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가 최근 교계 일각에서 제기된 로잔운동과 ‘신사도 운동’ 등과의 관계성과 로잔의 비성경적 신학 정체성 문제에 대해 “이는 로잔문서들을 자세하게 탐독하지 않고 왜곡하여 기술한 제2차, 3차 자료들을 중심으로 로잔운동에 대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학위원회는 이어 “로잔운동은 복음 중심 운동이며, 복음전도와 선교운동이고, 성경에 근거한 선교문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교회론적, 목회적 차원을 띠고 있다”며 “로잔운동에 관해 깊이 알기 원하면 반드시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문, 케이프타운 서약을 탐구하길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19개 신학대 20여 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로잔교수회(한국로잔연구교수회) 회원들로 구성된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는 15일 서울 동작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세계기독교이단대책협회 성명서에 대한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의 입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22일 서울 종로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한상협)가 주최하고, 세계기독교이단대책협회(세이협)가 주관한 ‘로잔 운동의 정체와 문제 제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한상협 및 세이협 대표회장 진용식 목사가 모두 발언을 한 후 고신이단연구소장 서영국 목사, 광신대총동문회 이사장 맹연환 목사가 각각 ‘로잔운동과 신사도운동의 관계’, ‘성경과 다른 로잔대회 신학을 우려한다’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들은 당시 로잔대회 자체의 자정운동을 촉구하고, 로잔운동의 문제점과 위험성 등을 알리면서 2024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 서울대회 참여자들과 국내외 선교 일선이 로잔운동에 대처하고 경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15일 기자회견에는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 위원장 구성모 성결대 교수(로잔교수회 회장)를 비롯하여 연구위원인 김칠성 목원대 교수(로잔교수회 총무), 신경규 고신대 교수, 안희열 침신대 교수, 최형근 서울신대 교수(한국로잔위원회 총무, 제4차 로잔대회 부위원장)가 참여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는 “한상협/세이협과 서영국 목사는 1989년 제2차 마닐라 로잔대회에 소위 ‘신사도 운동’의 주창자인 피터 와그너가 주 강사로 참석하므로 신사도 운동이 시작되었다면서, 안희열 교수의 논문 ‘로잔운동이 세계선교에 끼친 영향과 한국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선교와 신학 27집, 2011, p.117)을 인용하여 주장했다”며 “그러나 안희열 교수의 논문 117페이지에는 서영국 목사가 인용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것은 연구의 정직성 및 연구윤리와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1989년 제2차 마닐라 로잔대회에 피터 와그너는 주 강사로 참여하지 않았고, 주 강사 중 하나인 조지 오티스의 강연 주제는 ‘도전적인 환경에서 교회’(The Church in Challenging Environments)”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로잔운동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 운동을 로잔의 공식 대회 문서인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문, 그리고 케이프타운 서약뿐 아니라 로잔 주제보고서(LOP)와 다른 문서에서 옹호하지 않고, 그를 로잔운동이 주최한 대회의 강연자로 세우지 않았다. 복음주의 선교에서 영적 전쟁과 능력대결이라는 주제에 담긴 내용이 선교적 논쟁을 불러왔기 때문”이라며 “제2차 마닐라 로잔대회 이후에 등장하는 전략적 차원의 영적 전쟁, 지역의 영, 땅 밟기 기도, 영적 도해 등의 개념을 옹호하는 신사도 운동의 잘못된 영적 전쟁의 개념과 로잔운동의 신학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땅 밟기, 영적 도해, 10/40 창문 지역 개념을 수용하는 인터콥이 홈페이지에 로잔 언약을 신앙 고백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어 ‘로잔운동이 인터콥을 옹호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10/40 창문 지역 개념은 로잔운동과 연관 없는 AD2000운동이며, 이 운동은 2000년 이후 AD2000 & Beyond로 계속되다가 사라졌다”라며 “인터콥 홈페이지는 로잔 언약뿐 아니라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을 따른다’(인터콥 신앙고백 항목)라고 명시한다는 이유로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을 따르는 교파들과 신학교들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잔운동의 문서들은 인터콥에 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으며, 현재 인터콥과는 어떠한 관계도 갖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세이협/한상협과 서영국 목사가 문병호 총신대 교수의 2021년 논문 ‘WEA 신복음주의 신학과 에큐메니칼 활동 비판: WCC에 편승하여 로마가톨릭과 신학적 일치를 추구하고 포용주의, 혼합주의, 다원주의로 나아감’ 등을 인용해 ‘제1차 로잔대회가 WEA에 의해 열렸고, WEA는 신복음주의로서 WCC와 로마카톨릭 교회와 타협하여 복음을 훼손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이런 주장은 주로 ICCC 칼 매킨타이어의 신근본주의 분리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과 유사하다”며 “이에 대해 총신대 명예교수인 김성태, 이한수, 박용규는 에서 문병호 교수의 언급을 또 다른 분리주의 길이라고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잔운동의 대회 문서인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문, 