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그리운 여러분께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프리카에 살면서 경험하는 웃음과 눈물, 감격과 아픔, 설렘과 고민 등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2016년 2월의 아프리카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견디기 어려운 더위로 아프리카 초년생인 저희는 몹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1월 말에 비가 몇 차례 오더니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졌습니다. 아마도 최근에 발생한 엘니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원해서 저희는 좋은데, 이런 이상기후로 이곳 사람들의 농사가 망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작년에도 이상기후로 농사가 썩 좋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었습니다.

망고, 망고, 망고, 그리고 원숭이 퇴치작전

몹시도 더웠던 덕분인지 우리 신학교에 있는 망고나무들에 열매들이 잘 열렸습니다. 12월이면 망고가 익는 계절인데, 신학교는 방학 중이고 신학교에는 저희 가족만 살기 때문에 그 망고들이 다 저희 차지가 되었군요. 1월에 개강을 하고서야 남은 망고들을 다른 스태프나 강사들과 나눠 먹었는데, 그래도 풍성했습니다. 문제는 한꺼번에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일을 따면 오래 보관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프리카 망고, 참 맛있습니다. 망고는 더위를 견딘 보상입니다.^^

아내가 서둘러 망고를 수확해야 했던 이유는 원숭이들 때문입니다. 조금 지체하면 우리 먹을 것도 남기지 않고 원숭이들이 다 먹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원숭이들이 얼마나 대범해졌는지, 한 번은 손이 닿을만한 높이의 나뭇가지에 원숭이가 걸터앉아 있었는데 저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그 아래서 서성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 녀석을 발견했는데도 도망을 가기는커녕 오히려 저를 관찰하듯이 내려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원숭이가 나타날 때마다 쫓아가고 돌멩이도 던지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래 봐야 원숭이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만 힘들어서 나중에는 나타나든지 말든지 내버려두었더니 이렇게까지 되었군요.

그러던 차에 마침내 이 원숭이들을 퇴치할 기회가 왔습니다. 도도마(라는 도시)에 사시는 선교사님이 총을 가지고 방문하셨습니다. 원숭이를 한 마리 잡아 나무에 매달아 놓으면 원숭이들이 다른 곳으로 다 이주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그렇게 해볼 참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마리를 총으로 쏘아 맞혔습니다. 그리고 나무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총소리에 놀라 도망갔던 원숭이들이 다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활개를 치고 다녔습니다. 저는 몹시 실망을 했지요. 한 마리 죽여서는 안 되겠고, 아예 보이는 대로 다 쏴 죽여 없애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되면 우리 신학교는 전쟁터처럼 변하겠군요. 한동안 그렇게 원숭이들의 활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했는데, 어느 날부터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갔는지는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이놈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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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 건축

지난 이야기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방학 동안에는 학생식당을 새로 지었습니다. 선교사님 한 분이 현재 신학교에서 가장 시급한 일을 하라면서 1,000달러를 기부했습니다. 흰개미가 나무기둥을 갉아먹어 쓰러져가는 식당이 위험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안 좋아서 늘 신경이 쓰이던 터였기에, 방학하자마자 곧바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건물을 헐어낸 후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지붕만 올리면 될 것이기 때문에 1,000달러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공사를 하다 보니 4,000달러가 들었군요. 개학에 맞춰 끝내느라 마무리하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제가 경험이 없고 물정을 몰라서 돈이 얼마나 드는지 개념이 없었네요. 개학을 해서 돌아온 학생들이 새로 지은 식당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두들 저에게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감사받을 일이 아닌데, 쑥스럽군요.

신학교는 이번 학기 절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는 세계종교를 강의했고, 지금은 구약역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강의 준비를 할 때는 부담이 되고 걱정도 많은데, 막상 강의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우리 학생들도 그리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 신학교에서는 세 가지 언어를 사용합니다. 우리 한국사람들끼리는 한국말을 하고, 평소에 현지인들과는 스와힐리어를 하고, 강의실에서는 영어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참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신학교 운영과 강의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학생들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주님 나라의 신실한 일꾼들로 잘 키워낼 수 있도록 기도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방아쇠수지

손가락을 굽히려고 하면 안 굽혀지다가 갑자기 탁 굽혀지는 것이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느낌이라고 해서 방아쇠수지라는 병명이 붙었다고 하는데, 제 오른손에 생긴 이 방아쇠수지는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방아쇠수지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았고, 류머티스 연고를 처방해 주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손을 사용하지 않고 쉬어야 한다고 해서, 아예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게 하면 좋아질까 하는 생각에 부목을 대고 묶어두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지났더니 손가락이 굳어버려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더군요. 그 후로는 근육통에 바르는 크림을 날마다 바르고 마사지를 합니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약간 굳어 있고 통증이 조금 있을 뿐, 좀 지나면 풀어지고 평소에는 거의 별 지장이 없습니다. 좀 더 있으면 온전히 회복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모든 분들이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덕분입니다.

비자 만료

작년 말에 새로 취임한 마구풀리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패 관리의 체포소식이 종종 들려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같은 외국인들에게도 터프한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모든 외국인은 먼저 노동부에서 노동허가를 받은 다음 이민국에 거주허가를 신청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선교사들은 노동허가 없이 거주허가만 받으면 되었던 것이 이렇게 바뀌는 바람에 허가를 두 번 받아야 하고, 비용 부담도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하필 저의 거주허가가 만료되는 시점에 이런 변화가 시작되어서 제가 시범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노동허가가 빨리 나와서 거주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이 설이군요. 가족과 함께 정과 사랑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또 소식 드릴 때까지 늘 하나님의 평강 안에 거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6년 2월 8일
탄자니아 다레살람에서 이정선, 주탄옥 선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