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 중심으로 선교 시작해 올해 30주년
현지 교단 도와 교회·신학교 130곳 설립...현지교회 재건·중흥공산혁명 과정서 중국 6~7천만, 베트남 8백만 명 목숨 잃어
전쟁 체험하니 참담한 결과 막으려 평화의 때 유비무환 자세
1911년 로버트 제프리 선교사를 비롯한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이고 한때 부흥을 경험했던 베트남 기독교는 1975년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 국가가 공산화되면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 왔다. 교회는 폐쇄되거나 당국의 통제와 감시 아래 제한된 신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외국인에 의한 직접 선교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됐다. 다행히 1986년 베트남 공산당이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doimoi) 정책을 펼치면서 기독교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공산당에 대한 협력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오늘날 베트남 인구 9,700만 중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는 약 2~4%로 추산한다. 이들이 복음을 믿게 된 배경에는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중보기도와 물심양면의 지원이 있었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한국식 경제 발전 모델을 도입한 가운데, 한국 경제 성장의 배경에 개화기 외국 선교사들의 교육, 의료 지원 등의 공헌을 긍정적으로 본 것도 한국교회 활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1990년 1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크리스천 용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베트남선교협회는 베트남교회 재건과 중흥에 기여한 한국교회 내 대표적 베트남 사역기관이다.
지난 1월 중순에는 30년의 사역 결과를 정리하여 '베트남선교 30년사'를 발간했다. 타이 푸옥 트룽 베트남복음성회(남부) 총회장이자 베트남신학교 교장은 이 책 앞부분 감사의 서신에서 "1975년 이후 폐허가 된 교회들이 회복되도록 기도하던 중 베트남선교협회의 교회재건 후원은 베트남교회가 다시 일어서는 데 큰 힘이 되었다"며 "베트남 전역에 세운 130개 동의 예배당과 교육관 및 신학교는 베트남교회 중흥의 기초가 되었다"고 말했다. 응우옌 후우 맥 베트남복음성회(북부) 총회장이자 하노이신학교 교장도 "베트남선교협회의 신학생 장학금과 학교 운영비 후원, 신학교 증축 사업 등의 후원으로 북부 베트남교회 재건과 목회자 양성이 이뤄져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베트남선교 30년사' 감수를 맡고, 지난 1월에는 베트남선교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배영복 전 육군정훈감을 지난 13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2층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배영복 장로는 ROTC 소위로 임관 후 1970~1971년 베트남 전쟁에 맹호부대 정훈대장으로 참전했으며, 6.25 전쟁사 전문가로 강연 활동을 하며 '전쟁과 역사' '6·25전쟁의 진실과 비밀' 등 관련 저서를 상당수 펴냈다.
ㅡ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이 베트남 선교의 계기가 되었나요?
"믿는 자들은 누구나 항상 복음전파에 관심을 갖습니다. 또한 참전했던 사람은 자연스럽게 베트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이 1975년에 끝났으니 벌써 45년이 지났지요. 저도 1970~1971년까지 1년 동안 맹호부대로 참전했었지만, 참전했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베트남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믿는 사람들의 최대의 가치이자 사명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대게 인류의 최고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찾습니다. 육신을 가진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꿈과 이상(理想)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은 육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그보다 더 높은 영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영적인 문제를 생각한다면, 창조주이시며 영존하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알고 '속죄와 구원'의 은총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복음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30년 전인 1990년에 베트남에 참전했던 군 원로 선배님들이 중심이 되어 베트남 국민들의 영혼구원을 위해 '베트남선교협회'를 창립하고 불교국가인 이 나라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저도 회원으로 참여하게 됐으며, 금년 1월에 회장의 중책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오직 베트남 내 복음전파를 위해 현지 교단이 추진하는 교회 건축과 신학교 운영, 신학생 장학사업, 병원 설립을 통한 의료 사역과 장애인 복지사업 등을 지원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 지역에 총 130여 곳의 예배당과 교육관 및 신학교를 건축해주었습니다. 또 남부 베트남신학교와 북부 하노이신학교의 신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운영비 후원, 신학교 증축 사업 등을 후원했습니다. 2011년 베트남 복음 전래 100주년을 맞이한 해에는 베트남신학교에 2,500석 규모의 대강당을 갖춘 예배당 건축을 위해 50만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이 외에 현지 어린이 성경캠프 후원을 비롯하여 국내 베트남인 유학생 선교, 한국 이주 베트남인 다문화가족 사역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난 30년의 베트남 선교 현장의 사역 결과를 망라하여 '베트남선교 30년사'를 지난 1월 편찬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후원교회와 회원 및 한국교회 앞에 선교 성과를 보고하며, 베트남 선교 관심자들이 베트남 선교 방법을 평가하고 참고하여 사역에 동참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ㅡ한국 드라마와 K-POP,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 등으로 한류 열풍이 거셌던 베트남에서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반한, 혐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움직임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역에는 영향이 없을까요.
"반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전염병과 관련해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면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고 항공기 출입에도 이상이 없을 것이며 박항서 감독 같은 한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베트남 사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ㅡ6.25전쟁, 베트남 전쟁이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봅니다. 역사가 주는 교훈에서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쟁을 경험한 나라와 국민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분명 다릅니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국가가 평화로울 때에도 항상 위험한 일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합니다. 그것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것입니다.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차세대 전략무기를 개발하며 구매하기도 합니다. 즉, 평시에도 전쟁에 대비해서 군비를 강화합니다. 그러나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내일 어떤 위기가 닥치는지에 대한 준비와 대책을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나라가 망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자유(自由)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대의 가치입니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독재자를 만나게 되면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 같은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합니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ㅡ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를 향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전쟁을 모르고 산 세대는 행복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불행하기도 합니다. 모든 학습효과는 '체험'이 제일 좋은 것인데, 전쟁을 체험하지 못했으므로 전쟁에 대한 참담한 결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참으로 비참하고 죽음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베트남이나 중국을 보면서 사회주의 또는 공산국가가 되어도 잘 살지 않느냐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공산당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공산혁명 과정에서 6,000~7,000만 명이 죽임을 당했고, 베트남도 800만 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공산혁명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기본이며, 죽지 않기 위해 공산주의 사상에 길든 사람들이 지금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위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년의 위기는 과거와 다릅니다. 과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생겨난 위기이므로 세월이 가면 극복이 됩니다. 경제도 안보도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위기는 나라가 존재하느냐, 사회주의로 넘어가느냐 하는 '국가 존폐의 위기', 즉 우리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므로 정신 바짝 차려야 됩니다. 한번 사회주의로 넘어가면 대한민국은 다시 회복할 수 없으므로 위기 중의 위기입니다. 이런 사실을 젊은 세대가 분명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