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대학생 사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의 긴밀한 협력이 요청되는 가운데, 선교단체와 지역교회 연합 사역의 성공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평창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2 청년, 미래, 선교 써밋’(청미선 써밋)에서는 원주지역 선교단체, 지역교회, 기독교 단체의 연합운동인 ‘블레싱원주’와 성복중앙교회의 캠퍼스 선교단체와의 협력 사례 발표가 있었다.
◇선교단체와 지역교회, 기독교 단체가 함께한 ‘블레싱원주’
김장생 한국CCC 해외선교팀장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블레싱원주의 태동과 성격, 핵심 사역 등을 전하며 “선교단체와 교회가 연합한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전 원주CCC 책임자로서 2008 블레싱원주 준비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 2월, 새 학기를 앞두고 원주CCC가 제1회 철야기도축제를 준비하면서, 원주시 대학별 캠퍼스 현황과 기도제목을 리서치해 ‘원주시 캠퍼스 기도정보’를 만들었다. 2008년 3월 선교단체장 정기모임에서 이 기도정보에 착안해 중고등학교별, 동별 기도정보를 정리하자는 의견들이 나왔고, 결국 ‘원주시 기도정보’를 만들고 철야기도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 목사는 “블레싱원주는 연합운동이자 회개운동, 기도운동, 부흥운동의 특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먼저 “블레싱원주는 원주시 400여 지역교회와 4만 5천 성도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나 되어 함께하는 연합운동이자, 선교단체와 지역교회, 기독교 단체 사이에 하나 됨을 만드는 연합운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단체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행사 경험이 있고, 실제로 발로 뛸 수 있는 간사와 학생자원이 있다. 교회는 집회 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기도에 동참할 많은 성도가 있으며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재정이 있다. 또 직장인선교회 등 기독 단체들은 네트워크와 전문화된 인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이 연합하면 어떤 한 단체나 교회가 할 수 없는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훌륭한 것이 아니라, 성격과 색깔도 다른 선교단체와 지역교회들이 하나 된 것 자체가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실 만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기도운동으로서의 블레싱원주에 대해 “어린이, 청소년, 청년·대학생, 장년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성도가 함께 기도한 운동”이라며 “원주시 전체 25개 읍면동별, 6개 대학, 15개 고등학교, 23개 중학교의 학교별 기도제목, 48개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 기독교 기관, 단체별 기도제목을 구체적으로 리서치한 후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원주시 기도정보’ 책자를 제작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개인과 가정, 교회, 도시, 나라와 민족, 세계를 위해 밤을 지새우며 하나님께 전심으로 기도했다”며 “블레싱원주를 준비하는 선교단체장과 간사들도 10번 이상 기도 모임을 갖고, 전 회원이 참석하는 100일 금식 릴레이 기도, 집회 한 달여 전 준비기도모임도 가졌다”고 말했다.
부흥운동으로서의 블레싱원주에 대해 그는 “진정한 연합, 회개, 기도가 바탕이 된다면 하나님이 주시는 부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부흥은 단순한 수적 증가나 물질적 풍요를 갈망하는 부흥이 아니며, 삶의 변화와 교회의 거룩성이 회복되는 질적 부흥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블레싱원주의 핵심 사역으로 진행된 ‘원주시 기도정보’는 누가 보더라도 공감하고 ‘아멘’할 수 있는 기도제목을 각종 리서치를 통해 정리하여 철야기도집회뿐 아니라 각 선교단체와 교회, 개인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원주시 기도정보’는 한 도시를 위한 구체적인 기도제목이 기록된 국내 최초의 책자로, 동네 곳곳의 기도제목과 각 기관의 정보와 향후 비전 등을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담았다.
