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남북 간의 긴장은 지뢰 도발과 포격으로 인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전쟁의 가능성마저 증가하던 이 시기에 남북의 고위급 당국자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었고, 25일 극적으로 합의를 보면서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이 합의는 단순히 군사적 긴장 완화뿐만 아니라 추가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인 교류 등 남북관계의 새로운 훈풍 역할을 했다. 사실 이러한 급격한 관계 변화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이번 합의가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8월 25일 합의까지 남북관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고민해 보기로 한다.
최근의 남북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통일을 주요한 국정 운영의 화두로 거론하며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전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책이 실제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되었다는 비판을 듣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유화책 역시 퍼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등 문제점을 노출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대북 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의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웠다. 이분법적인 대북 접근법에서 벗어나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협력을 모두 활용하고, 원칙 있는 대응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은 제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뒤이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와 관련된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자 남한 정부는 계속적인 대화 시도를 통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2014년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키기도 했으며, 북한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 격려를 위해 방한하는 등 화해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남북 관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북한의 기차역 모습. 사진제공=오픈도어선교회
특히 최근 들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듯했다. 2014년 3월에는 북한의 무인기 다수가 발견되어 많은 이를 긴장시켰으며, 10월에는 북한이 대북전단 풍선 살포에 대응하여 공중의 풍선에 고사총 사격을 실시하여 연천군 주민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북한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로 인해 DMZ 순찰 중이던 우리 군인 2명이 부상당하는 등 군사적 긴장 관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남북 간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이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하여 우리 군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였고, 북한이 확성기를 대상으로 포격을 실시, 이에 대한 남측의 대응 사격까지 이어지면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였다.
양측의 포격으로 인해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서 북한은 지난 8월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여 후방의 화력부대가 전방으로 이동하였다. 남한의 군대와 주한미군도 이에 대응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전투태세를 준비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고, 33시간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8월 25일 합의문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북한은 지뢰 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고, 남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 및 민간 교류 활성화 등 교류 협력과 관련된 협의도 이루어졌고, 최근 1년 8개월 만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기회와 장애물들
간략하게 살펴본 최근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그동안 미진했던 남북관계가 오히려 위기 속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협의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등 뒤이은 남북 교류 및 화해 조치들이 협상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 이번 합의가 일회성으로 그치기보다는 장기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남북 협의는 그동안 중단되었던 남북 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교류 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아무래도 인도적 지원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북한은 봄 가뭄으로 인해 수확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9월 8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북한 가뭄 보고서'에서 밀과 보리 등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1% 줄었으며, 가뭄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홍수로 가을 작황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전의 고난의 행군과 같은 극심한 기근은 아니지만, 아직 국가적으로 충분한 식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올해 가을 수확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나선시를 중심으로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는 등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화해 분위기에 맞춰서 이러한 구제와 도움의 일들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농촌 개발 및 농업 기술 지원 등 개발 협력 분야에서 협력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초 러시아에서 무연탄을 하산에서 철도로 나진항까지 이송한 후, 해로를 통해 포항까지 운송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범 운영되어 2차에 걸쳐 18만 5천 톤의 석탄이 운송되는 등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물류협력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단순 물자 지원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 알리는 통로 돼야
인권 개선·정치범 수용소 철폐·기독교 박해 중단에 앞장

중국에서 바라 본 북한. 사진제공=오픈도어선교회
