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레펠 박사 ‘공공 선교학’ 주제로 강의 전해
“선교학이 공공의 거울에서 실천될 때 공적이 될 것”
24일 한국로잔위원회가 ‘공공 선교학’(Public Missiology)을 주제로 2022년 제3차 선교적 대화를 진행했다. 온라인 줌(Zoom)으로 열린 이 자리에서는 선교단체 지도자, 선교사, 목회자, 교수 등 110여 명이 참여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복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증언하기 위한 방식을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로 나선 그렉 레펠(Gregory Leffel) 박사는 선교학자이자 실천가로, 애즈베리신학교에서 공부하고 8년간 겸임교수로 일했으며, 미국선교신학회(ASM)와 선교교수협의회(APM)에서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공선교학 등 선교학 제반 분야를 연구하는 원 호라이즌 인스티튜트(One Horizon Institute)의 대표로 섬기고 있다.
레펠 박사는 “공공 선교학은 새롭게 선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선교하는 것”이라며, 공공 선교학의 정의에 대해 ‘①선교 연구의 개념적 재구성이고 ②새로운 세계사적 시대의 현대적 출현을 다루기 위해 고안된 재구성이며 ③새로운 공공질서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이고 ④선교 사역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롭고 더 효과적인 실천’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르게 표현하자면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선교를 재생각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에게는 급진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오히려 우리의 주장은 겸손하다. 세상은 그처럼 변화하고 있는 것이고, 세상의 변화에 따라서 선교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라고 역설했다.
레펠 박사는 1950년대 이후 선교적 실천과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 선교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들을 소개하며 “현재 이 시대는 포스트-포스트 모던이라는 시대로 호칭하고 있다”며 “선교는 문화, 사회, 정치, 경제, 기술 및 환경의 변혁적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확립되고 현대적이며 지속적인 공공질서, 그들의 사상과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며 “북미 전체에서 볼 때 우리의 우려는 현재 선교 패러다임이 기독교의 증거, 곧 복음을 전하는 것과 관련된 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우리의 현재 선교적 패러다임은 문화, 사회, 정치, 경제 혼란 상태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사상, 제도, 거버넌스와 함께 세계 도처에서 오랫동안 확립된 공공질서가 빠르게 파괴되고 있는 넓은 현실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동시에 명확하지 않고 불안정하며 새로운 공공질서, 특히 민족주의적, 권위주의적 공공질서 상황 가운데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레펠 박사는 “이러한 위기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체제의 세계적인 위기와 급증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분노, 적개심, 인종차별, 식량 불안정, 대량 이주, 정체성 갈등, 퇴색하는 공동체 생활, 생태계 파괴에 의해 더 악화되고 있다”며 “불과 20~30년 전에 자신감 넘치는 글로벌 질서가 탈세계화로 민족적, 종족적, 반민주주의적, 권위주의, 신제국주의 등 잠재적인 폭력적 경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위기와 도전이 주는 과제에 대해 그는 “모두가 건강하고 사랑스럽고 정의롭고 포용적인 공공질서를 만드는 것이 인류의 주요 집단 과제”라며 “이것은 마치 정원사가 정원을 다루듯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세상을 잘 가꾸는 것이다. 건전하고 인도적인 공공질서를 창조하는 것은 선교가 행해야 할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목적은 성령 안에서 함께 걸으며 어디서나 풍성한 삶을 찾고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선교는 대중의 집단의식과 영성, 공공질서가 세워지는 삶의 방식을 정의하는 논리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찰스 테일러의 ‘사회적 상상’ 개념을 소개하며 “사회적 상상은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완전하고 온전한 방식으로, 일상적인 공적 영역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일 생산되고 재창조되고 있다”며 “사회적 상상의 결핍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하지만, 잘 구성된 사회적 상상은 우리가 상상하는데 필요한 집단적 대중의 비전과 창의성을 해방시키고, 새로운 공적 영역의 습관, 새로운 사회적 관계, 새로운 시민관행, 또 새롭게 권장하는 공공의 생활방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새로운 부류의 사역들, 곧 ‘디아코니아 미니스트리’를 개발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결정적으로 새롭고 어려운 역사적 시대를 만나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해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는 “인간 대 인간 및 인간 대 비인간 상호작용의 장소이자 전체 공간으로 이해한다”며 “또한 공공성은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는 기호학적, 상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고, 언어 행위와 관행, 아이디어, 경쟁 및 협력의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레펠 박사는 “포르투갈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사무엘 맛디아스가 정의한 바와 같이 공공성은 우리가 말과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할 때마다 들어가는 공통의 공간”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미묘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자기 자신을 출판하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미묘하게 변화시킨다”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공공성은 복잡한 태피스트리로, 상호작용의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에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회 구조, 문화 의식 및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생성한다”며 “우리는 이 복잡성을 의미와 실천에 얽힌 두께(interwoven thickness)라고 부른다. 