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탈북민교회가 본격적으로 설립된 시기는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이 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다. 오는 2024년 탈북민교회 설립 20주년 앞두고 그동안 탈북민교회의 결실과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북한선교와 통일한국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와 세계선교의 동역자로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10일 총신대학교 종합관 2층 세미나실과 온라인 줌에서 동시에 열린 제1회 탈북민교회 통일준비포럼은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총신대학교 평화통일개발대학원이 공동 주최·주관하고 불씨선교회가 후원했다.
1부 예배에 이어 2부 포럼에서는 김성욱 교수(총신대학교 통합대학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세 가지 주제의 발제와 논평이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이번 포럼이 북한선교의 귀한 기폭제가 되기 바란다”고 축하했고, 이어 총신대 평화통일개발대학원의 채경희 교수와 하광민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가 ‘탈북민교회 기본현황과 코로나19가 탈북민교회 목회현장에 미친 영향’, 마요한 목사(새희망나루교회)가 ‘탈북민교회가 한국교회 북한선교 방향에 미친 영향’, 허남일 목사(그날교회)가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성도들을 통한 북한선교와 통일 준비’에 대해 발제했다. 논평은 김의혁 교수(숭실대학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 길이진 강도사(나뭇가지교회), 강웅산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가 각각 맡았다. 이후 3부 질의응답 순서는 하광민 교수가 진행했다.
주제2 시간에 함경북도 출신인 마요한 목사는 “2004년 전까지만 해도 탈북민 사역은 거의 한국교회 내 북한선교부서에서 진행되다가 2004년 처음으로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에 의해 탈북민을 위한 3개 교회가 세워지면서 흔히 말하는 탈북민교회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마 목사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전국 각지에 탈북민교회로 분류하는 50여 교회가 세워지면서 스스로 탈북민교회로 표방하지 않는 교회, 탈북민들보다 남한 교인 숫자가 훨씬 더 많은 교회도 있다”며 “그럼에도 이 교회들도 탈북민교회로 분류되는 것은 탈북민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 목사는 탈북민교회가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에 미친 영향으로 △북한선교 준비와 방향에 대해 점검하게 하고 △북한 동포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헤아리게 됐으며 △사람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복음의 능력임을 깨닫게 되었고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 목사는 특히 “한국교회가 진행한 북한선교의 핵심 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물질적 지원이었고 남한에 들어온 탈북민 사역도 긍휼사역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탈북민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궁극적으로 복음의 능력이라는 기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탈북민들이 너무나도 어려움과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교회에 출석한 만큼 돈을 주는 등 한국교회가 긍휼한 마음으로 도왔다”며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탈북민들을 복음 안에서 준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영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 목사는 “탈북민교회는 미자립교회인데 무슨 돈을 줄 수 있나. 그런데 여기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줄 것은 없으니 우직하게 복음만 외쳤다.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헤아려주고 사랑으로 품어주니 탈북민들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것이 탈북민교회가 한국교회에 준 영향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 목사는 북한선교와 탈북민 사역이 유행이 아닌 하나님의 사명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알지 못하고 단지 다른 교회가 사역한다고 해서 탈북민 사역에 뛰어들거나, 침체된 교회 분위기를 바꾸거나 교회의 울타리와 영역을 넓히기 위해 탈북민을 이용하려는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 목사는 “또 안타깝게 본 것은 탈북민들을 신앙이 아닌 북한에서의 직위 등 세속적 기준으로 바라본 것”이라며 “탈북민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요한 목사는 탈북민들을 과거 북한선교의 대상에서 북한선교의 사명을 함께 이룰 동역자로 받아들이게 된 것도 탈북민교회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이라고 말했다. 마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가 크고 작은 연합사역을 하고 있는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이제 탈북민과 탈북민교회를 북한선교의 동역자, 북한교회 재건의 주역으로 보고 탈북민 성도와 남한 성도들이 동등하게 함께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선교를 위한 마음의 자세로 마 목사는 △유행이 아닌 하나님의 사명으로 받아야 하고 △물질이 아닌 사랑으로 준비해야 하며 △세상적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협력과 연합을 통해서 함께 준비해 가는 사역이 되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논평을 전한 함경북도 출신 길이진 강도사는 “추가할 부분은 탈북민교회에 대해 암묵적으로 새겨넣은 이미지는 ‘미자립’ 등의 제한된 이미지가 있고, 그래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공감적 본능을 살려 탈북민교회가 한국교회 신앙의 거울임을 기억하면서,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탈북민교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하나님 안에서 다시 포지셔닝 하여 ‘통일 예행의 장’으로 넓히고, 통일시대 교회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가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출신 허남일 목사는 선교적 관점에서 본 탈북민교회와 탈북민의 정체성에 대해 “탈북민들이 한국에 온 것은 그들을 구원하고 그들을 통해 북한선교를 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탈북민은 한국문화에 동화되도록 해야 할 문화 사역의 대상이나 구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허 목사는 이어 “탈북민 공동체와 탈북민 성도도 먼저 스스로에 대한 관점 변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 북한선교를 위해 부름받은 소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살아갈 때, 한국교회도 분단과 사회 안에서 형성된 문화적 시각으로 탈북민교회와 공동체들을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선교적 관점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선교를 위한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성도의 장점으로는 △문화와 언어에 있어서 북한 주민과 동질성이 있고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있어 북한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울 때 유리하며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경험으로 그 체제 아래 살던 사람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고 △북한으로 돌아가서 교회를 세우고 사회 회복에 참여하기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 경험과 사역의 경험으로 볼 때 진실하고 헌신적인 사랑의 섬김 가운데 전해지는 복음과 성령의 역사 앞에서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과거 산물들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탈북민들이 예수님을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고 오래 참는 사랑과 일관된 헌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목사는 “저희 교회는 남과 북의 성도들이 5:5의 비율로 함께하고 있다”며 “후원자와 수혜자의 관계도 아니고 챙겨야 하거나 변화시켜야 할 대상도 아니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예수님 안에서 십자가 피로 용서받고 은혜로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사실이며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복음에 가치를 두어 이미 십자가로 하나가 되게 하신 사실을 인정하고 누리는 연습을 했다”며 “그 결과 이념, 문화, 가치, 생활방식 등 다양한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십자가 안에서 용서와 용납, 존중과 사랑, 겸손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탈북민교회가 북한선교에 앞장서야 하고 그 사명을 위해 먼저 보냄을 받았다면, 북한선교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지 중간평가가 필요하다”며 “북한선교는 그리스도의 몸에 속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로, 탈북민교회는 아직 그리스도의 몸으로 건강하게 세워져야 하는 과정 중에 있고 선교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먼저 성숙한 교회로 성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탈북민교회는 로컬처치로서 독립(조직) 교회로 성장해야 하고, 말씀 사역에서 탈북민을 주님의 제자로 양육해야 하며 조직과 재정에서 독립적 로컬처치로 서야 할 것”이라며 “교회가 건강하게 서는 문제는 성숙한 목회자가 세워지는 것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정동제일교회에서 정년은퇴하는 송 목사는 자신의 가난했던 학창 시절과 21세에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 등 역경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간증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송 목사는 “하나님의 권능이 임할 때 운명이 바뀌고 심령이 바뀌며, 마른 뼈와 같은 인생이 다시 살아나는 비전과 꿈을 갖게 된다”며 “에스겔처럼 죽은 자들을 다시 살아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부활 역사의 산 증인이고, 그 은총을 체험한 여러분과 저를 통해 끊어진 막대기가 하나가 되는 통일의 역사가 이루어 지길 축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