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최근 서울 목동 한국선교훈련원(GMTC)에서 ‘1세기 교회의 신학과 선교’를 주제로 선교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춘섭 박사(총신대학교 대학원 선교신학 교수)는 이 세미나에서 딘 플레밍(Dean Flemming)의 저술 ‘신약성경의 상황화’에 대한 논평과 오늘날 상황화의 과제를 제시했다.
변진석 GMTC 원장에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배 박사는 플레밍이 논의한 상황화를 소개하면서, 개혁주의 선교신학적 관점에서 이를 논평했다. 배춘섭 박사는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상황화와 관련한 세 가지 논점으로 ①성경해석학적 관점 ②지역 신학들을 발전시키는 관점 ③선교학적 관점을 소개하면서 “복음과 상황(문화)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일치된 결론이 없다. 에큐메니컬과 복음주의 진영 간, 심지어 복음주의 권에서도 그 이해와 관점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배춘섭 박사는 “플레밍은 바울의 해석학을 연구하면서 바울이 구약성경과 예수의 전승을 사용했다고 언급하며, 목회서신마다 독특한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울이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청중을 위해 메시지를 상황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또 “플레밍은 어떻게 사복음서가 A.D. 1세기에 전기와 역사적 문학 형식을 도용했고, 각 복음서의 시대에 존재했던 청중에게 어떻게 복음이 전달되었는가에 관한 최근 학술연구들을 제시한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플레밍은 신약성경 안에서의 신학화가 불가피하게 상황적이기 때문에 이것이 현대 상황화를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신학화가 상황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플레밍은 그리스도의 유일성이나 성경의 규범적 역할을 결코 부인하지 않고, ‘복음의 규범적 진리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져야만 한다’, ‘성경 본문과 현대적 상황은 동등한 동반자가 아니다’, ‘신약성경 저자들이 과도한 문화적 적응이나 복음의 진정성을 혼합주의적으로 타협하는 것에 대해 깊이 염려하였던 것을 보았다’라고 하는 등 실제 복음과 상황, 신학화와 상황화의 관계성에 관해 확고한 주장이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배 박사는 이와 함께 “플레밍은 내러티브 신학을 명시적으로 수용하고, 전제론적 명제 신학을 기각한다”며 “그는 신약성경에서 신학을 위한 참된 기초는 하나님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명제들의 집합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구속하시는 하나님의 내러티브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플레밍은 하나님의 구속적 내러티브를 전파해야 할 목적이 개인과 문화가 그리스도의 형상을 더욱 닮아 변혁시키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며 “이처럼 플레밍은 복음 전파의 목적을 개개인 그리스도인과 기독교 공동체가 하나님의 구원 은혜를 받는 것으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배 박사는 “플레밍은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복음전도의 우선주의(prioritism)가 아닌, 총체주의(holism)를 지지함을 의미한다”며 “플레밍은 신약성경에 나타난 상황화를 복음과 문화라는 분리된 이원적인 잣대로 이해하기보다 상관관계 속에서 이해했고, 플레밍의 상황화 논의는 상황 지향적, 청중 지향적인 이해를 가지고 불가변적인 진리의 복음을 상황에 맞추어 변화와 변혁을 목적하는 상황적 신학의 중요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플레밍은 ‘신약성경의 상황화’에서 ‘교회는 세상과 연관을 맺는 통일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은 성령의 인도 아래 문화를 언제 긍정하고 그것을 언제 흔들어야 할지를 분별하는 것이고, 복음을 언제 문화화(inculturate)하고 복음을 시대정신의 포로가 되는 것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언제 탈문화화(deculturate)해야 할지를 분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 박사는 “플레밍은 상황화 과업을 위해 도움이 될 네 가지 기준으로 ①단 하나의 복음 ②진리 가운데로 이끄시는 성령 ③폭넓은 기독교 공동체 ④변화를 진작시키는 변화의 열매를 공여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과 비판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배 박사는 “플레밍은 10장에서 ‘오늘날 복음을 어떻게 상황화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를 다루면서, 서구 신학이 비서구 교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지만, 비서구 지역에서 교회가 취해야 할 선교적 관점이나 입장을 현실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논리적, 분석적, 선형적 사고에서 구축된 서구 인식론의 비서구 지역에서의 영향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무심코 아시아 지역의 신학적 발전을 늦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며 “이런 점에서 비서구 지역에서 상황화 연구는 개혁주의 신학과 복음주의 신학, 그리고 급진적 상황화 신학 간의 깊은 논의와 성찰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배춘섭 박사는 “플레밍은 상황적 신학을 강조한 나머지 명제 신학을 환원적으로 묘사한 듯한 인상을 준다”며 “사실 명제는 하나님에 관한 우리의 신관념에 대한 불가변적인 요소로 표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복음의 명제 신학이 내러티브에 확증되지 않거나 제한적 요소로 작용하면, 복음의 가치와 권위를 훼손시키고 만다”며 “예를 들어 복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죄의 용서’로, 내러티브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복음의 명제적 측면에서 하나님의 구속사역 가운데 사죄의 은총개념은 상당히 약화되는 위험성이 초래된다. 신학의 혼합주의나 다원주의, 혹은 절충주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 전체를 지나치게 내러티브적으로 묘사하고자 한다면, 결과적으로 명제적 신학의 약화 내지는 훼손으로 인해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춘섭 박사는 결론에서 “성경신학적으로 명료하게 기록된 플레밍의 본 저술은 목사, 신학생, 선교사,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청중들에게 반드시 소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의 연구는 타문화권과 새로운 환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교회가 상황화 선교하기 위해 필독해야 할 서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몇 가지 비판적인 논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구는 상당한 신학적, 선교적 관점에서 유익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며 “신학 연구와 사역 현장 적용을 위해서도 강하게 추천하고, 더 나아가 신약성경 저자들의 복음 이야기를 신선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상황화 함으로써 타문화권 속에서 현지인들이 복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상황화의 구체적인 과업과 적용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필연코 상황화는 신학적 구성과 과정, 이해전달력의 변화를 요구하고, 과업의 과정에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위험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화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누구나 네모난 구멍에 둥근 열쇠를 끼워 맞추려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약 시대의 선교에 관한 논의를 현대사회의 세계화된 상황과 지역적으로 불러와서, 현실적이면서도 성경의 규범에 맞도록 적절히 수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