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교회의 신학과 선교’ 다뤄
딘 플레밍 ‘신약성경의 상황화’서 통찰 얻어

“딘 플레밍(Dean Flemming)은 ‘신약성경은 상황화 된 문서’라는 주장을 통해 1세기 교회가 복음을 증거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본받아서 21세기에 시대 상황에 맞게 복음을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변진석 한국선교훈련원(GMTC) 원장은 최근 목동 GMTC 세미나실과 온라인 줌(zoom)에서 동시에 진행된 한국선교연구원(KRIM, 원장 홍현철) 선교 세미나에서 “복음을 새로운 상황 속에서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선교사들이 딘 플레밍의 책 ‘신약성경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 in the New Testament, 2005)에서 큰 도움과 영감을 받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딘 플레밍은 미국 미드아메리카 나사렛대학교 신약학 및 선교학 교수로, 1988년 영국 에버딘대학교에서 신약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2011년까지 아시아, 유럽 선교사로 활동하며 주로 교육 사역을 했다.

한국선교연구원 선교 세미나
▲변진석 GMTC 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KRIM

지난 5월 출판된 한국어 번역판 ‘신약성경의 상황화’를 번역한 변진석 원장은 번역 작업 이전부터 책 내용을 선교사 훈련에 활용해 왔다. 그는 ‘신약성경의 상황화와 오늘날의 선교사’에 대한 발제에 앞서 “사람의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만일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라면서 “선교사들에게 신학적 확신과 관련된 것은 매우 중요하고, 그런 확신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도전은 위험스럽게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확신들은 많은 경우 조각난 지식과 인간의 ‘전통 및 문화’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저는 그러한 사실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선교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신학에 대한 인식론

변 원장은 “저의 신학적 고정관념에 가해진 첫 번째 충격은 성경에 관한 것이었다”며 케네스 크래그(Kenneth Cragg)의 ‘지저스 앤 더 무슬림’(Jesus and the Muslim, 1999)을 읽으면서 무슬림들이 꾸란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이 성경을 보고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중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역했던 크래그는 이슬람과 대조적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 꾸란과 병행하는 것은 성경이 아니라 예수라고 지적한다”며 “일차적인 의미의 하나님 말씀은 바로 예수이고, 예수는 알다시피 책을 쓰는 대신에 이 땅에 제자 공동체(교회)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공동체는 예수가 갈릴리식 아람어로 말씀하셨던 것과 공동체 안에 보존되었던 예수에 대한 기억을 ‘선교지민’들의 언어인 헬라어로 ‘번역’하여 증언했는데, 사복음서가 대표적인 문서”라는 것이다.

변 원장은 “복음과 기독교 진리의 ‘번역가능성’(translatability)은 처음부터 기독교의 근본적 특징으로, 알라가 직접 계시한 신성한 아랍어 외에 다른 형태를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이슬람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약성경의 계시성에 대해 무슬림들이 갖는 강한 의문은 서신서에서 절정에 이른다”며 “하늘로부터 수직적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인간들끼리 수평적으로 전달된 ‘편지’가 어떻게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예전에 저는 그런 점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며 “점차 ‘인격을 통한 계시’가 기독교 진리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성경의 증언적 성격에 대한 감각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변 원장은 “뒤따른 충격이 신학에 가해졌는데, 신학은 문화(상황)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계시와 신학은 정확히 일치되는 개념도 아니고 동일시될 수도 없다”며 “우리가 신학을 특정 언어로 기술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편견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모든 신학은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의해 형성되고, 폴 히버트(Paul Hiebert)의 말처럼 모든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부분적인 ‘인간적 이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겨웠다고 털어놓았다.