이것은 대중을 지속적으로 엮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날마다 새로운 공공질서를 끊임없이 엮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매일 우리 세상은 새로워지고 좋아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공공질서를 발전시키기 위해 집합체를 만들고 끊임없이 재조립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참여하는 대중의 삶의 의미, 믿음, 신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여 집합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적 생활 방식을 버리고 재조립하고 수정하는 방식은 본질적인 인간의 프로젝트로, 이것은 모든 대중에게 반복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반복되고 있다”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공질서를 찾고 완성하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의 집단적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레펠 박사는 “선교학은 공공의 거울에서 실천될 때 공적이 된다”며 “선교는 대중에게 유익하고 대중은 선교에게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는 대중과 대면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때 동시에 대중이 돌아보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대중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맥락화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다. 선교는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주기도 하지만 또 받기도 한다. 대중은 우리에게 대중 전체 내에서 공적 삶에 대해, 선교의 위치에 대해 정확한 방향을 준다”고 밝혔다. 그리고 “완전하고 진지하게 믿는 기독교 선교는 대중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며 “상호작용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배우는데, 우리는 겸손하게 선교가 건강한 공공 생활 방식을 구축하는 공동 작업에서 대중과 공유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공동의 건설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가 정치적 조작을 통해 원치 않는 대중에게 가치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건설로 보아야 한다”며 “선교는 멀리서나 안전한 강단에서 예언적인 심판을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며, 진정성의 고립된 영적 공동체로 후퇴함으로써 대중의 얽힘을 피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중의 안녕을 위한 공적인 전환을 제안한다”며 “좋든 나쁘든 대중의 건강이 교회의 건강에 반영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 과정에서 공적 생활 양식과 그리스도인의 이해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펠 박사는 “대중을 선교학적 성찰의 중심으로 옮기고 대중과 선교사의 상호작용을 재고함으로써 공공 선교학은 새로운 탐구 방향과 신선한 연구 프로그램, 우리의 새로운 공적 생활방식 안에서 선교와 관련된 혁신적인 형태의 실천을 병행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바람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선교학에 대한 지금까지의 작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문제가 많은 포스트-포스트 모던 공공질서의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기독교 이니셔티브를 새롭게 하기 위한 초대로서 우리가 공공 선교학을 제시하기 원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서로와 함께 모든 사람의 번영을 위해 지성과 사랑, 소망, 믿음으로 이 시대의 공공질서에 참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레펠 박사는 “또 교회가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앞서 복음을 제시하고, 성서적, 복음적인 면에서 사회적 이슈들을 다뤄야 하는데, 오늘날 교회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면서 세속화를 추구하고 있었다”며 “교회가 세상을 따라가고 세속화된 그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그는 “교회가 보수, 혹은 진보로 극단적이 되면서 복음의 능력이나 효과가 확 떨어졌다”며 “사람들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에 빠지면서 교회의 복음적 능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3차 선교적 대화는 한국로잔위원회 총무 최형근 교수(서울신대)의 사회로 전 한국로잔연구교수회 대표 박형진 교수(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의 기도, 그렉 레펠 박사의 강의와 백인규 목사(온누리교회 포인트5)의 통역, 질의응답, 소그룹 토의 등으로 진행됐다. 최형근 교수는 “지금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했고 코로나로 말미암아, 그리고 전체주의의 발흥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냉전, 새로운 일상 등이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과 자각이 편만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불변하는 복음을 공적인 영역에서 전하는가의 부분에서 레펠 박사를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공 선교학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개념들인데 한번 연구해볼 만하고, 여러분이 도전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단순히 목회자들, 신학생들로서만 아니라 의료, 법조, 교육, 비즈니스, 환경, 생태, 농업 등 모든 공적 영역에서 사역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4차 로잔대회는 로잔운동이 시작된 지 50주년 되는 해인 2024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총무는 문대원 목사(대구동신교회)가 섬기며, 오는 10월 출범식이 진행된다. 최형근 교수는 “4차 로잔대회가 세계적인 큰 대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영적 갱신과 개인과 사회, 하나님의 창조 세계와 생태계 전체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과 갱신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전례 없는 대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