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선교는 총체적 선교운동, 일터교회는 블루오션 사역지
주말 사역에서 주중 사역 확대, 자생력 있는 해외선교도 가능기독 CEO·회장과 전임 일터사목 투톱 체제가 가장 효과적
일터사목 전문훈련기관 필요, 교단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요청
코로나19 시대에 성도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주일 모이는 교회’만이 아니라 ‘주중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하나인 ‘일터교회’가 성장 동력을 잃고 정체하는 한국교회에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솔로몬일터교회 김동연 목사(잡뉴스솔로몬서치 대표이사, 솔로몬교회성장연구소 대표)는 “일터교회는 ‘선교로서의 비즈니스’ 공동체인 동시에 교회 밖에서 영혼을 구원하는 적극적인 선교적 공동체”라며 “국내 목회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평신도 크리스천 CEO·회장이 운영하는 일터 내에서 평신도 경영자와 일터사목이 투톱을 이뤄 일터교회를 섬길 때, 일터 복음화와 함께 한국교회 갱신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목사는 최근 직장선교 40주년 기념으로 열린 직장선교사회문화원 주최 제7회 직장선교 비전포럼의 논찬 자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일터신학의 근거가 되는 ‘선교로서의 비즈니스’(BAM, Business As Mission) 신학은 2004년 로잔포럼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교회와 성도들이 지상대위임, 지상대명령(The Great Commission)에 익숙하다면, BAM은 지상대명령과 문화위임(Cultural Mandate)의 조합”이라고 김 목사는 말했다.
이어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관리하고 돌보는 창조 사역의 위임을 성취하는 수단으로서 비즈니스라는 제도와 관례를 만드셨다”며 “비즈니스 선교와 연관돼 많이 거론되는 전문인선교, 자비량선교, 직업선교, 실버선교가 모두 평신도 기반의 선교전략이라는 점에서 ‘선교로서의 비즈니스’와 유사성을 갖지만 로잔운동의 ‘선교로서의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비즈니스 과정에서 영혼 구원과 함께 사회적·문화적·경제적·환경적 변혁을 일으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총체적 선교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동연 목사는 “교회가 세상에 담을 쌓을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 평신도들이 주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삶의 현장인 일터 속에서 변화의 주체로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일터는 우리의 주중 사역지이고, 주중 교회이며, 일하는 손끝의 움직임은 예배 행위다. 일터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은 한국교회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말 사역에서 주중 사역으로 확대해야”
김동연 목사는 “일터사역은 ‘교회 따로’ ‘일터 따로’가 아닌 연합 사역의 성격을 갖는다”라며 “일터 내 평신도 전문인선교사는 하나님이 파송하신 증인, 곧 일터선교사”라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 목회가 주말 1~2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주중 5일 사역은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이질적인 것이 된 지금, 일터사역은 한국교회의 대안적 사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블루오션 사역지인 셈”이라며 “그렇다고 주말 사역을 외면하고 주중 사역으로 돌리자는 말이 아니라, 주말 사역에서 주중 사역으로 확대하자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타문화권 선교현장에서도 전통적인 선교 패러다임으로는 접근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일터사역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김 목사는 “선교단체 파송도, 교단 파송도, 자비량도, 전국 지교회 후원 헌금으로 파송된 선교사도 아니고, 그 나라 종족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과 사업, 직업을 가지고 ‘선교로서의 비즈니스’를 하는 ‘자생력 선교사’가 요청된다”며 “이들이 일터에서 현지인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터교회, 어떻게 세우나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영리법인 기업체는 약 75만 곳으로 나타났다. 김 목사는 “이 가운데 크리스천 CEO·회장이 경영하는 일터법인마다 일터교회를 세우고 기독교 문화 채플(예배)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터교회 예배도 비대면 라이브 영상예배 방식을 활용하여 정한 요일과 시간에 얼마든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목회자 30만 명 중 전국 6만 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2만 명 이상의 선교사 등 약 10만 명의 목회자는 이미 사역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남은 20만 명은 일터교회의 사목으로 고용되어 주중 풀타임 사역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때 “평신도 경영자와 일터사목이 투톱이 되어 일터교회를 섬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일터교회 사목은 영혼구원과 목양 사역을 위해 일터 구성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일터 내 수많은 갈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철저한 비밀보장은 필수다. 또 일터사목은 기업이 취급하는 제품의 솔루션이나 인사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고, 재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도록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일터신학, 일터교회, 일터선교에 관심을 가져온 지역 교회는 서초 사랑의교회, 이촌 충신교회, 잠실 오륜교회, 고양 성광침례교회 등이며, 매주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일터예배를 드리는 일터법인은 인천 남동공단의 한국교세라정공, 반월공단의 우성염직, 양주 한만두식품, 방배 잡뉴스솔로몬서치 등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지역 교회와 기업에서 일터사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대안 될 수 있어”
