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목사
▲김동식 목사 생전 모습.
중국에서 탈북민 사역을 하다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김동식 목사의 유족이 지난 7일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0일 미국의소리(VOA)는 김 목사의 유족이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김 목사의 부인 김영화 씨와 딸 다니 버틀러 씨, 아들 김춘국 씨는 “북한 공작원 등이 김 목사를 고문하고 살해했다”며 이를 지시한 북한 정권이 책임질 것을 주장했다.

또 “김 목사의 죽음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과 극심한 심적 고통, 경제적 피해 등에 시달렸다”면서 “재판부가 북한 정권에 김 씨 등의 손해 부분에 대한 배상과 징벌적 배상, 변호인 비용 등을 지불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동식 목사는 1990년대부터 중국 연변 일대에서 장애인과 탈북자들을 돕다 2000년 1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김 목사가 이후 고문후유증과 폐쇄공포증, 직장암 등으로 이듬해인 2001년 2월 사망했으며, 평양 상원리에 있는 91훈련소 위수구역에 매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9년에는 김동식 목사의 아들인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석 씨가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 6년 뒤인 2015년 북한이 약 3억3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소송은 2015년 김 목사 아들이 제기한 대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로버트 톨친 변호사가 맡았으며, 에밋 G. 설리번 판사에게 배정됐다. 설리번 판사는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선교사가 제기한 북한 상대 민사소송도 담당하고 있다.

선민네트워크
▲지난 2018년 ‘북한억류자 송환, 6.25납북자 및 김동식 목사 생사확인과 유해송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던 모습. ⓒ선민네트워크
한편, 이 소송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실제 피해를 입은 미국 시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외국주권면제법(FSIA)’ 조항을 근거로 제기됐으며, 이 소송 외에도 FSIA 조항을 근거로 한 북한 상대 민사 소송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지난달 17일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선교사가 북한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푸에블로 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0여 명이 북한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도 현재 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돼 이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들은 약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북한은 이러한 소송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미 법원은 피고가 소송에 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내리고 있으며, 북한에 내린 판결 모두 이런 방식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