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회는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중국교회의 필요와 고민을 알고 장기적 안목으로 중국교회와 동역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2007년 중국에서 100여 명의 한국 선교사가 대거 추방된 지 10년 만인 지난 1월, 이번엔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2개 특정 단체 파송 한국 선교사 32가정이 한꺼번에 추방되며 중국선교가 잠시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종교를 엄격히 통제, 관리, 제한하는 중국에서 현재 강화되고 있는 종교정책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새로운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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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 김진대 목사가 포럼에 앞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한국위기관리재단(KCMS)은 20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 '최근의 동북아 사역자 추방사태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위기관리포럼을 열고, 최근 이례적 선교사 추방 사태에 대한 선교계의 대책과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 이날 만 24년간 안식년 없이 사역하다 지난 1월 쫓겨난 김 모 선교사는 “3년 전부터 고참 시니어선교사들이 곳곳에서 추방되고, 작년 가을에도 선교사 5가정이 추방되는 것을 보고 당연히 제게도 그럴 때가 가까이 온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며 “수사를 받으며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안은 작년 말 같은 단체 소속 선교사들의 집을 일시에 압수수색 했고, 과거 선교사만 연행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부부 모두 연행해 밤샘조사를 했다.

그는 “공안은 파송단체의 영문약자를 비롯해 선교사 파송장 등 상당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며 “중국이 선교사를 불허하는 데 한국 파송단체에서 훈련받고 선교사 신분으로 들어와 선교비를 후원받고 사는 것 자체가 불법임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공안은 후원교회의 후원금액, 사역보고서 등을 관심 있게 물어왔고, 약 3주에 걸쳐 3~4번 소환, 조사를 마친 뒤에는 압수했던 핸드폰, 노트북, USB 등을 모두 돌려줬다고 한다. 마지막 소환 당시에는 불법적, 강압적 조사를 한 일이 없다는 조서에 지장을 찍게 하고, 10일 안에 출국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과거에도 3~4차례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은 식사, 물도 챙겨주었고, 지장을 찍은 후 휴지도 준비되어 있는 등 일면 ‘신사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오래되신 선교사들은 좀 여유가 있으나 몇 년 안 된 선교사들은 큰 충격을 받는데 교회 후원까지 끊어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한 후원을 지속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 “공안은 이미 모든 자료를 다 가지고 있었다”며 “온라인 방식은 해킹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힘들어도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교단이나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중국과 교류할 때 바른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한인교회에서 허락을 받고 사역하는 분들도 쫓겨나는 것을 보며, 교단차원이나 한국 기독교 차원에서도 바른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드맵 따라 선교사 추방은 계속 이어질 것

k33.jpg이날 함태경 북경대 법학(정치학) 박사(CGNTV 경영본부장)는 ‘동북아 사역자 추방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선교사, 목회자에 대한 입국 거부, 비자 연장 불허와 체포, 추방 등이 계속된 중국에서 이번 조치는 현재의 일만이 아니라 예상됐던 일”이라며 “중국 공안의 로드맵에 따라 선교사 추방은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교사 추방 배경에 대해 “중국은 한마디로 국가가 종교를 지배하고 있다”며 “중국문화가 외래문화를 동화시킬 수는 있지만 외래문화가 중국문화를 변화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인 특유의 사유방식’이나 ‘역사적 경험’,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종교관 ‘종교오성설’(종교의 장기성, 군중성, 민족성, 국제성, 복잡성) 등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진핑 시대에 교회에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당국가에 지배받는 교회를 선호하고, ‘중국정치 체제 인정’, ‘중국사회에의 적응’, ‘중국문화로 표현’해야 한다는 ‘기독교의 중국화’, 또 5진5화(五进五化)를 추진하면서 당국가의 지배를 받지 않는 교회는 더욱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5진은 ‘교회 안에서 종교정책법규 적용, 건강의료와 과학기술지식 도입, 빈민구제 적용, 전통문화 도입, 화해사회 건설 적용’을, 5화는 ‘교회건축의 중국화, 교회사무관리의 규범화, 강단사역의 본토화, 교회재무의 공개화, 신앙교의의 적응화’를 말한다.