그리고 케이프타운 서약은 ‘종교 다원주의’에 대해 철저히 비판적인 견해를 표방하며, 복음의 온전함과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주장한다”며 이러한 주장들은 로잔문서가 아닌 다른 2차, 3차 자료들을 중심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잔운동이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상실하고 사회구원을 강조하는 사회윤리 운동의 경향을 띠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로잔대회 문서들은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복음의 총체성을 견지한다”며 “이런 이유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견고히 붙잡고 있으며, 성경에 근거하여 낙태 반대 운동(2021년 이후 매년, 프로라이프와 함께 낙태 반대 운동 전개)과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의장 이재훈 목사 및 로잔 지도자들의 국회 앞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는 이어 로잔운동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문, 그리고 케이프타운 서약을 탐구하길 권고하고 “한국로잔위원회는 세이협/한상협이 제언한 대로, 신사도 운동이 주장하는 비성경적 주장을 불식하고 성경적 복음전도와 선교를 지향하며 제4차 로잔대회를 통해 한국교회를 갱신하고 선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피터 와그너의 로잔대회 연사 참석 주장, 확인된 바 없어”
피터 와그너가 자신의 저서에서 로잔대회 연사로 참여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저희가 볼 때는 피터 와그너의 주장이다. 로잔의 공식 발표자 명단에 피터 와그너의 이름이 없고, 그 당시 풀러신학교 선교학 교수였기 때문에 참여했다 할지라도 (강연자가 아닌) 참여자로 논의했을 것”이라며 “2차 로잔대회 때 펜타코스탈, 카리스마틱이 굉장히 많이 참여하는 기조에서 피터 와그너나 그의 동료들, 그 외 전 세계적인 오순절 운동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이 (대회에) 참여했는데, 3차 로잔대회는 오순절 운동 참가자들의 참여가 2차 대회에 비해 많이 줄었고, 3차 대회 트랙에서도 신사도 운동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한 “먼저 쉐어러 같은 학자는 복음주의 안에서도 신복음주의, 근본주의 등 6가지로 분류했는데, 서용국 목사님은 복음주의 안에서도 근본주의 입장에서 신복음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며 “자기의 신학과 맞지 않으면 불평은 제기할 수 있으나, 복음주의 안에서 갈등을 이런 식으로 연결시키는 측면이 좀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WEA, WCC의 구분이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명확히 알고 있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고, 세 번째는 로잔대회 인물들과 AD2000의 인물들을 계속 혼돈하고 있는데, 의도는 알겠지만 여러 개념이나 이해 부분에서 오해가 있고, 분별을 못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고 말했다.
안희열 교수는 또한 “WCC의 스펙트럼이 넓은데, 소위 미주, 유럽의 WCC에 속한 교회, 교단은 복음주의 신학에서 수용할 수 없는 신학들이 많은 편이다. 한국의 WCC에는 예장통합, 감신 등 여러 기관이 포함돼 있는데, 서구의 WCC에 비해 한국 WCC는 복음주의 성향이 강하고 복음주의 신학을 갖고 있는 교회, 교단도 많다”면서 “이 때문에 WCC가 단면적으로 이런 신학을 갖고 있다거나 로잔신학과 정반대라고 할 경우 WCC에 속한 교회, 교단이 반발할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형근 교수도 “WCC가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 색채에 대해서는 1960년대 전 세계적인 혼돈의 시기를 거치면서 인간화와 세속화로 복음주의 진영의 복음의 본질이 많이 훼손되는데, 로잔운동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전파하기 위해 온 세상에 온전한 복음을 온 교회가 함께 전하자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작했다”라며 “에큐메니컬 진영 안 미국의 주류교회에 속한 분들 가운데 로잔의 신학, 정신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으므로 에큐메니컬 운동을 일반화시켜 매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한상협/세이협과 서영국 목사님의 입장이 교단 총회에까지 안건으로 상정되는 상황에 이른 사실을 놓고 볼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4차 로잔대회가 한국교회의 협력과 협업 가운데서 잘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내 많은 이단 사이비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한국 사회와 국민에게 엄청난 악영향과 피해를 끼쳤고, 교회 공신력 하락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단을 연구하는 한상협/세이협이 이 부분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내년 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려 전 세계가 다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근 교수는 특히 “입장문에서도 밝혔듯이 로잔에 대해 비판적인 안목을 부여하고 비판하려고 한다면 로잔의 1차 문서들을 보시길 바란다. 2차, 3차 자료에서 누가 이렇게 비판했다는 것들은 정확한 사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해석한 것을 다루거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 기사들로, 안희열 교수님 논문도 (없는 내용을) 인용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는가 한다.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로잔에 대해 큰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사실 근거를 바탕으로) 비판해 주시면 저희가 충분히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