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감옥에 갇힌 기독교인의 연출 사진
▲북한 감옥에 갇힌 기독교인의 연출 사진 ⓒ오픈도어
2024년 벽두부터 북한이 남한을 사실상의 적대 국가로 지칭하고, 해안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기독교 박해 역시 완화되거나 개선된 정황이 보이지 않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희 선교회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의 기독교 박해가 감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통제정책 강화 속에서 여전히 강도 높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2024 월드워치리스트(WWL) 발표를 맞아 한국오픈도어선교회에서는 지난해 북한의 기독교 박해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수십 년간 가장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선정되고 있는 북한의 기독교 박해 중단과 고난 중에 있는 형제자매들을 위한 여러분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 드리고자 합니다.

2023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공식적으로 종식된 해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방역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강력한 사회 통제와 국경봉쇄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작년 이맘때쯤에는 전염병의 위험 감소에 따른 북한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 화물 열차 운행 재개 및 해외 노동자와 외화벌이 인력의 본국 송환 등을 제외하면 본격적인 국경개방이나 외부와의 인적 교류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강도 높은 통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탈북자 강제 북송 재개 등 인권 침해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거치면서 북한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으며, 이는 북한의 기독교 박해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1년 9월 ‘청년교양보장법’ 등 법률을 제정하였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법들은 한류를 비롯한 각종 외부 미디어 접촉, 유입, 유포 활동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조항을 담고 있으며, 성경 및 기독교 관련 미디어나 물품 역시 주요 단속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1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2월에는 ‘국가비밀보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주민들의 말투와 행동까지 규제하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통제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기밀보호법의 경우 이미 형법에 간첩죄 항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법을 신설하여 북한 내 모든 종류의 정보를 통제하고 내부체제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성경책
▲북한의 성경책 ⓒ한국오픈도어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23년 3월 발표된 통일부의 북한인권보고서는 2019년 평양시에서 비밀리에 교회를 운영하던 단체가 일망타진되어 5명이 공개처형되고 7명은 관리소로 보내졌으며, 30명은 노동교화형을 받고 50여 명이 강제추방된 사건 등 여러 기독교 박해 사례를 보고하며 북한의 기독교 박해의 심각성을 증언하였습니다. 본 선교회는 해외 선교 현장을 통해 북한 내에서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발생한 지하교회 적발 사건들을 여러 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그중에는 성경 소지 및 공유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을 당하거나, 예배 모임을 가지다가 급습을 당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23년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3년 4월 평안남도 순천시 동암리의 예수모임자들(지하교회 교인들)이 적발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본 선교회 역시 23년도에 발생한 여러 건의 기독교 박해 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성경 소지 관련 처벌 외에도 지하교회 적발과 지도자에 대한 처형, 그리고 지하교회 교인들로 추정되는 여러 가구가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 등이 있었습니다. 이는 지하교회 지도자들이 사형에 준하는 처벌을 가하고, 그 외의 교인은 정치범 수용소 수감하고, 연좌제에 따라 그 가족들도 강제 추방하는, 그동안 북한에서 발생해온 전형적인 기독교 박해 사건과 유사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저희는 또한 강제북송으로 인한 인권 침해와 기독교 박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이 재개되었으며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탈북자 600여 명이 일시에 강제 북송당했음이 복수의 기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강화된 주변국의 디지털 통제로 인해 탈북자들은 더욱 적대적인 환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2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반간첩법 개정안은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에 대한 처벌의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관련 활동을 위축시키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강제북송 문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부당한 학대와 형벌을 당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북송된 이들에 대한 심문에서부터 기독교 신앙의 유무와 교회 및 선교사 접촉 여부를 철저하고 조사하고 있으며, 혐의가 발견된 이들은 접촉 수준과 신앙 여부에 따라 정치범 수용소 수감에서부터 사형까지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북송된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박해와 인권 침해,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고 있는 탈북자 강제 북송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파주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
▲파주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 ⓒ한국오픈도어
북한 당국은 ‘우리 식 인권’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가장 인민적인 인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고, 그 속에서 인민들은 참다운 인권을 향유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강도 높은 사회통제와 비상식적인 형벌, 그리고 공개처형 등의 공포정치는 주장과 모순된 현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기독교에 대한 극단적인 박해는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용납될 수 없으며 반드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북한 내 신앙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특별히 기독교 박해 중단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특별히 북녘의 형제자매들을 위한 관심과 기도를 촉구합니다. 각종 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산간오지로 추방된 기독교인들과 그 후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중단되고 이들이 복권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또한 하루속히 북한이 자신들이 가진 모순을 깨닫고 그 악한 길에서 돌이킬 수 있도록 기도하며 외쳐야 합니다. 그것이 주 안에서, 또한 한민족으로서 하나 된 한국 교회가 되기 위한 우리의 최소한의 책임일 것입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