그러나 이번 협의를 통해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변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역시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남북 관계에서 장애가 되었던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올해 9월 7일 발표된 IAE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경수로의 배전(配電)용으로 보이는 시설을 건설 중이며, 핵무기 원료를 만드는 핵심 공정인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 분리기가 있는 건물의 부지 면적을 배로 확대하고, 건물을 사용한 징후도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북한의 핵시설 정비 및 핵개발은 “우려해야 할 사태”라고 지적했다.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시설도 지속적으로 정비 및 증축의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실험재개 의사를 지속적으로 내비치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핵은 가장 큰 쟁점이자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명박 대통령 시기처럼 선 핵폐기 후 대화를 주장하다가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실패했던 경험도 있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 및 교류가 필요하지만, 언제 어느 때고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 현재까지 이어져 온 5.24 조치도 쉽게 해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직까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인정 및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8.25 합의에서 보듯이 북한으로부터 인정 및 사과가 아닌 단순 유감 표현을 이끌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고, 북한으로부터 그 이상의 외교적 표현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서 5.24 조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면서 몇몇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하기도 하였으나, 본격적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사회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근본적인 정치적, 외교적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정치 문제와 더불어 새롭게 남북 간에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북한인권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해 이야기해왔으며, 특히 올해 서울에 UN의 북한인권사무소가 설치되었고 이에 대해 북한이 거칠게 비판과 항의의 목소리를 내비친 바 있다. 북한은 인권문제를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기 때문에, 체제수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의 행태로 볼 때, 인권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언제든지 부상할 수 있다. 북한측이 이번 확성기 방송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하여
남북관계의 딜레마는 남북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하고 상대방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역설적 관계 때문이다. 사실 대화의 상대가 되는 북한 정권은 분명 신뢰할만한 대화의 상대로 보기에 도덕적으로, 또 지금까지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어려운 점이 많다. 앞서 언급된 핵개발과 인권문제 등 북한 정권은 분명 여러 가지로 비판받고 있으며, 특별히 기독교인들에 대한 심각한 박해와 탄압 및 정치범 수용소 운용 등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 받아야 하고 어서 빨리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비판만으로는 상대방이 변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동기 제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가난과 굶주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생하는 주민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 등 위에서 언급한 딜레마가 단시간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이러한 딜레마가 존재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분법적으로 한 가지 입장만 가지고 남북 문제를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억지로 단순하게 만들려는 시도일 수 있으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특별히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균형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의 위협이 그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일에 매진하는 동시에, 이 땅에 하나님의 의가 온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도적 지원 및 교류할 수 있는 길과 방법에 대해서, 그러한 활동들이 단순히 물자의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는 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나아가야 한다. 또 북한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특별히 정치범 수용소가 철폐되고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중단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평화를 이뤄가는 것과 정의를 세워가는 것 두 가지가 서로 상충되는 면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각 개인이나 단체가 집중하는 분야가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모든 일을 시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 NGO와 활동가들 간에는 자신의 활동 동기들이 제각각이고 이념적, 사상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서로 이해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강권하심으로 이 일들을 수행해나가는 기독인들이라면, 한가지 영역의 일을 주로 하게 되더라도 타 영역의 일들을 기억하고 또 활동가들과 연합하고 격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준비에 있어서 교회들과 기독 활동가들이 더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기도하며 준비해나간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
최근의 남북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통일을 주요한 국정 운영의 화두로 거론하며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전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책이 실제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되었다는 비판을 듣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유화책 역시 퍼주기 논란에 휩싸이는 등 문제점을 노출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대북 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의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웠다. 이분법적인 대북 접근법에서 벗어나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협력을 모두 활용하고, 원칙 있는 대응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은 제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뒤이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와 관련된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자 남한 정부는 계속적인 대화 시도를 통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2014년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키기도 했으며, 북한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 격려를 위해 방한하는 등 화해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남북 관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북한의 기차역 모습. 사진제공=오픈도어선교회
양측의 포격으로 인해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서 북한은 지난 8월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여 후방의 화력부대가 전방으로 이동하였다. 남한의 군대와 주한미군도 이에 대응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전투태세를 준비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고, 33시간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8월 25일 합의문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북한은 지뢰 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고, 남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 및 민간 교류 활성화 등 교류 협력과 관련된 협의도 이루어졌고, 최근 1년 8개월 만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기회와 장애물들