그는 특히 2005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종교사무조례(7장 47조)가 2016년 9월 7일 수정초안(9장 74조)으로 확대된 것은 “향후 중국사역을 위한 또 하나의 바로미터”라고 강조했다. “2005년 전국적으로 종교사무조례 집행 시 많은 사람이 어느 세월에 집행되느냐고 낙관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와 동시에 서서히 선교사 추방, 제제 상황을 찾고 있었고 2016년 이를 수정해 더 강력한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종교사무조례 수정초안의 9장은 ‘①종교계의 합법적인 권익 보호 ②종교를 이용해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원천 봉쇄 ③정부의 책임 직무의 명확화 ④종교단체 직능의 강화 ⑤종교학교에 대한 관리 강화 ⑥종교 활동의 법인 자격에 대한 명확화 ⑦인터넷과 종교사무 관리 문제 ⑧종교 재산권 귀속 영문화 ⑨종교를 이용한 비즈니스 문제 척결’이다. 그는 “이 수정안은 과거보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되어 있어 상당수 바뀌기 어렵다고 본다”며 “중국교회가 외부의 압박이 올 때 과연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중국교회의 숙제이고 더 나아가 선교사들의 숙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기독교를 국가 안전을 해치는 결정적인 세력으로 보지 않지만, 기독교 발전 속도가 대단히 빠르고 기독교인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져서 중국 정부의 경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030년까지 2만 선교사 파송하려는 중국교회, 우리의 역할은

함태경 박사는 “지난 2011년부터 중국 정부는 체제 밖 가정교회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3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자신의 로드맵을 가지고 기독교를 관리할 수밖에 없고, 전통적인 가정교회는 체제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중국의 가정, 도시교회는 중국정부가 요구하는 ‘참다운 대안세력’,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보여주어야 하고, 한국 선교사들도 이를 돕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예 선교사 리쿠르팅 단계에서부터 중국교회의 필요, 즉 ‘선교중국 2030’에서도 언급된 ‘목양의 전문화’, ‘신학의 표준화’, ‘선교교육과 훈련의 보편화’를 인식해서 지원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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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태경 박사가 동북아 사역자 추방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추방된 선교사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평생 책임지는 마음으로 반드시 토탈케어는 물론 화교교회로의 재배치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밖에 목회자와 함께 중국교회의 미래를 이끌 평신도 그룹을 깨우기 위한 청년학생선교운동과 지식인 선교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영성, 지성, 감성의 조화와 균형을 갖춘 정예화 된 전문 사역자를 양성하고 이들과 협력하는 방안, 또 중국형 ‘두란노 서원’, ‘진로와 소명 미니스트리’, ‘성품학교’, ‘코칭스쿨’, ‘시니어스쿨’ 등 중국교회와 새로운 동역 모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사람, 소프트웨어, 정보 간 시너지를 창출하며 전통적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탈피해 아날로그적으로 접근하는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융합시켜나가는 방안도 제시했다.

함태경 박사는 “우리는 멀리 보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하나님은 또 다른 길을 준비하실 것이지만, 우리도 선교적 리셋이 필요하고 중국교회와 전방위적 노력을 통해 동역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교회가 2030년까지 2만 명의 선교사를 보내려고 하는데, ‘백투 지저스 정신’(Back to Jesus)을 중국교회와 같이 나누는 한국교회가 된다면 하나님께서 선교사들의 노고를 또 다른 열매로 이끌어가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대 KCMS 사무총장은 이날 “여러 위기가 닥치는 것은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방, 납치, 인질, 폭력 등 아무리 어렵고 힘든 위기상황이라 할지라도 주님 앞에 무릎 꿇고 주님의 음성만 들을 수 있다면 넉넉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한 KCMS 훈련원장, 이기동 군포 새가나안교회 목사는 각각 선교단체와 파송교회의 대처방안을 나누었고 참석자들은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다.

10여년 째 중국에서 사역해 온 한 선교사는 “중국 정부가 분명한 로드맵을 가지고 선교사 추방을 계속하고 있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선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사역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더 많이 기도해주면 좋겠다”며 “마지막 때 한국교회에 준 중국교회를 돕는 사명을 깊이 생각하고 준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