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국제선교단체인 원호프(OneHope)가 작년 전 세계 20개국의 만 13~19세 8,39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글로벌 청소년 문화(Global Youth Culture)’ 연구보고서가 최근 한국어로 번역, 배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 24일부터 3월 27일까지 70개 문항으로 진행된 이 설문 조사에는 아프리카(1,275명), 아시아(2,100명), 유라시아(2,936명), 중남미(1,673명), 북미(410명)에서 참여했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5%포인트). 근래 들어 전 세계 10대 청소년 세대의 종교관, 고민과 방황 현상, 디지털 연결성, 성 정체성, 행동 양식과 습관 등에 관한 가장 깊이 있고 포괄적인 분석 자료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한국 10대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다음세대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에도 상당히 유의미한 연구 결과로,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계 청소년의 종교 정체성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글로벌 청소년 문화’에 따르면, 세계 청소년의 5명 중 2명이 자신을 크리스천(가톨릭도 포함)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믿음과 신앙생활을 하는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은 1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또 아시아의 청소년 복음화율은 전체 대륙 중 가장 낮은 11%였으며, 가장 종교적인 집단은 무슬림 청소년들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외출 금지와 자가격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이전 청소년들의 믿음과 행동을 반영한 것이다. 팬데믹 봉쇄가 부분적으로 빨리 이뤄진 중국은 예외적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설문 조사 기간 이후부터 외출 금지, 자가격리, 원격학습이 보편화 됐기 때문에 현재는 온라인 활동 시간이나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지표 항목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보고서를 번역한 원호프 한국 퍼실리테이터 허종학 선교사는 “글로벌 청소년 문화가 인터넷상에서 막강하게 연결돼 있고 급속한 세계화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교역자와 교사, 학부모들이 한국 청소년·청년들의 종교관과 고민과 방황, 행동 양식, 습관, 정체성 등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청소년의 종교 행동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종교에 대한 태도와 행동

이번 연구에서 세계 청소년의 절반 이상(52%)은 자발적으로 종교 경전을 읽지 않았고, 역시 절반 이상(52%)은 ‘모든 종교가 똑같이 타당한 진리를 설파한다고 믿는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청소년의 43%는 자신이 크리스천이라고 밝혔으나, 이들 중 40%는 성경을 전혀 읽지 않는 등 실제로는 전체 청소년의 7%만이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믿음과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의 특징은 ①하나님이 존재하시며 하나님과 개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 ②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는다 ③죄 사함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능하다고 믿는다 ④최소한 매주 기도한다 ⑤최소한 매주 자발적으로 성경을 읽는다 ⑥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믿는다 등 6가지로 정의했다.

자신을 크리스천(가톨릭 포함)이라고 밝힌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프리카(78%), 중남미(59%), 북미(51%), 유라시아(41%), 아시아(11%) 순이었다. 특히 아시아 청소년 가운데 크리스천이라고 밝힌 비율은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등보다도 적은 수치였다. 또 지역별 명목상 크리스천 비율은 중남미(54%), 아프리카(49%), 북미(42%), 유라시아(39%), 아시아(9%), 지역별 독실한 크리스천 비율은 아프리카(38%), 북미(8%), 중남미(5%), 유라시아(2%), 아시아(2%) 순으로 나타났다.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경우,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들에 비해 최소 매주 교회 출석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원호프는 “이들은 믿음을 나눌 의무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확신하고, 실제로 전도를 함으로써 확신을 실천하고 있었다. 또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들에 비해 믿지 않는 사람들과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비율도 2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세계 청소년의 종교 습관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핵심적인 기독교 믿음을 가지고 성경 읽기와 기도 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은 방황하는 비율도 낮았다.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최근 3개월 동안 우울, 자살 충동, 자살 시도를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 성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거나 최근 동성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응답하는 비율도 낮았다. 그리고 조사한 대부분 항목에서,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위험 행동이나 우려되는 정신건강 문제들을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더 낮았다. 그러나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세계 청소년들의 평균에 매우 근접한 결과치를 보여주었다.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 중 가장 종교적인 집단은 무슬림 청소년들로, 61%가 매일 또는 매주 사원에 간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빈도로 예배에 참석하는 크리스천은 36%에 불과했다. 크리스천 청소년 5명 중 1명은 교회에 아예 가지 않았고, 크리스천 청소년 5명 중 2명은 성경을 자발적으로 읽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현상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41%가 초대를 받으면 교회에 가겠다고 응답하고, 34%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부분이다.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또 비 크리스천 청소년의 71%는 그들이 아는 대부분의 크리스천이 친절하고 자상하다고 대답했다. 원호프는 “이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진리를 찾고 있고, 장소와 상관없이 영적인 경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57%), 중국(38%), 인도(27%) 등 일부 아시아 국가 청소년의 상당수는 크리스천을 한 사람도 모른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원호프는 “청소년 세대는 영적 개방성을 십분 활용하고, 인간은 본래 영적 존재라는 누구나 공감하는 전제로부터 대화를 이끌어간다면 신앙에 대한 보다 깊은 탐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정체성의 문제인 동시에 원칙의 문제로, 핵심 믿음(신념)과 실천을 구심점으로 청소년 세대를 제자화 할 때, 청소년들이 삶의 여러 방면에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청소년의 정신건강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청소년들의 경험, 고민과 방황

