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에티오피아 역시 매일 칠팔백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고통 가운데 죽어가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저희는 지난 5월에 떠밀리듯 한국에 들어와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로 인해 모든 도로가 통제되고 교회와 학교, 공공기관이 문을 닫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에만 갇혀 지내다가 마침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원래 6월 말 아이들 학교가 끝나면 아이 대학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이 있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들어오고 보니 사랑하는 현지인들을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 속에 내버려 두고 온 듯한 죄책감이 들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보나양계교육 선교사특별과정 기념사진.
▲보나양계교육 선교사특별과정 기념사진. ⓒ이기형 선교사
양계 교육

하지만 한국에 있는 지난 몇 달 사이에 하나님께서 집사람과 저에게 꼭 필요한 훈련을 허락하셨습니다. 보라나 신학생들과 기숙사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늘 저의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경제적인 자립’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러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 학생들을 후원해 왔는데 언제까지 저희가 도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립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을 때에 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양계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생각을 기억하시고 입국 후 포천 선교센터에서 자가 격리하는 중 그 센터를 시작하신 김연수 목사님을 통해 양계를 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보나콤을 소개받게 하셨습니다. 격리가 끝난 후에는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보나콤에서 양계교육을 할 예정이라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 통로를 통해 양계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신 것 같아 등록 후 지난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교육을 받았습니다. 강사분의 양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영성,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열심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지역에서 이 양계를 시작하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많은 산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닭 사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사료를 구입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강사분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사료를 현지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한 저희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 사료 문제를 해결해 계란을 생산한다 할지라도 판로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저희 지역에서는 수요가 없어 대도시로 가지고 가야 하는데 운송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어려움입니다. 이 산들을 하나하나 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양계가 저희 지역에 적합하지 않다면 다른 길을 열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일대일 제자훈련 교육

이 양계 교육을 받은 후 바로 그다음 주에 김연수 목사님을 통해 일주일 동안 일대일 제자훈련을 받았습니다. 온누리교회에서 일대일 제자훈련을 하시면서 지침서를 작성하신 분이시기에 누구보다도 일대일 훈련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저 역시 선교지에서 네비게이토에서 나온 교재를 번역해 제자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교재로 훈련을 하면 할수록 현지인들이 어려워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되어 좀 더 쉬운 훈련교재를 찾던 중 온누리교회의 일대일 훈련 교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쉽게 기록되어 이 교재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 들어왔는데, 자가 격리하는 동안 일대일 제자훈련의 대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너무나 놀랍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먼저 다가가기 힘들었으나 그분이 먼저 저에게 다가오셔서 이 사역을 에티오피아로 확산하시기를 원하시는 마음으로 저를 기꺼이 훈련시켜 주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많은 것을 배우면서 하나님께서 여전히 저를 통해 일하시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에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어! 성경이 읽어지네’ 지도자반 훈련

성명현 선교사 역시 지난 7월에 자신의 삶을 다시 하나님께 기꺼이 드리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그곳 대학에 교수로 오신 분의 사모님을 통해 ‘어! 성경이 읽어지네’라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쉰 중반이 될 때까지 성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해 늘 성경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던 차에 그분의 강의는 마른 샘의 단비와 같았습니다. 매주 강의를 듣고 매일 성경을 읽으면서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때론 가정사는 내려놓고 말씀에 몰입해 있는 모습에 불만이 일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씀으로 인해 영이 살아나 기쁨이 충만한 모습에 저 또한 감사했습니다.

신구약 모든 교육을 마친 후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겨 지난 7월에 2주간의 교육을 마친 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18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사역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현지인들의 말씀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었습니다. 성경을 읽어도 부분적으로 읽어 말씀을 통해 계획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에티오피아 현지인들에게 이 교육은 아주 중요한 교육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하나님께서 여러 준비를 하게 하셔서 저희에게는 아주 유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에티오피아에 들어가 사역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8월 7일

에티오피아 이기형, 성명현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