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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온누리교회 서빙고 두란노홀에서 ‘선교와 패러다임’(교회 선교지 선교사)을 주제로 열린 2016 한국선교KMQ 포럼에서 ‘선교적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발제한 김선일 교수는 우선 선교적 교회론을 ‘교회의 정체성과 목적을 규정하는 사역 모델’로 정의했다. 선교하시는 하나님, 즉 하나님의 선교(mission dei)의 이해에 기초하여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보냄 받은 것으로 재규정하고, ‘선교’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그리스도를 통해 회복하는 총체적 사역이면서 또 일상생활과 이웃 속에서 실존적이며 미시적인 실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교적 교회론은 20세기 최고의 선교적 변증가 레슬리 뉴비긴에서 출발하여 북미, 영국, 오세아니아 등 영어권 신학자, 목회자들에 의해 모색되고 21세기에 확산돼 GOCN(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과 새로운 교회 개척과 전도 모델로 부상했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김 교수는 서구의 포스트크리스텐덤과 포스트모더니즘, 탈 교회성장주의를 지목했다. 서구에서 기독교가 주변부로 밀려나면서 기독교의 사회적 위상과 복음 표현 양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청되었고, 정형화된 교회론을 벗어나 지역사회와 이웃, 주변부에 관심을 가지는 대안적 교회론으로 선교적 교회론이 대두한 것이다. 또 교회 중심의 팽창주의, 번영주의에 초점을 맞춘 크리스텐덤 모델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제자도를 실천하고 양육, 후원하는 선교적 교회운동이 관심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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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선교 KMQ포럼이 '선교와 패러다임'을 주제로 18일 온누리교회 서빙고 두란노홀에서 열렸다.
사진=이지희 기자
한국교회의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수용방식은 에큐메니컬 진영의 ‘미시오 데이의 연장으로서 선교적 교회론’, ‘전도 중심의 선교적 교회 이해’, ‘로잔언약의 계승과 통합으로서 선교적 교회’로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먼저 ‘미시오 데이의 연장으로서 선교적 교회론’에서는 교회가 과거보다 좀 더 지역적, 생활 밀착형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공적 역할을 주도하며, 전통적 전도보다는 사회 윤리가 강조된다. 과거 미시오 데이 운동처럼 보편적 인간화를 위한 사회운동단체에 참여하거나 특정 계층의 인권, 정의를 위해 구성된 민중교회 성격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고 전통적인 지역교회들이 근접 사회 속에서 선한 이웃으로 섬기는 삶을 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선교’의 의미도 지역적, 신체적 차원으로 좁혀지고 ‘교회’는 특별한 아젠다를 위한 사회운동적 공동체가 아닌, 일반적 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한 관심을 전환하는 차원에서 강조된다고 말했다. 김선일 교수는 “한국교회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교회론은 다시금 시의성을 얻고 적절한 호소력을 갖는다”며 “그러나 복음주의적 진영에 속한 이들에게 이런 모습의 선교적 교회론은 과거 미시오 데이와 큰 차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종종 선교적 교회와 교회 주도로 하는 사회사업과 무엇이 다른지 별 차이를 못 느낀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전도 중심의 선교적 교회 이해’는 전통적 복음전도나 해외선교에 교회 전체가 헌신하는 사역 형태로 이해하는 경우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섬김도 총체적 의미의 선교라기보다 궁극적으로 영혼구원을 위한 예비적 성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김선일 교수는 “주로 복음주의권에서 고전적 의미의 선교를 확고한 사명으로 견지하던 교회들이 이를 수용하며, 선교단체의 신앙훈련을 받고 선교적 기질이 체화된 이들도 친화적 수용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전통적 교회 조직에서 탈피하며 공동체와 외부지향적 사역을 강조했던 셀교회, 가정교회 운동에서 선교적 교회론과 접목점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로잔언약의 계승과 통합으로서 선교적 교회’는 에큐메니컬 진영의 공적, 사회적 선교를 추구하면서도 전통 복음주의에서 강조하는 속죄적 복음과 개인 구원을 간과하지 않는 총체적 방식의 선교적 교회론이다. 이는 젊고 개혁적 복음주의자들에게서 발견된다. 김 교수는 “이들은 메가처치 현상, 수량적 교회성장 운동과 거리를 두면서도 복음의 열정은 간직하고 사회적 책임에도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한다”며 “이들의 ‘선교적(missional)’이라는 말은 내세적 영혼구원의 범주를 넘어 공적 차원에서의 하나님 나라 구현과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헌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시오 데이의 연속 선상에서 선교적 교회를 수용하는 경우 “기독교 신앙의 공적 참여와 개입을 교회 중심적,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접목시키는 데 주목한 반면, 복음이 요구하는 회심의 개인적, 근본적 속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강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도 중심으로 선교적 교회를 이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선교가 온 회중의 사명, 역할임을 강조하고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 주된 동력으로 인식하는 데 기여하긴 했으나 여전히 일상과 공적 삶의 영역은 선교를 위한 도구적 기능으로 존재할 뿐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재창조)가 지니는 통전성을 충분히 회복시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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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선교 KMQ포럼 참석자들이 집중하며 발제를 듣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 포인트에 대해 그는 “최근 선교적 교회 사역자들은 선교적 비전을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에 체화시키는 데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최근의 5가지 선교적 교회 운동의 추동력으로 ▲장소 ▲이웃됨 ▲일상 ▲몸 ▲보냄 받음을 제시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먼저, ▲장소로서의 선교는 지역과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선교적 사역의 회복은 신앙의 전인성과 교회가 실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의 구체적 장소의 역할에 충실한 교회 개념은 선교적 교회 운동가들이 이웃과 교류하고 이웃이 되는 과정을 사역의 중심 주제로 삼게 했다. 