이번 조사에서 상당수 청소년은 정신건강상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다. 3명 중 2명이 외로움, 거의 절반이 우울, 절반 이상이 심한 불안을 느꼈고,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도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7%는 최근 3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 자살 시도 비율은 13~15세가 8%, 16~17세가 7%, 18~19세가 6%로, 연령이 낮은 청소년들이 연령이 높은 청소년들보다 더 많이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자 청소년들이 남자 청소년들보다 정신건강상 문제를 더 많이 겪었고, 자살 시도 비율도 거의 2배(여성 9%, 남성 5%)에 달했다.

자살 위험과 연관관계를 갖는 7가지 요인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자살 충동 및 자살 시도 상위 국가별 비율과 연령별 자살 시도 비율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청소년 자살 위험과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몇 가지 요인으로는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등 다양한 성 소수자를 포괄하는 용어) 문제, 약물 남용, 학교폭력, 불안 또는 우울 증상 등으로 나타났다. 원호프는 “성정체성 혼란이나 동성에 대한 호감으로 고통을 겪는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도는 훨씬 높았다”며 “온라인 괴롭힘이나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힌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술이나 마약류 사용 또한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비율을 높이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미혼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최근 3개월 동안 성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3명 중 1명(34%)이 응답해 다른 종교의 청소년(26%)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혼외 성활동은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가장 높았고, 아시아 청소년들이 가장 낮았다.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성관계가 혼인 관계에 안에서만 인정된다는 성경적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과 거의 동일한 성활동성을 보였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10명 중 1명이 최근 성적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 연령에서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의 성활동성이 더 높았고, 남녀 청소년 비율은 거의 같았다. 세계 청소년의 절반(51%)은 혼전 성관계에 대해 ‘괜찮다’고 했고, 28%만이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혼전 성관계에 대해 가장 긍정 응답이 높은 국가는 포르투갈(86%)이었으며, 긍정 응답이 가장 낮은 국가는 인도네시아(5%)였다.

또, 청소년들의 포르노 시청이 연령과 종교를 불문하고 있으며,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조차 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48%는 최근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성별로는 남자 청소년들이 최근 3개월 동안 포르노를 시청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남성 56%, 여성 40%). 연령별 포르노 시청 비율은 13~15세가 40%, 16~17세가 45%, 18~19세가 52%였다.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도 42%가 최근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명목상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52%에 달했다.

연령별 성활동성과 크리스천 청소년들의 성활동에 대한 반응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연령별 포르노 시청 비율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원호프는 “크리스천 청소년들은 성 문제에 있어 제자도가 필요하다”며 “오늘날 많은 젊은 세대가 성과 신성한 결혼을 별개로 생각하고, 성을 단순히 개인이 쾌락을 누리는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독실한 크리스천 청소년들도 혼전 성관계가 잘못인 것을 알지만, 도덕적 신념이 이들의 성활동을 막진 못한 현상에 대해선 “성경 말씀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청소년들이 성이라는 선물을 귀하게 여기고 잘 지켜, 보다 성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방법을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디지털 연결성과 그 영향

인터넷을 사용하는 청소년으로 한정하여 진행한 이 연구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7시간 23분을 온라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의 94%는 매일 동영상을 시청한다고 했고, 청소년 5명 중 3명이 소셜미디어(SNS)가 삶의 만족도에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상에서 문자 또는 화상 채팅(2시간 22분)을 가장 많이 했고, 그다음 SNS(2시간 7분), 동영상(1시간 59분), 게임(1시간 30분) 순으로 나타났다.

케냐 청소년의 경우 채팅(3시간 45분), 나이지리아 청소년은 SNS(4시간), 미국 청소년은 동영상(2시간 47분), 아르헨티나 청소년은 게임(2시간 38분)에 세계 평균보다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터넷 사용과 청소년의 고민과 방황
ⓒ인포그래픽 출처=원호프 ‘글로벌 청소년 문화’

64%의 청소년이 SNS를 하루 1시간 이하로 사용했고,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SNS 때문에 가끔(43%), 또는 자주(8%) 슬픔, 불안, 우울 등의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정신건강상 문제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원호프는 “동영상은 청소년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으며,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강력한 도구”라며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동영상 매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것”을 권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이 심한 불안, 자살 시도, 자살 생각, 우울 등 정신건강상 문제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청소년 세대가 자신들의 디지털 행태가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분별하고 그에 따른 갈등을 잘 헤쳐 나가도록 돕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원호프 연구보고서 ‘글로벌 청소년 문화’ 다운로드 바로가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