변 원장은 “하지만 이것은 진리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이해하는 우리 인간의 제한성을 인정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며 “그리고 그것은 세계교회가 상호교정과 보완을 통해 하나님의 온전한 진리에 이를 수 있도록 계속 추구할 것을 도전하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복음주의자들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저자들이 성령의 영감을 받아 복음을 신학화하여 기록한 것을 다른 신학적 작업과 구별된 오류가 없는 권위를 지닌 증언으로 받아들인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변 원장은 또한 폴 히버트의 책 ‘인식론적 전환의 선교학적 의의’(Missiological Implications of Epistemological Shifts, 1999)를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학에 대한 인식론을 점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인식론은 신학을 다분히 모더니즘의 기반이 된 실증주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며 “비평적(평가적) 실재론이야말로 온전한 진리를 추구하는 인식론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판적 실재론의 관점은 신학의 상황화에 대한 필요성뿐 아니라, 상황화는 하나님의 계시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변 원장은 같은 맥락에서 딘 플레밍의 ‘신약성경의 상황화’를 통해 성경, 신학, 선교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정립하게 됐고, 특별히 상황화의 개념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플레밍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정경으로 신뢰하는 신약성경 자체가 1세기 청중들의 특수한 문화와 삶의 정황 안에서 이해되는 언어와 범주로 복음을 의미 있게 전달하고자 한 ‘상황화 된 문서’라고 주장한다”며 “나아가 우리 모두 신약성경의 신학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세기 교회가 어떻게 신학을 하고 선교했는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 패턴을 보고 배우라고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선교연구원 선교 세미나
▲모든 신학은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의해 형성된다. ⓒ줌 영상 캡처
◇선교지도자 훈련에서 ‘신약성경의 상황화’ 활용

변진석 원장은 “GMTC는 1986년부터 선교 현장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성찰하는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로서 선교지도자를 양성해 왔고, 무엇보다 선교사가 신학적 성찰 능력을 관리하고 개발하는 것을 중시해 왔다”며 “선교사를 ‘타문화권 상황 속에서 신학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과 세상, 자신을 그리스도 안에 있는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신학적 사고(Vanhoozer and Owen Strachan, 2016)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필수적 요소이고 중요한 책임이라며 “하물며 선교사들에게 신학적 성찰 능력은 삶과 사역의 핵심적 역량이고, 선교사가 어떤 민족이나 종족의 복음화를 책임져야 할 지역 교회의 신학적 DNA를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고 역설했다.

그동안은 서구에서 만들어진 신학을 나머지 지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전수받아 활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변 원장은 “앤드류 월즈(Andrew Walls)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근대선교운동에 있어서 서구 선교사들, 특히 영국은 서구학문의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영향을 미쳐왔지만, 유독 신학 부문에 있어서는 영향력 있는 학자들을 배출하지 못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도 신학이란 새로운 문화적 상황 속에서 발전시켜야 할 어떤 것이라기보다, 이미 주어진 정보를 단지 설명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신학은 특정 지역 교회나 신학자들의 책임이 아닌, 전 세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참여할 작업”이라며 “각 지역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스스로 읽고 해석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상황 속에 제기되는 문제들에 성경적 해답을 주는 신학적 작업을 해나가야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히버트가 근대선교운동에서 토착교회를 정의하는 세 가지 자립, 자전, 자치의 원리 외에 네 번째 원리로 ‘자신학화’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선교사들의 사역에 큰 변화를 요구하는 획기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들은 선교지 교회들이 자신학화 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현지 교회들이 스스로 신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것은 지역신학의 중요성 내지 복음의 상황화 이슈들과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상황화에 대한 우려와 경계도 공존하고 있다. 변 원장은 “마크 영(Mark Young)은 복음주의자들이 신학의 상황화에 대해 매우 조심해야 할 작업이라는 태도를 견지해왔다는 것을 지적한다”며 “현재도 많은 사람이 상황화가 바람직하고 심지어 필연적 과업임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의구심과 경계성도 갖는다. 어떤 이들은 상황화가 성경에 계시된 절대적이고 초문화적인 진리에 대한 믿음을 위협한다고 의심한다고 영은 말했다”고 했다.

