터 목숨을 걸고 성경을 전했던 선교사들과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오늘날의 ‘21세기 권서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리 선교사는 2026년 새해 책 출간을 기념하며, 위클리프성경번역회와 하계 언어학 연구소(현 SIL 글로벌)를 창설한 윌리엄 캐머런 타운센드(William Cameron Townsend)의 명언 ‘가장 위대한 선교사는 그 종족의 고유 언어로 된 성경입니다. 성경은 휴가가 필요하지 않고, 외국인이라고 배척을 받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를 따라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도, 읽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주님을 믿을 수 있겠는가?’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클리프 사역자들은 2024년 기준, 173개 국가 3,526개 언어로 구약을 포함한 성경 완역 및 수천 개의 성경 번역 관련 사역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 25년 안에 (아직 성경으로 번역되지 못한) 남아있는 언어들로 성경을 번역하는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이 자료집을 읽는 사람 중, 자기 언어로 된 성경이 없는 부족을 위해 성경을 번역하기 원하는 이들이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는 고백을 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전했다.(문의 및 연락처: 준프로세스 02-2266-5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