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회는 먼저 성경과 온전한 교회론으로 무장하고
‘중국적인’ 성숙한 교회·문화 만드는 데 솔선수범해야
세계교회 경험담 듣고 중국인에 맞는 선교정책 세우길
한국·세계교회는 중국교회를 파트너·공유 주체로 인정해야
오는 8월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어문선교회가 웹진 ‘중국은주께로’ 7월호 특집을 통해 중국선교와 선교중국의 과거 30년과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에 대한 제언을 전했다.
왕안석 중국전문가는 ‘한중수교 30주년, 다시 선교중국을 생각하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돌아보며, 선교중국의 길은?’이라는 특집에서 중국교회를 향해 “먼저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공동체성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목회를 할 것”을 당부하고,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향해서는 “중국을 함께할 파트너이자 공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경제 분야에서 한중관계의 변화
왕안석은 “한중수교 당시 한국과 중국은 선린우호 협력관계에서 1998년 협력 동반자,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그 관계가 격상되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했지만, 정치·외교·경제·역사·문화를 둘러싼 부침 또한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늘교역 분쟁, 고구려사 왜곡 등 동북공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한한령(限韩令, 한류금지령) 등 현재 한중관계의 새로운 국면은 양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을 넘어 전 세계와 교류를 통해 끊임없이 도전받고 응전하면서, 또 다른 위기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중수교에 따른 양국 간 윈윈(win-win) 성적은 여러 수치에서 충분히 증명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분석했다.
왕안석은 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무역흑자국은 중국”이라며 “한중수교 당시 단순 경공업·중화학 위주의 63억 달러에 불과했던 무역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확대되고, 2020년 2,415억 달러로 38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동기간 4.0%에서 24.6%로 크게 확대됐고, 수출과 수입은 49.1배, 29.4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 예로 풀무원은 중국법인 ‘푸메이둬’가 중국 진출 10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고 공장을 추가로 증설하면서 성공 사례를 써 내려가고 있고, 농심도 1999년 독자 사업을 시작하면서 첫해 매출이 700만 달러(약 79억 원)였으나, 신라면이 K푸드로 자리잡으며 20년간 약 40배나 성장했다고 전했다. 특히 농심은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열어 많은 마케팅 효과를 얻으면서 2021년 상반기 매출이 1억 달러(약 1,466억 원), 누적매출이 상반기 기점 260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왕은 “이같이 선전하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지만, 일반 제품으로는 한국이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의 대중 경쟁우위는 점차 약화하고, 경쟁우위 산업조차 중국에 추월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산업별 한중 간 경쟁력 변화를 분석하면 한국이 중국에 열세에서 우위로 전환한 산업은 ‘조선’과 ‘담배’에 불과하다”며 “통신기기, 전자, 가전, 전기기기, 자동차, 철도차량, 섬유, 제지 등의 부문에서는 열세다. 유사제품으로는 중국과 경쟁이 불가하므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차별화, 고급화로 승부를 걸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 ‘디지털 전체주의’로 감시와 통제 강화
중국선교, 선교중국의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왕안석은 “객관적으로 볼 때 아직 최악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고 더 나빠질 것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중국 정부의 24시간 감시망이 매우 위협적이었는데, 더 강화되고 정교화하고 있다”며 “광범위한 개인정보수집이 국가 통제수단으로 활용되는 ‘디지털 전체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는 호텔 로비, 노래방, 쇼핑몰, 아파트 건물, 지하철, 거리 등 거의 모든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시민들의 통화목록과 내역, 온라인 채팅방 내용까지 모두 모니터링되는 것으로 봐야 하며, 개인 휴대전화에 어떤 앱을 깔았는지도 감시 대상이라고 했다.
왕은 “푸젠(福建)성 공안이 방범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얼굴 사진이 25억 장에 달한다고 한다”며 “코로나19 방역 명목으로 수집한 개인 정보는 중국 정부가 언제든지 개인 감시와 이동 통제에 이용할 수 있는 기초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왕은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중국 정부의 입찰 서류 10만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체 정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언급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광둥(广东)성 중산(中山)시 공안은 수집한 목소리를 개인의 고유한 특징을 나타내는 성문 형태로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기 위해, 얼굴 인식 카메라 주변 90m 이내에서 소리를 녹음하는 장비를 구입하겠다는 입찰공고를 냈다. 성문 분석과 얼굴 인식 기술을 결합하면 범죄 용의자를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명목이다. 왕안석은 “중국은 범죄자 추적을 명분으로 홍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염색체 정보 데이터베이스도 수집하고 있다”며 “2014년 허난(河南)성이 Y염색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이래 중국 31개 성(省)·시 중 최소 25곳이 Y염색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NYT는 6월 25일에도 중국 당국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최신 기술을 통해 행동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추적하고, 범죄나 시위 발생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시 대상은 범죄자들은 물론 소수민족, 이주노동자, 정신질환 병력자 등으로 광범위하다. 왕안석은 “사회적·정치적 통제 강화를 넘어 감시를 정당화하고, 국민의 삶 깊숙이 들어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기독교는 아직은 소수 세력이지만, 잠재적 위협 요소를 넘어 체제위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면 언제든지 메스를 들어 근원을 완전히 도려낼 수 있도록 관련 기초 데이터들이 매 순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교회, 지난 30년간 무엇이 달라졌나
왕안석은 “그동안 한국과 세계교회의 중국 사역은 눈물겨웠다”며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자국 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선교사들을 대거 추방시킨 ‘타이펑(台风) 5호’ 비밀작전 이래 잠잠하다가, 수년 전부터 선교사들에 대한 ‘핀셋 추방’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오랫동안 꾸준한 종교 관련 법제화와 함께 지난 2018년 2월 1일 새로운 종교사무조례가 시행되기 전 중국 전역에서 교회 폐쇄와 십자가 철거를 단행했고, ‘종교의 중국화’라는 미명 아래 ‘기독교의 중국화(基督教中国化)’를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한중수교 30년 동안 해외교회와 선교사들의 선한 영향력을 통해 중국교회가 많이 변했다는 것은 이때를 위함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삼자교회들은 성경공부, QT, 일대일, 아버지학교 등 세계교회의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려고 애쓰는가 하면, 가정교회와 공동 집회를 개최하며 질적 성장에 힘써왔다”는 것이다.