두 번째 ▲이웃됨의 선교는 이웃을 사역 대상으로 보기 전에 먼저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 거하고 삶을 나누는 것을 선행하는 것이다. 그는 “록스버러는 지역과 이웃을 향해 우리가 준비한 짐을 내려놓고 환영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나그네와 같은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했다”며 “이처럼 근접한 이웃됨은 추상적 의제나 프로그램화 된 봉사 프로젝트가 아닌,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몸으로 이웃의 삶에 참여함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리듬을 함께 함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일상의 선교는 선교적 교회론이 지역 사회에서 이웃 됨을 강조한다면, 날마다 접하는 일상 영역에서 선교가 실천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속으로 보냄 받음을 강조하기에 세상에서 이뤄지는 신앙의 일상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이런 일상의 공동체는 선교적 힘과 상호적 목양의 자원이 된다. 교회개척과 전도도 전문인 영역이 아닌, 일상에서 선교사적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효과적, 실질적으로 재현된다고 했다.
네 번째 ▲몸의 선교는 현대 기술문명의 발달로 심화된 탈 육체적 현상에 의해 사람을 객관화시켜 대상이나 관념으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다.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영향은 실제 삶에서 편협한 영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그는 “직장인 신우회, 성경공부 모임이 일터에서 어떻게 신앙을 구현하며 살지 함양 받기보다 직장 동료 전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며 “몸으로부터 분리된 영혼에 집중하는 것은 기독교적이 아니며, 선교적 교회 사역은 이웃 관계와 같이 몸으로 접하는 현장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해다.
마지막 ▲보냄 받음(Sentness)은 소비주의 사상이 신앙생활 양식에도 스며들면서 소비주의적 그리스도인들이 양산되고, 이들이 교회를 통해 종교적 욕구를 채움 받는데 집중하는 것을 극복하는 대안이다. 김선일 교수는 “하나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심과 같이 우리는 세상을 섬기기 위해 예수님의 보냄을 받았다”며 “보냄 받은 백성은 존재 이유가 소비하는 것이 아닌 섬기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적 흐름은 이처럼 단순히 사회 속 의제에 참여하거나 지역을 대상화시키는 아웃리치 프로젝트가 아닌, 구체적인 이웃의 삶에 참여하는 과정을 강조한다”며 “배후의 의도된 프로그램을 숨기고 이웃의 삶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 자체가 되는 것이 목적이며, 이러한 이웃됨은 우리의 몸으로 일상에서 함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선교적 교회론이 교회 갱신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전환을 가져오며 선교 공동체 사역을 통해 새로운 목회 동력을 확보하고 타문화 선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선일 교수는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 본질과 소명을 말하고 하나님의 성품과 계획에 직접 관여된 것이기에 어느 교회, 선교회들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며 “신학적 진영주의에 사로잡혀 새로운 문화적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로 부름 받은 원초적 목적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심창섭 전 총신대 부총장, 최형근 서울신학대학교 교수가 논평했다. 최형근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논의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도전적 시도”라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상호 소통적, 상호 교리적 사랑을 어떻게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 가운데서 부름 받고, 보냄 받아 이 세상 가운데서 살아낼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는 새로운 교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전혀 아니고, 하나님 나라의 선교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교회 세션’에서는 김선일 교수에 이어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가 ‘교회를 어떻게 선교적 교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 발제하고 주누가 GO선교회 대표, 이진수 소망교회 담임이 논찬했다. ‘선교지 세’션에서는 엄주연 한국선교훈련원(GMTC) 선교사가 ‘현대 선교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요청’, 강동진 보나콤 목사가 ‘총체적 선교’, 허명호 GMS 외국인특수훈련원(LMTC) 원장이 ‘한국 내 외국인 이주자 사역’에 대해 발제하고 각각 김경술 SIM 대표, 김마가 GO선교회 본부장, 이정배 인광교회 목사, 강병권 AIM 대표, 송윤선 광신대학교 교수, 김아영 횃불트리니티 교수가 발제했다.
마지막 ‘선교사 세션’에서는 한정국 KWMA 사무총장이 ‘새 시대에 적합한 선교사 모델의 구체적 실례’, 정마태 인터서브 선교사가 ‘달라진 사역환경에 필요한 선교사’, 김자선 고신선교부 선교사가 ‘선교지교회를 위한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발제하고 각각 김성운 고신대학교 교수, 김종구 빌리온선교회 대표, 조용성 GMS 사무총장, 함태경 CGNTV 경영본부장, 채희석 한불상호문화선교회 대표, 서동찬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논찬과 질의 응답 및 토의가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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