김장생 목사는 블레싱원주의 의의와 효과로 선교단체 간의 하나 됨, 선교단체와 교회의 연합, 선교단체의 인상 개선, 기독교인의 시민의식 향상, 기도운동의 촉매 역할, 타 도시로의 운동 확산을 꼽았다. 그는 “블레싱원주의 가장 큰 의의는 선교단체 상호 간의 유대 강화”라며 “대부분 함께 캠퍼스에서 사역하기에 상호 경쟁적 관계가 되기 쉬웠으나, 블레싱원주를 통해 상호 연합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형식적 연합이 아니라 사역자 상호 간 신뢰와 친분이 형성되어 캠퍼스에서 이단 대처 문제 등에 하나 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주시 12개 선교단체는 이미 오랫동안 교제하며 서로 신뢰가 쌓여 있었으나, 기독교연합회에 소속된 CCC와 어린이전도협회 이외에는 기독교연합회와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다”며 “그러나 블레싱원주를 계기로 기독교연합회 신년하례회 등에 단체장들이 초대받는 등 선교단체와 교회가 상호 교류의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선교단체들의 구체적 사역이나 사역자들의 모습이 외부로 드러난 경우가 많지 않았으나, 블레싱원주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선교단체에 대한 교계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위상 또한 재고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블레싱원주 이후 기독교인들이 도시 구석구석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고 기도의 방향을 잡으면서 시정을 보다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기도했다”며 “봉산동과 태장동 일대의 어려움을 알게 되어 사랑의 연탄나누기, 쌀 나누기 등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원주시가 추진하는 ‘시민서로돕기천사운동’을 블레싱원주에서 광고하고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블레싱원주 이후 타 도시에서도 교회와 선교단체가 연합한 이 기도운동이 확산하여 2010년과 2011년 ‘블레싱안양’, 2011년 ‘블레싱광주’가 열렸고, 2018년, 2019년 ‘블레싱청주’가 열렸다.
김장생 목사는 “교회와 선교단체가 연합해야 하는 이유는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라, 연합 자체가 하나님 앞에 영광이고 큰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와 우리나라, 세계를 위해 영역별, 지역별로 함께 기도하는 ‘블레싱코리아’가 일어나면 좋겠다. 그런 운동을 통해 교회가 걱정거리가 아니라 이 세상을 축복할 수 있는 본연의 모습을 다시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성복중앙교회의 캠퍼스 선교단체와의 협력 사례
김문진 성복중앙교회 청년부 담당목사는 ‘지역교회의 캠퍼스 선교 사례 중심: 성복중앙교회’에 관한 발표에서 지역교회가 지역사회 생태계로 들어가 캠퍼스 선교단체와 동역하는 사례를 전했다. 과거 캠퍼스 선교단체에서 활동했던 김 목사는 “캠퍼스 선교단체와 교회는 가깝지만 너무도 먼 사이였다”며 “선교단체는 늘 장소를 대관해주는 교회, 악기 관리를 하는 집사님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목사님들이 선교단체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청년부 목사님들이 ‘교회 청년들이 선교단체를 너무 열심히 하고 교회 모임을 안 하고 있어, 선교단체를 그만하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는 연락을 많이 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저는 청년부 목사님들께 ‘청년들에게 (선교단체를) 그만두라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청년들을 파송한다고 생각하고 응원해주라고 말해 준다”고 했다.
①캠퍼스 협력예배=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성복중앙교회의 특성과 담임목사의 목회 중점 방침에 따라 캠퍼스 선교에 힘을 싣는 사역을 계속 모색하면서 캠퍼스 협력예배가 시작됐다. 김 목사는 “근처에 위치한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선교단체 간사님의 재정적 지원을 하던 중 2016년 ‘캠퍼스 입양예배’라는 명칭으로 캠퍼스 선교단체와의 협력이 시작됐다”며 “2017년에는 ‘캠퍼스 협력예배’ 명칭으로 시작한 이후 식사 교제, 협약서 작성, 협력예배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역은 코로나 시기에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년 교회가 지원하는 17개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들과 고려대 교수 신우회,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는 함께 식사하고, 지역교회와 선교단체가 협약서를 작성하며, 이후 협력예배에서 선교단체 소개, 캠퍼스를 위한 기도, 축복과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캠퍼스 협력예배 이후 교회는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들을 매월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각 선교단체의 기도제목을 받아 매주 금요기도회에서 기도한다.