이어 “영은 ‘신학을 명제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경계 집합(경계집합으로서의 신학)으로 보면서, 일정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조성된 신학적 언어를 다양한 시대적 상황들 속에도 영구히 지속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신학에 대한 이런 접근은 상황화가 일어날 수 없게 하고 일어나서도 안 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영은 ‘중심집합으로서 신학’을 제안한다”며 “이는 신학의 중심을 성경에 계시된 유일하신 참 하나님의 인격과 목적에 두고, 그것을 모든 상황화의 준거점과 방향성으로 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은 성경에 대한 높은 존중감을 유지하면서도, 두려움 없이 비판적 사고와 대화를 통해 신학적 상황화 작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기 위해 ‘신학 및 신앙 고백, 그리고 성경의 성격에 대한 지속적인 재고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선교연구원 선교 세미나
▲한국선교연구원 선교 세미나가 지난 4일 진행됐다. ⓒKRIM

변 원장은 “플레밍의 ‘신약성경의 상황화’도 상황화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을 낮추는 한편, 상황화를 수용하고 촉진시키는 데 필요한 근거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약성경의 상황화’ 내용을 활용하여 GMTC에서는 ①삼위 하나님의 ‘거대서사’로서 복음을 이해하고 ②상황화된 설교를 할 수 있는 선교사로 연마하며 ③21세기 ‘갈라디아주의자’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④21세기 상황에서의 창조적 신학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고 소개했다.

변 원장은 21세기 ‘갈라디아주의자’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과 관련하여 “선교사들의 자문화중심주의는 ‘가장 오래된 이단’이라는 말이 있다. 초대교회 안에서 유대적 배경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들에게 자신의 율법적 의무를 여전히 부과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바울은 자신의 뿌리가 되는 유대문화와 전통을 넘어서서 새로운 문화적 배경 속에 복음을 전했다”면서 “이 모범은 선교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선교사들이 문화적 우월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신약성경의 상황화’는 ‘Culture-free Gospel’(순수한 복음)이 존재할 수도, 전달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들면서 복음과 문화 사이의 접속에 대한 다양한 관계를 탁월하게 풀어내고 있다”며 “플레밍은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타문화권 선교와 비교되는 상호문화적 선교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구분하도록 도와주었고, 바울을 흔히 타문화권 선교사의 모델로 생각하고 제시했던 기존 관점에도 수정을 가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변 원장은 “바울은 당시 1세기 로마세계와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내부자적 관점’으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양쪽 문화에 충분한 이해를 가졌던 ‘특출하게 적합했던 인물’”이라며 “21세기 선교사들에게 한편으론 ‘넘사벽’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모국 및 선교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습득이 복음 사역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고 설명했다.

21세기 상황에서의 창조적 신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플레밍은 다른 글에서 바울을 ‘상황화의 대가’(Paul the Contextualizer)라고 묘사했다”며 “‘신약성경의 상황화’ 제 7장 ‘골로새서: 복음과 혼합주의’에서는 ‘그리스도 중심적 복음을 굳건하게 붙잡으면서도 새로운 선교 상황을 위해 창조적으로 신학하는 능력에 대한 또 다른 놀라운 예’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 원장은 “1세기 교회와 선교의 모습이 21세기 새로운 선교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창조적으로 신학하는 능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훈련생들에게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선교연구원 선교 세미나
▲홍현철 KRIM 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줌 영상 캡처

이날, 변진석 박사에 이어 배춘섭 박사(총신대학교대학원 선교신학 교수)는 ‘딘 플레밍의 신약성경의 상황화에 대한 논평 및 오늘날 상황화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홍현철 KRIM 원장은 “딘 플레밍의 저술 ‘신약성경의 상황화’는 선교신학적 측면에서 문화와 상황화를 다루고 있지만, 신약 배경과 해석학적 이슈들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선교적일 뿐만 아니라 성경을 연구하는 모든 분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선교를 준비하거나 선교사를 훈련하는 책임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세기 기독교인들이 그 시대 상황에 맞게 신학을 해온 것처럼 오늘날 불확실한 선교적 환경 가운데서도 선교적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가 복음을 구현해나가고 신학을 해나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