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덕 목사
▲윤상덕 목사
우리는 위기에 처음 한두 번은 반응하지만, 그 위기가 반복되면 더 이상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다. 일상이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제법 큰 지진을 여러 번 경험하며 참 많이 놀랐는데, 정작 그곳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으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내게 늘 그런 곳이다. 한 지역 교회에서 목회를 하다 보면, 젊은 아들들이 입대한다며 목양실에 찾아와 기도를 받고, 군용 성경을 들고 간다. 입대하는 아들에게나, 아들을 보내는 부모님에게나, 그런 아들과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는 내게나 분단은 현실이다. 분단이 현실이면 북한과의 대치 상황도 현실이고, 북한이 삼대세습독재정권의 땅인 것도 여전히 현실이다. 그리고 지하 교회 성도들의 고통스러운 신앙생활도 현실일 것이다.

최근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짬이 날 때마다 조금씩 보면서 든 한 가지 생각. ‘아, 생각보다 많이 힘드셨겠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조상들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나라면 그 시대를 견디지 못했겠다’ 싶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한국 근대사에 대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통해 눈으로 본 역사는 전혀 새로웠다. 그 시대를 살아냈던 조상들이 너무 가여웠다. 그 이야기를 큰딸아이와 나누다 보니, 자신은 아마도 친일을 했지 싶단다. 깜짝 놀랄 고백이지만, 그게 사실일지 모른다.

그리고 6월을 지났다. 70년 전의 분단일 뿐 아니라, 이때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북한을 떠올리며 기도하는 게 사실이다. 그것이 또한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힘이라 생각한다. 이즈음 나의 간절한 바람은, 한국교회 성도들의 눈물의 기도가 북한의 주석궁에도, 들판에도, 지하 교회 성도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목양실에는 오두산전망대에서 사 온 남한군, 북한군 인형이 있다. 매일 여러 번 그 인형을 보며 기도한다. 문득문득 통일이 가능할까, 지하 교회 성도들은 언제 마음껏 기도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도를 멈출 수 없다.

흔히들 북한과의 통일에 대해 정치인들의 노력, 경제적 효과로 설명하려는 경우들이 많다. 다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인권을 말하며 정권을 얻은 정부는 북한 동포의 인권과 박해 현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현 정부 역시 별다른 뾰족한 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이곳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자꾸 높아져만 간다.

성경 어디에서 출애굽이 정치인들의 노력으로 진행되었다고 가르치며, 페르시아에서의 귀환에 대해 경제적 효과를 기준 삼았던가. 홍해를 가르실 수 있는 하나님께는 분단의 휴전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힘이 있으시고, 북한과 남한의 경제 사정도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리실 수 있다. 애굽에서의 부르짖음을 여호와 하나님이 들으셨다. 바벨론 강변에서의 눈물의 기도를 들으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예언과 야곱에게 주신 약속대로 행하셨다. 예레미야를 통해 주신 예언대로 여호와는 일을 행하셨다. 그리고 그들은 약속의 땅으로, 고토로 돌아왔다.

새로운 논리, 새로운 전략은 정치인들, 경제인들에게 맡겨두자. 교회는 그저 교회의 길을 걷자. 독재자의 박해 아래에서 아벨의 피가 호소하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니 우리는 그저 예레미야처럼 눈물 흘리고, 다니엘처럼 살아내며, 우리의 기도 한편에 북한의 마을과 고을들을, 동포들의 눈물을 담아야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동포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하나 우리는 계속 기도해야 한다. 지루한 듯해도, 오래된 일상은 힘이 있는 법이니.

윤상덕 목사(일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