간략하게 살펴본 최근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그동안 미진했던 남북관계가 오히려 위기 속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협의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등 뒤이은 남북 교류 및 화해 조치들이 협상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 이번 합의가 일회성으로 그치기보다는 장기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남북 협의는 그동안 중단되었던 남북 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교류 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아무래도 인도적 지원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북한은 봄 가뭄으로 인해 수확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9월 8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북한 가뭄 보고서'에서 밀과 보리 등 이모작 작물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1% 줄었으며, 가뭄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홍수로 가을 작황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전의 고난의 행군과 같은 극심한 기근은 아니지만, 아직 국가적으로 충분한 식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올해 가을 수확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나선시를 중심으로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는 등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화해 분위기에 맞춰서 이러한 구제와 도움의 일들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농촌 개발 및 농업 기술 지원 등 개발 협력 분야에서 협력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초 러시아에서 무연탄을 하산에서 철도로 나진항까지 이송한 후, 해로를 통해 포항까지 운송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범 운영되어 2차에 걸쳐 18만 5천 톤의 석탄이 운송되는 등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물류협력 사업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단순 물자 지원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 알리는 통로 돼야
인권 개선·정치범 수용소 철폐·기독교 박해 중단에 앞장

중국에서 바라 본 북한. 사진제공=오픈도어선교회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시설도 지속적으로 정비 및 증축의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실험재개 의사를 지속적으로 내비치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핵은 가장 큰 쟁점이자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명박 대통령 시기처럼 선 핵폐기 후 대화를 주장하다가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실패했던 경험도 있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 및 교류가 필요하지만, 언제 어느 때고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 현재까지 이어져 온 5.24 조치도 쉽게 해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직까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인정 및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8.25 합의에서 보듯이 북한으로부터 인정 및 사과가 아닌 단순 유감 표현을 이끌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고, 북한으로부터 그 이상의 외교적 표현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서 5.24 조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면서 몇몇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하기도 하였으나, 본격적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사회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근본적인 정치적, 외교적 문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정치 문제와 더불어 새롭게 남북 간에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북한인권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해 이야기해왔으며, 특히 올해 서울에 UN의 북한인권사무소가 설치되었고 이에 대해 북한이 거칠게 비판과 항의의 목소리를 내비친 바 있다. 북한은 인권문제를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기 때문에, 체제수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의 행태로 볼 때, 인권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언제든지 부상할 수 있다. 북한측이 이번 확성기 방송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하여
남북관계의 딜레마는 남북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하고 상대방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역설적 관계 때문이다. 사실 대화의 상대가 되는 북한 정권은 분명 신뢰할만한 대화의 상대로 보기에 도덕적으로, 또 지금까지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어려운 점이 많다. 앞서 언급된 핵개발과 인권문제 등 북한 정권은 분명 여러 가지로 비판받고 있으며, 특별히 기독교인들에 대한 심각한 박해와 탄압 및 정치범 수용소 운용 등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 받아야 하고 어서 빨리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비판만으로는 상대방이 변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동기 제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가난과 굶주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생하는 주민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 등 위에서 언급한 딜레마가 단시간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이러한 딜레마가 존재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분법적으로 한 가지 입장만 가지고 남북 문제를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억지로 단순하게 만들려는 시도일 수 있으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특별히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균형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의 위협이 그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일에 매진하는 동시에, 이 땅에 하나님의 의가 온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도적 지원 및 교류할 수 있는 길과 방법에 대해서, 그러한 활동들이 단순히 물자의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는 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나아가야 한다. 또 북한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특별히 정치범 수용소가 철폐되고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중단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평화를 이뤄가는 것과 정의를 세워가는 것 두 가지가 서로 상충되는 면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각 개인이나 단체가 집중하는 분야가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모든 일을 시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반 NGO와 활동가들 간에는 자신의 활동 동기들이 제각각이고 이념적, 사상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서로 이해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강권하심으로 이 일들을 수행해나가는 기독인들이라면, 한가지 영역의 일을 주로 하게 되더라도 타 영역의 일들을 기억하고 또 활동가들과 연합하고 격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준비에 있어서 교회들과 기독 활동가들이 더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기도하며 준비해나간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의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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