왕은 “각 성 양회를 이끄는 목사들은 목회자보다는 정치가에 더 가까울 수 있지만, 각 지역교회 목사들은 정치가보다는 목회자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삼자교회를 이끌던 목회자들은 1950년대 자아비판을 통해 주님을 배반하고 정치학습을 통해 공산당과 같은 길을 걸었지만, 한편으로 당의 종교정책을 겉으로는 옹호했으면서도 진심은 다른 데 있는 목회자들이 적잖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교회에 예배당 건축이나 각종 교육과 훈련 등에 필요한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 삼자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중국공산당을 은근히 비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왕은 “‘정통복음주의파(기요파, 基要派)’, ‘오순절파(영은파, 靈恩派)’로 크게 양분됐던 가정교회에 젊은 사역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도시신흥가정교회라는 대안적 모델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해외 유학이나 선교사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질 높은 목회 프로그램들을 경험하고, 중국 현장에 맞게 재구성해 나갔다”며 “반지성주의, 신비주의에 휩쓸릴 수 있는 전통 가정교회의 신학적 불균형을 바로잡아 가는 역할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 나아가 ‘복음이 중국으로 들어왔으니, 이제는 복음을 중국 밖으로 내보자’고 외치며 선교사 파송단체까지 설립해 자체 훈련을 진행하는 교회들도 출현했다고 알렸다. 왕은 “다른 가정교회와 일절 교류하지 않은 채 순혈주의를 고집해왔던 가정교회들이 기도네트워크 결성, 연합집회 준비, 사역자 교육과 신학훈련의 공동 진행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교인 분포도 과거 농촌 중심, 노인과 저학력자, 여성 신도가 대세였지만 기업가, 교수, 문인, 화가, 연예인 등 교회 구성원이 매우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2만 중국선교사 파송하는 ‘선교중국’, 어떻게 실현하나
왕안석은 “2030년까지 2만 명의 중국선교사를 전 세계에 파송하겠다는 선교중국의 비전을 가진 중국교회에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면서 “선교중국을 이루기 위해 중국교회가 먼저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본질에 기웃거리지 말고 복음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기 바란다”며 “내적 공동체성만 지향하는 목회가 아니라, 사회의 공동체성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목회를 하고, 지역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중국인 선교사들도 바른 신학, 바른 목회와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양성하여, 타문화 환경에 적응하고 현지인들과 참된 동역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왕안석은 “고국의 교회에서 사역과 인성 등으로 검증되지 않은 채 열정만으로 선교지에 나간다면, 결국 선교사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하고 안 좋은 이미지를 선교지에 남기게 될 것”이라며 “선교중국을 준비하는 중국교회는 겸손히 세계교회들의 앞선 경험담을 듣고, 중국인에 맞는 선교정책과 선교사 상, 선교지원과 후원 플랜 등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교중국을 위해 중국교회는 유학과 해외 이주 생활에서 복음을 접한 중국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교회 일원으로 적극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양육해서 사회와 일터 또는 해외로 파송해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왕은 “중국인들의 해외 이주와 유학은 자민족 복음화는 물론 선교의 동력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중국교회는 해외교회들과 연대·협력관계를 맺고, 화교권을 넘어 중국인이 있는 모든 곳으로 흩어져 하나님의 세계선교 퍼즐을 완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교회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니 어깨를 펴고 당당해도 된다”며 “대내외 관계가 어려운 가운데 집권세력은 내치를 강화하기 위해 통제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그때 저항으로 반응하지 말고 예수님이 가셨던 그 길을 올곧게 걸어간다면 ‘중국인을 위한 사랑의 공동체 역할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담당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우리의 참된 이웃이 여기에 있었구나’ 하며 자연발광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은 “그것이 영향력이다. 영향력은 만들고자 하는 데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갈 때 그 결과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대해서는 “중국을 더 이상 선교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함께할 파트너이자 공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중국교회와 중국 기독교인들의 필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기독교인이 소수였을 때 오히려 짠맛을 잃지 않고 사회의 방향타가 됐던 초기 한국교회의 유산을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왕안석은 또 “세계교회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국선교에서 벗어나, 세계에 흩어져 있는 중국인 디아스포라까지 아우르는 중국인 선교와 선교중국의 융합으로 세계선교의 완성을 향해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도 이번 기회에 하나님 나라에 동참한 공동체로서 그 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를 만들 것”을 당부하고 “선교중국의 길은 멀리 있지 않고, 작은 일에 충성할 때 그 열매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