김 목사는 앞으로 일터교회가 코로나 이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 이후 이중직 목회자는 소명형, 생계형, 탈진형의 세 유형 가운데 포함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러한 목회자들에게 일터교회는 창조적 목회환경을 제공하고, 세속직인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개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의 전통을 고려할 때 일터사목은 전임제 목회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철저히 훈련받은 목회자들이 일터 내 풀타임 사목으로 배치를 받아 주중에는 일터에서 섬기고, 주일에는 지역교회에서 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큰 교회는 담임목사가 아닌 부교역자들이 성도들의 일터에서 주중 일터예배를 드리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하나님을 섬기는 사랑의 법’과 ‘이웃을 섬기는 사랑의 법’을 가르치고, 나아가 도덕적 해이 등 직장 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터사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게 하려면 일터사역 전문훈련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교단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최근 예수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까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이중직을 허용하는 움직임이 느는 가운데 고정 사례를 받는 풀타임 일터사목 개념은 더욱 주목 받을만한 대안이라고 했다. 이중직 목회의 성경적 예는 “구약 성경의 창세기 주요인물 중 아담(농부), 아벨(목자), 가인(농부), 노아(농부), 아브라함(목자), 기드온(밀타작)이, 예언서 주요인물 중 아모스(농부), 호세아(상인), 에스겔과 예레미야(제사장계보), 다니엘(귀족 출신) 등이 소명을 수행함과 동시에 세속 직업을 감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 이중직 목회자는 천막 제조의 일을 하며 복음을 전파한 사도 바울(살전 2:9)로, 사회적으로 상류층에 속했으나 생업에 종사하고 끝까지 자비량 선교원칙을 지킨다(고후 9:1~18, 11:7~9)”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회와 선교직, 세속직을 성스러운 일과 부정한 일이라는 흑백 논리로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바울처럼 균형 잡힌 일터 목회사역을 감당하도록 한국교회와 교단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며, 성속의 개념을 벗고 내가 일하는 주중 일터의 삶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라는 확신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일터선교도 ‘파송선교사’와 ‘현지인 동역자’가 투톱이 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선교사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는데, 젊은 선교사들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직업과 사업을 들고 전 세계에 나아가, 그 지역 종족의 생계를 해결하며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적 일터교회 개념 확산돼야”
김동연 목사는 지난 40년간 국내 직장선교를 이끌어온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한직선)를 향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김 목사는 “그동안 주중 일터에서 직장선교회를 중심으로 모이는 사역에 머물지 말고, 성도들이 주체가 된 ‘선교적 일터교회’(Missionary Workplace Church)의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①일터사역의 지역교회 생태계로의 진입 영역을 확대하고 ②일터사역(일터교회, 일터선교)과 선교적 일터사역 교회론을 접목시키며 ③통전적 관점에서의 일터신학 형성에 역점을 두고 ④일터 신학교육 대상의 다변화, 특히 목회자와 평신도를 대상으로 일터신학을 교육하고 ⑤직장선교 표어 ‘모든 직장에 직장선교회를! 모든 직장인을 그리스도에게로!’를 ‘모든 직장에 일터교회를! 모든 직장인을 그리스도에게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목사는 “‘프로그램이 아닌 지역교회 모든 성도가 삶의 현장인 일터에서 선교적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과 ‘지역교회가 성도들에게 일터에서의 선교 의식과 도전을 심어줄 수 있는지’ 여부가 선교적 일터교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도들이 일하는 일터의 고유 특성을 이해하고, 성도들의 눈높이와 직분에 대한 이해가 있으며, 일터 현장의 갈등을 이해하는 풀타임 일터사목이 일터마다 세워져 모험적인 일터 공동체를 세우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일터 현장에서 기도 운동, 회개 운동, 전도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목사는 마지막으로 “직장선교 4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한직선은 ‘내가 서 있는 일터 그곳에서(Business Is Mission, BIM)’ ‘선교적 일터교회’의 개념으로 확대하고, 일터 내 크리스천 CEO·회장과 일터사목의 투톱 사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요청했다. 더 나아가 그는 “한국교회와 한국선교가 일터신학, 일터교회, 일터선교를 통한 일터 영성(Workplace Spirituality)의 회복과 성숙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