김 목사는 “지역교회 성도들에게는 캠퍼스의 현 상황과 청년 대학생들의 실정을 이해하고 기도하는 장이 되고, 선교단체 간사들과 학생들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된다”며 “해마다 마음을 더 하나로 모을 방법을 간구하는 중에 기도카드 작성, 선교단체 구역별 소개 및 기도 등으로 발전했고, 2019년에는 기존 캠퍼스 협력예배와 더불어 ‘캠퍼스 선교사 파송식’을 예배 중 드렸다”고 말했다. ‘캠퍼스 선교사 파송식’은 기존 지역교회 출신 청년이 대학교 졸업 이후 선교단체 간사로 나아갈 때, 캠퍼스 선교단체와 지역교회가 협력 파송하여 기도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캠퍼스 협력의 상징이 되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존 레녹스, 알리스터 맥그라스를 초청해 모임을 진행하고, 지역교회 청년들도 함께 포럼에 참여했다. 오는 9월 27일에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베리타스 포럼 고려대’가 열린다. 김 목사는 “포럼을 통해 같은 소망을 품고 나아가는 동역자로서 관계가 생기고, 이단 등에 대한 파악 및 대처, 교회→선교단체, 선교단체→교회로의 연결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며 “포럼에서 배운 내용들로 교회 청년부도 관련한 책모임을 하고, 성복중앙교회 자체 포럼을 갖는 등 더 발전된 사역과 모임을 하는 좋은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③새벽만나=캠퍼스 인근에 위치한 지역교회의 특성과 지방 유학생들의 영양공급, 끼니 문제 등에 대한 필요들을 파악해 청년·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사역이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진행하고 있다. 학기 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7시에서 8시 10분까지 교회 식당에서 진행하며, 교회 권사, 집사들로 이뤄진 봉사팀이 요일에 따라 조별(1조 5~6명)로 섬긴다. 지금도 매일 70~80명의 학생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김 목사는 “다른 사역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이고 당장 맺어질 열매를 기대하고 시작한 사역은 아니다”라며 “청년·대학생과 캠퍼스를 섬기는 마음으로 시작된 사역은 그 마음이 이어져 천천히 그 열매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그 예로, 근처 고려대 신우회 교수들이 1달에 1번 배식 등 봉사로 섬기는 일도 있었고, 대학 커뮤니티 등에 소개 글과 칭찬 글들이 올라왔다고 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테이크 아웃 도시락’을 매일 100~120개까지 제공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본 사역을 통해 지역교회가 캠퍼스와 학생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지 계속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④청년희년기금=성복중앙교회는 2018년부터 지방 유학생의 주거비 문제를 돕기 위해 청년희년기금을 마련해 분기별로 전달하고 있다. 김문진 목사는 “2018년 청년부 내 20~30세 청년 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방에서 올라온 유학생 청년이 50%가 넘었다. 청년들은 생활비의 60% 이상을 과외, 알바를 통해 충당하고, 해당 생활비의 40% 이상은 월세, 기숙사비 등 주거비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청년·대학생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 주거비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 사례들을 조사하고 관련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의 사례를 살펴보고 담당자를 만나 조언을 듣고 청년희년기금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재원은 교회 카페 예그리나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2012년 시작된 예그리나 카페는 그동안 수익금을 전액 학교 장학금 등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해 왔다. 카페는 2018년 3, 4분기와 2019년 수익금의 일부를 청년희년기금으로 집행했다. 한해 4분기 총 2,000만 원으로 지정하고, 20~30세 등록교인 중 분기마다 10명, 1인 5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코로나로 카페를 열지 못하고 수익이 감소하여 잠시 멈췄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희년기금 사역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 기금은 청년·대학생의 실제적 아픔을 품는 것을 가장 우선에 두었다. 김 목사는 “경제적 지원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경감시키고, 교회 전체적으로 청년 부채의 심각성을 알게 하며, 온 교회가 청년들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일에 동참하는 데 목적과 의의를 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희년기금을 받은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심지어 교회에 나오지 않는 청년들도 교회가 청년 대학생의 아픔을 알고 함께하고자 한다는 데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고백했다”라며 “그들의 마음이 열린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실제로 어려움이 많은 청년들의 상황을 알 수 있고,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점이 청년 사역자로서 감사한 부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