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코칭 전공 주임교수 인터뷰

멘탈 코칭의 핵심은 선수들의 불안과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과 자신감 강화
목표 설정 통해 생산성 크게 향상, 인지 행동 접근법과 뇌파 활용 접근도 가능

현대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2020년 발간된 ‘한국 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은 대한민국의 직업 수를 1만 2,923개, 직업명은 1만 6,891개로 보고했다. 그리고 이젠 인공지능(AI)과 로봇,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확산, 전 지구적 환경문제 등으로 직업군이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기존 직업군이 빠르게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생겨나기도 하는 시대를 맞아 문화비전코리아와 본지가 청소년들이 되고 싶어 하는 직업군들을 조사하여 현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코칭 전공 주임교수인 정용철 교수는 현재 한국스포츠심리학회 학술위원장으로, 다수의 스포츠팀과 선수들에게 멘탈 코칭을 제공해 온 권위자이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파라아이스하키팀을 지원한 경험이 널리 알려졌다. 스포츠 심리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정 교수를 최근 교수실에서 만났다.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코칭 전공 주임교수인 정용철 교수는 “멘탈 코치로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선수들이 스포츠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성숙해지는 데 도움을 줄 때”라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스포츠코칭 전공 주임교수인 정용철 교수는 “멘탈 코치로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선수들이 스포츠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성숙해지는 데 도움을 줄 때”라고 말했다. ⓒ문화비전코리아
◇스포츠 심리학과의 첫 만남

정용철 교수는 어린 시절 수영 선수로 활동하며 경기 전 불안감을 자주 느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그 당시에는 스포츠 심리학을 전혀 몰랐지만, 대학에 가서 처음으로 이 학문을 접하고 불안감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웠다”라며 “이후 유학을 통해 석사, 박사 학위를 받으며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 경험을 쌓아갔다”고 회고했다. 또한 “아버지께서도 스포츠 심리학 교수셨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라며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멘탈 코칭이 스포츠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용철 교수가 스포츠팀의 멘탈 코치로 활동하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정 교수는 “여러 스포츠팀과의 인연을 쌓아오던 중 평창올림픽에서 파라아이스하키팀을 맡게 되었다”라며 “그때 아이스하키팀과의 인연을 쌓게 되어 이후 백지선 감독님과도 협력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8년부터는 한라에서 제의를 받아 함께 일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팀과의 신뢰를 쌓으며 한국 스포츠계에서 멘탈 코치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것이다.

정 교수는 “멘탈 코칭은 선수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집중력과 자신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초기에는 모든 선수에게 강의 형식으로 멘탈 코칭을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개별 상담으로 선수들의 심리적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님들과도 상담을 진행하여 팀의 긍정적인 방향성을 잡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교수(왼쪽)와 김의진 군이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철 교수(오른쪽)와 김의진 군이 인터뷰 하고 있다. ⓒ문화비전코리아
특히 슬럼프나 심리적 압박을 겪고 있는 선수를 돕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제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솔루션을 찾도록 돕는다”라며 “선수들이 자신의 해결책을 발견하면, 그 방향이 적절한지 검토해 주는 것이 제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또한 ‘목표 설정(goal setting)’을 모든 선수에게 강조한다. “목표 설정을 통해 선수들의 생산성이 약 10% 향상된다고 생각한다”며 “소수점 차이로 성패가 갈리는 스포츠에서 목표 설정을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이와 함께 ‘인지 행동 접근법(Cognitive Behavior Approach)’도 활용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이해시키고 있다”며 “최근에는 뇌파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접근도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심리학에 대한 인식 확산”

한국에서 스포츠 심리학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었다고 했다. 정용철 교수는 “스포츠 상담사 제도가 2004년부터 시행된 이후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며 “최근에는 여러 스포츠 과학 센터들이 멘탈 코치나 스포츠 심리 상담자를 고용하면서, 스포츠 심리학이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의진 문화비전코리아 학생회원
▲김의진 문화비전코리아 학생회원
미래의 ‘스포츠 멘탈 코치’들을 위한 조언과 함께 스포츠 멘탈 코치로서의 진정한 역할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 교수는 “처음부터 유명한 선수나 프로팀과 일하는 것을 꿈꾸기보다는, 동네 선수들이나 아마추어 팀들과 함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수들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내면을 돌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멘탈 코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정 교수는 “일부 코치들은 선수들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스포츠 멘탈 코치는 선수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며 “멘탈 코치로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선수들이 스포츠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성숙해지는 데 도움을 줄 때이다. 제 역할은 선수들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제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