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도어가 2022년 기독교 박해국가 리스트(WWL, World Watch List)를 오는 19일 온·오프라인으로 공식 발표한다고 10일 밝혔다. 매년 1월 오픈도어가 발표한 WWL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20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올해도 현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오픈도어는 1월호 소식지에서 북한의 박해 현황을 특집으로 다뤘다.
한국오픈도어는 “북한에서는 기독교인인 것이 정부에 발각되면 정치범으로 체포돼 강제 노동 수용소로 추방되거나 발견 즉시 사살된다”며 “이러한 처벌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동일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또 “북한 사회 내 기독교인은 어떤 사회적 공간이나 활동이 허락되지 않고, 예배를 위해 다른 기독교인을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평양에서 관광객들에게 보이는 교회들은 대외 선전 목적으로 이용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중국 접경지역이 박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알려졌다”며 “양국 정부가 이 지역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증가함에 따라 탈북자들의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중국-북한 국경 지역은 현재 매우 세밀하게 감시되고, 중개인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국경 지역이 엄격하게 통제되면서 불법적인 경우는 물론,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활동도 중단됐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 폐쇄는 교통과 통신의 단절로도 드러났다. 한국오픈도어가 공개한 북한 박해 현황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북한 기독교인들의 삶
◇개인 영역과 가정 영역=북한 내에서는 성경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와 지도자에 반하는 범죄로, 북한 경찰과 첩보요원들이 사전고지 없이 가정집을 수색하는데, 일 년에 1~2차례 진행한다. 한국오픈도어는 “이때 기독교 자료가 발각되면 자료를 소지한 사람과 가족들은 추방되어 수용소에 수감되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며 “십자가 목걸이 착용 등 기독교와 연관된 활동이나 어떤 행동도 당연히 철저히 금지된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이미지나 상징물을 보이는 것은 김정은 가문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념하는 것이므로 자살행위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십자가나 더하기 기호와 비슷한 마크가 수시로 검열된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오픈도어는 “북한은 모든 방송과 미디어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스마트폰, 인터넷은 물론 라디오 수신기도 위험한 기기로 간주하여 이것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기독교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도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밤에 이불 속에 숨어 군인의 감시를 경계하며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은 영아 때부터 의무교육으로 김일성주의(Kimilsungism)에 세뇌되어, 김정은과 정권 반대자들은 반혁명적이고 위험한 사람들로 반드시 신고하도록 훈련돼 있다. 신고 대상은 가족도 예외는 아니며, 연좌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신고한다.
한국오픈도어는 “학교 선생님들의 영향을 받는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부모님을 보면 바로 신고하도록 훈련돼 있다”며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모든 교육과정에 김씨 가족을 찬양하는 에피소드가 활용되고, 기독교는 미 제국주의자들의 전복적 이념이며, 모든 기독교인은 북한의 배신자이자 간첩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심지어 박사과정 과목 중 30%가 주체사상이라고 불리는 체제 유지를 위한 윤리교육을 포함한다”며 “기독교를 가족 구성원들에게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여, 많은 기독교인이 적절한 때를 찾기 위해 수년간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이 10대가 될 때까지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숨긴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자료의 내용을 암기한 후 대체로 분할, 또는 파본하여 보관할 수밖에 없다. 공개적인 세례는 당연히 줄 수 없고, 세례식이 노출되면 세례 받는 사람과 세례식을 행한 모든 사람은 체포돼 수용소에 수감된다.
◇공동체 영역과 국가 영역=처형되지 않은 기독교인들은 수용소나 외딴 산간지역에서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친척이 기독교인이더라도 엄격한 감시와 낮은 성분으로 분류돼 고통받는다. 2018년부터는 지역 지도자들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공산주의 이웃감시시스템인 ‘인민반’을 적용해, 마을 내 모든 일이 훈련된 요원들에 의해 당국에 보고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한국오픈도어는 “북한 주민은 주체사상 고취를 위해 출퇴근, 통학 길에 김일성 동상에 절을 하는 등 김씨 가문 찬양과 숭배 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기독교인들도 생존을 위해 국가 행사를 포함한 일상적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며 “기독교인과 관련된 사람은 누구나 좋은 학교, 군대, 노동당 진입이 금지되는 계급을 가지며, 노출된 기독교인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되고 어떤 교육과정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인 선조나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교육에서 불이익과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한국오픈도어는 “북한 국영방송에서는 기독교인이나 선교사를 악, 스파이, 테러리스트, 국가적 반역자로 묘사하는 반 기독교 프로그램들을 방영하고, 북한 관영매체는 선교사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테러행위로 간주한다”며 “기독교인도 미국과 한국의 동맹으로 묘사되고, 국정교과서에서도 기독교인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임의로 체포되고 구속되기 때문에 재판을 받지 않는다. 재판을 받더라도 동등하거나 공정한 처우는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오픈도어는 “법원은 노동당의 의, 더 정확히는 지도자의 의지를 지지하고 정당화한다”며 “법정 절차를 밟은 외국인 기독교인들조차 동등한 대우를 박탈당했고, 장기간 임의 구금상태에 놓여야 했다”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